제주도립미술관, 2023 국제특별전 ‘프로젝트 제주’ 개막
제주도립미술관, 2023 국제특별전 ‘프로젝트 제주’ 개막
  • 김진숙 기자
  • 승인 2023.09.19 0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개국 20팀 27명 참여… 회화, 설치, 미디어, 키네틱 아트작품 등 70여 점 전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립미술관(관장 이나연)은 19일 도립미술관 로비에서 2023국제특별전 프로젝트 제주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 개막식을 연다.

개막식에는 2023 프로젝트 제주 참여작가를 비롯해 도내외 미술계 주요 인사와 국내외 문화예술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개막식에서는 곽선경 작가의 실시간 드로잉 퍼포먼스 <보이지 않는 선들로서의 드로잉>과 오봉준✕사라 오-목크의 다양한 나라의 음식 퍼포먼스 <노이쾰른 파라디스>가 선보이며, 개막식 이후에는 참여기관 전시 투어가 진행된다.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일부터 11월 26일까지 69일간 진행된다. 전시에는 9개국 20개 팀(27명)이 참여해 회화,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는 이주와 생존에 관한 이야기로, 현대사회에서 잦은 이주를 경험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온갖 위기로 넘치는 시대에 인류 생존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주를 역사적·문화적·생태적·우발적 이주 등 4개의 소주제로 구성하고 재해석해 다채롭게 펼쳐낸다.

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제주돌문화공원, 제주국제평화센터, 제주항공우주박물관까지 총 4개의 전시관에서 펼쳐진다. 관람객 역시 한 공간에 머물러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 곳곳에 흩어진 전시공간을 찾아다니며 길 위의 여정을 경험하도록 설정했다.

전시와 함께 퍼포먼스, 관람객 체험 프로그램, 전시 연계 워크숍과 참여기관 연계 시민 참여 프로그램, 영화상영 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제주는 역사ㆍ문화적으로나 생태적으로도 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장소”라며 “11월 말까지 이어지는 전시를 통해 이주의 의미를 다시 보고 새롭게 읽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 프로젝트 제주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온라인 관람

제주도립미술관 프로젝트 제주 누리집
https://www.projectjeju.kr/

문의는 제주도립미술관 프로젝트 제주 운영 사무국 (070-4221-8066~7)으로 하면 된다.

고닥×요하네스 말파티 / 파도, 어디에나 있는 / 2023 /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 17min 47sec

◆전시 및 섹션 소개

이주, 생존 그리고 예술

《이주하는 인간-호모 미그라티오》는 이주와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이주는 종종 질병과 갈등을 확산시켜 혼란을 유발한다고 인식된다. 이 전시를 기획하는 데 길라잡이 역할을 한 소니아 샤의 『인류, 이주, 생존』이라는 책은 이동과 이주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본능임을 강조한다.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의 이주 사례를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들려준다. 이주는 불편함도 위기도 아니고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며, 위기의 시대에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더불어 모든 생명체는 항상 움직였고 움직일 것이기에 혐오와 배제 없이 자연스럽게 모든 이주를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이주의 이유는 다양하다. 역사적으로 어쩔 수 없이, 더 나은 문화적인 여건을 찾아 자발적으로, 적합한 생태적 환경을 찾아, 우발적으로 공간 혹은 매체 이동을 한 경우까지 이 전시에서는 4개의 섹션으로 그 이유를 찾았다.

김옥선 / bsp_sph796 신부들, 사라 / 2023 / 디지털 C-프린트 / 100x150cm

현대 사회에서 잦은 이주를 경험한 작가들은 이주와 생존에 대한 생각들을 담아 4개의 전시관에서 작품을 소개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제주돌문화공원, 제주국제평화센터,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을 경유한다. 총 9개국에서 20팀이, 개별로는 2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작가들이 제각각 이주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은 작품을 보며 작가들의 이주 궤적을 추적하는 일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들은 각자의 시각으로 온갖 위기로 넘치는 시대에 인류 생존의 대안을 제시한다.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일, 흩어지고 다시 뭉쳐지는 일, 변화하고 적응하고 생존하는 이야기는 삶을 지칭한다. 이주의 기록은 삶을 살아내고 이겨내고 극복하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다. 매체를 넘거나, 공간을 넘거나, 종을 넘나들고, 생존 가능한 기후를 찾고, 집을 짓고 살 땅을 찾고, 한계를 극복하고 이동해서 결국은 대안을 찾아내 생존한다. 이주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의 미지에 대한 상상력과 인간 능력의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지구를 구하는 생존의 이야기다.

박정근 / 입도조_백성탄, 김나니 /2023 / 디지털 C-프린트 / 110x150cm

이주는 위기의 시대가 아니라 기회의 시기에 더 강력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주해 왔고, 기후위기의 대안도 결국은 이주가 될 것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대응이라 여겨지는 이주 덕에 생물학적, 문화적, 사회적 다양성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생존이 가능했다. 이주는 위기가 아니라 해법이 된다.

역사적 이주_*도도기(逃島記)

역사적인 배경 속 불가피한 이주의 여정에서 인간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살아가는가를 살펴본다. 섬을 떠나고 들어오는 이들이 수없이 교차하던 제주는 이주의 역사와 관계가 깊다. 제주를 포함한 곳곳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살던 곳을 떠난 이들의 사연, 타인의 구술, 흔적을 따라 이야기를 상상하고 유추하며 이주의 이면을 살핀다. 각자만의 사유로 이동하는 다양한 삶을 마주하며 이주의 서사를 구성한다.

백남준, 거북, 3채널 영상, TV 모니터 166대, 재생장치 3대, 영상분배기 1대, 철 구조물, 150x600x1000cm, 1993, 울산시립미술관 소장

*도도기는 ‘섬을 떠나는 기록’이란 뜻의 현우민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역사적 이주(5) 고닥 x 요하네스 말파티, 오봉준 x 사라 오-목크, 이지유, 청 영, 클라라 청

문화적 이주_*입도조(入島祖)

제주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정착한 이주민들이 존재하며 그 역사도 세대를 거쳐 의미를 지닌다. 2010년을 전후한 제주 이주 열풍으로 유입인구가 증가했으며 여기에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도 다수 포함된다. 전시는 다양한 문화의 맥락 안에서 이주, 정착, 거주의 과정을 축적하며 혼성의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한다. 이러한 경험은 일상을 새롭게 조형하고 문화를 재정의한다.

백남준 / 거북 / 1993 / 3채널 영상, TV 모니터 166대, 재생장치 3대, 영상분배기 1대, 철 구조물 / 150x600x1000cm / 울산시립미술관 소장

문화적 이주(5) 곽선경, 박정근, 배효정 x 케이트 배, 양화선 x 넷, 현우민

생태적 이주_토종과 외래종

이동과 이주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다. 인간뿐 아니라 생태계의 다양한 동물, 식물, 곤충도 생존을 위해 이주한다. 이동을 통해 생존한 이들은 그 지역의 새로운 토종이 되고, 토종과 외래종이 혼재하며 구분이 모호해진다. 기후위기와 생태 관계를 연구하는 시각예술 분야 작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눈에 띈다. 그들의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생태적 이주를 통한 기후위기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

아키 이노마타 / 소라게에게 쉼터를 제공한다면? / 2013 / 비디오, 라이트박스에 레진 조각 / (사진 제공: 쿠니야 오야마다)

생태적 이주(5) 김옥선, 마르코 바로티, 아키 이노마타, 양숙현 x 캣 오스틴, 이유진 x 루앙삭 아누왓위몬

우발적 이주_변종의 탄생

예술이 매체를 이동시키며 탄생한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의미의 이동으로 변형되는 예술적 생명체를 이야기한다. 매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양한 영역과 연관 지으면서 이동의 범위를 확장한다. 예술적 상상력으로 진화하고 변화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은 예술적 생존을 위한 이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주의 개념을 물리적·한정적인 의미에서 탈피하여 폭넓게 사유할 기회를 마련한다.

아키 이노마타, 소라게에게 쉼터를 제공한다면? -국경- 관덕정, 레진, 라이트박스, 7x7x7cm, 2009-현재 진행 중
최우람 / 무한 공간 / 2022 / 거울, 유리, 금속 재료, 기계장치, 전자 장치 / 196 x 96 x 66cm

◆전시 공간 소개

제주도립미술관 (제주시 1100로 2894-78)

제주도립미술관은 2009년 개관 이래 제주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지역대표미술관으로 자리 잡아 왔다. 제주문화 정체성 구현 및 도민의 문화 향수권 보호에 앞장서고, 지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제주다운 미술관을 지향한다. 미술관 본연의 기능인 전시, 교육, 수집, 보존, 연구와 같은 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자연 속에서 미술과 교감하고 휴식하는 곳으로 도민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23 프로젝트 제주《이주하는 인간-호모 미그라티오》의 주제관인 제주도립미술관에는 총 15팀(20명)의 작가가 국내외 현대미술의 흐름 속 다양한 이주의 모습을 다룬다. 이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 출신 작가와 해외 작가의 협업이다. 이미 팀이 형성된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이주’라는 주제에 맞춰 이 전시를 위해 함께했다. 프로젝트 제주의 협업 과정이 작가들에게 새로운 작업방식이자, 새로운 작품으로 이동의 계기가 된다.

제주돌문화공원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 생성과 제주 인류의 뿌리가 되어온 돌 문화, 설문대할망 신화,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공간이다. 30만 평의 곶자왈 대지 위에 조성한 이곳은 제주 섬을 창조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에 얽힌 전설과 함께 다양한 돌 유물과 제주 생활상을 볼 수 있다. 제주의 정체성, 향토성, 예술성을 살리면서, 환경을 항상 우선으로 하는 교육 공간으로서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는 제주돌문화공원이 추구하는 환경적 가치에 맞추어 작품이 구성되었다. 양숙현과 캣 오스틴은 돌문화공원 속 전시공간인 오백장군갤러리에 한라산의 식생을 영상과 소리를 통해서 생경하게 구현한다.

작품의 소재는 우리 주변에 있지만 조금은 낯선 제주의 자연이다. 지용호는 버려진 타이어를 재사용해 동물 형상을 만든다. 야외 공간에는 지용호의 <사자> 두 마리가 오백장군을 상징하는 거대한 돌들 가운데에 놓여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웅장한 돌의 모양과 달리 오백장군 전설은 어머니를 잃은 슬픈 이야기다. 맹수의 이면을 표현하는 <사자>의 투명한 눈빛이 오백장군을 투영한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서귀포시 안덕면 녹차분재로 218번지)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항공우주의 비전을 제시하고 항공우주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제고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최첨단 기술과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체험 시설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미래의 주역들에게 하늘과 우주를 향한 꿈과 희망을 선사한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생중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획한 백남준의 작품이 소개된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예술의 재료로 적극 활용한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이자, 예술의 차원에서 우주로 도약한 선구자이다.

그는 기술로 상징되는 서구의 합리적 세계관 속에서도 동양의 정신적 가치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거북>으로, 제주에서 그의 대형 작품을 관람하는 흔치 않은 기회다.

제주국제평화센터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227-24)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세계평화의 섬’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상징 시설로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에 제주국제평화센터가 건립되었다. 2006년 개관하여 평화에 관한 홍보, 전시, 교육, 체험학습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평화의 중심지이자 천혜의 자연환경과 독특한 섬 문화를 가진 제주로서 자부심을 키워가며, 미래로 도약하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청 영과 클라라 청은 국제평화센터 속 기획전시실에 작품을 소개한다. 혼란스러운 홍콩의 정치적 상황 속 자신들의 처지를 작품에 반영한다. 새미 리와 M. J. 하딩은 제주의 오름과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동적인 파형을 탐구해 기획전시실에 영상설치를 선보인다.

지용호는 폐타이어를 재료로 공상 과학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돌연변이 동물을 만들어 전시장 입구를 지킨다. 자유와 평화를 향한 바람,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과 문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혼돈이 이곳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조화롭게 펼쳐진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