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문화의 장벽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문화의 장벽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5.15 0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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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박효철 감독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지 그 나라 고유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도 우리 나라만의 문화가 몇 천년을 걸쳐 내려오고 있는 한민족이다. 평생 한국적인 정서만을 가지고 살다가 50대가 넘어 처음 가보는 동남아에서 받은 문화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라오스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그 때 그 문화 충격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익숙치 않고 받아 드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깨달은 것은 이들을 돕기전에 먼저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드리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많이 편안해졌다.

예를 들어, 라오스 문화 중 하나는 남자 여자 상관 없이 피부가 하얀 사람이 미인이고 미남이다. 라오스는 열대 기후라 그늘도 없는 운동장에 10분만 서 있으면 금세 피부가 탈 정도로 햇살이 뜨겁다. 처음 야구를 접한 여자 선수들이 야구가 신기하고 재미있어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 여자 선수들이 친구 따라 시작한 야구가 처음에는 재미가 있어 열심히 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가 검게 타는 것을 알고부터는 좋아하던 야구를 그만 두는 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문화적 차이점으로 인해 이들의 말이나 행동을 쉽게 오해할 때가 많았다. 특히 다른 문화에서 오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서로 오해를 주고 받을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라오스나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에 야구를 보급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언어의 장벽과 음식의 장벽 그리고 가장 큰 것이 문화의 장벽이다. 언어의 장벽도 음식과의 장벽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문화의 장벽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좀처럼 극복하기 힘들고 어렵다.

박효철 감독이 미국이란 선진국에서 나와 환경이 좋지 않은 베트남으로 들어와 지난 1년 10개월 동안 많이 고생했을 것이다. 박효철 감독과 늘 이야기하는 것이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힘이 들고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잘해 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이들과 같이 야구하면 할수록 이들의 문화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박효철 감독<br>
박효철 감독

베트남 문화를 잘 모르니 판판이 실수하고 좌절할 때가 많다. 앞으로 한 달만 있으면 이제 베트남에서 보낸 시간이 2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이들의 문화를 잘 이해할 수가 없어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박효철 감독과 나는 평생 야구라는 한 길을 달려온 사람이라 다른 사회 문화를 이해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다.

베트남은 문서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모든 일을 할 때 철저하게 문서화할 때가 많다. 평생 야구하면서 문서가 아닌 말로 많은 것을 처리하며 살다가 갑자기 하나부터 열까지 문서화하는 문화는 좀처럼 익숙하지 않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모른다. 이들의 문화를 아직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만 2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고생하며 함께 달려가고 있다.

이들은 세밀한 작은 분야까지 확실하게 문서화 되어있지 않은 것을 잘 실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확실하게 문서화해서 이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이것을 처음에 잘 몰라 박효철 감독이 처음에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올 해부터 모든 일을 할 때 확실하게 문서화해서 베트남 야구협회에 제출하고 그들과 세밀히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 문화다. 이들 베트남은 우리처럼 술 한잔하고 밥 먹는다고 해서 금세 친해지는 문화가 아니다. 이들의 관계 문화는 많은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마음이 조급한 우리는 속전속결로 무언가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그런 것을 보면 나 또한 라오스에 들어가 이들 정부와 가깝게 지내게 된 것이 만 3년 이후부터다. 라오스 정부는 처음 2년 동안 아무리 내가 노력하고 미팅을 가지려고 해도 만나주지 않았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믿음의 시간이 지나 관계 문화가 돈독하게 되면 이들은 가족보다 더 가까울 정도로 모든 일들이 신뢰안에서 도와준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들의 관계문화가 서로 돈독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역시 이들과 함께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나는 요즘 이들의 문화를 알아가면서 더 풍요로운 삶의 재미도 느끼며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박효철 감독<br>
박효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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