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진 변호사 칼럼](5)양봉업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허용진 변호사 칼럼](5)양봉업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09.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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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어머니께 드리는 매화 한송이' 자서전에서
허 변호사의 눈물과 집념 성공 인생 스토리

인간처럼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환경적응에 빠르게 나타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독보적인 어류로는 연어를 꼽을 수 있다. 바다에서 놀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습성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놀랍기만 하다.

소하성(溯河性), 즉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반드시 돌아오는 특성을 가진 연어는 신비, 그 자체다.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능력 덕분에 연어는 이제까지 지구상에서 살아남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연어들은 주어진 조건과 현실에 맞춰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에 잘 어울리는 동물을 꼽으라면 어류 중에서는 단언컨대 연어일 것이다.

이런 연어의 습성과 인간의 자연 순응은 무척이나 닮았다.  그런 까닭에 연어와 또,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는 망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한다.

무수한 위험에 용감히 맞서고, 온갖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으며, 주어진 사명을 다하려는 연어의 습성을 닮은 허용진 변호사의 일대기를 보면 작은 거인처럼 보인다.

허용진 변호사의 삶도 어쩌면 연어처럼 환경에 잘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중학교 졸업 후 양봉일을 하면서 벌에 대한 관찰을 많이 했을 것이다. 영왕벌에게 일벌들이 바치는 노동력을 보면서 어쩌면 여왕벌처럼 성공자의 자리에 가야겠다는 강한 목표도 갖지 않았을까 나름 생각도 해본다.

그의 고등학교 학창시절로 들어가기 직전, 그는 양봉업을 하면서 자신의 향후 미래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허 변호사는 서귀포시 서호동 출신으로 서호초등학교와 남주중·고교, 고려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대학 3학년 때인 1985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인천·울산·광주·서울동부지검 검사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 특별수사관,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 대구·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의정부와 서울 등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2014년 서귀포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허용진 변호사 칼럼은 변호사 활동까지만 이어질 예정이다. 허용진 변호사의 성공 스토리, 많은 응원과 성원바랍니다. [편집자 주]

허용진 도당위원장
허용진 도당위원장

 

양봉업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묘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일벌들의 습성과 로얄제리의 효능을 체험하며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모든 일을 성실히 하면 적어도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길 수 있었다.

중학교 졸업 이후 4년이라는 세월을 고등학교에 진학한 대다수의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좋게 말하자면 그들보다 세상을 일찍 접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닥치는 대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삶의 이정표를 잃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신세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4년 중 2년은 주로 양봉 기술을 배우기 위해 보냈는 데 나름대로 흥미고 있고 유익한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성인이 된 지금의 생각일 뿐 당시에는 노동일 보다 돈을 더 잘 벌어 배고픔을 달래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었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고 흥미나 유익함까지 고려하면서 그 일을 하였던 것은 아니다.

양봉업은 꽃이 피지 않는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월동기에 들어간다. 그 기간에는 꽃이 없기 때문에 꿀벌들이 꿀을 채취하거나 번식 활동도 일체 하지 아니한 채 스스로의 생명유지 활동만을 하면서 오로지 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월동기간을 무사히 지낸 벌들은 봄철이 되면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 열심히 생활한다.

일벌들은 평균 4~60여 일 생존하는 동안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주어진 자신들의 소임, 즉 식량인 화분과 꿀 채집하기, 종족 번식을 위한 알 키우기, 안식처인 벌집 청소하기, 필요에 따라 새로운 벌집 짓기, 외부 침입자를 물리치기 위한 출입문 지키기 등의 일을 성실하게 한다. 상하 질서와 개별적인 능력을 고려하면서 말이다.

한편 한 마리의 여왕벌이 지배하는 일벌 집단은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 꽃들이 만발한 시기에 번식활동을 왕성하게 하여 식구가 늘어나면 분봉(새로운 여왕벌이 탄생할 무렵, 기존의 여왕벌이 일부 일벌들과 함께 기존 서식지를 떠나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생활 하는 것)을 한다.

분봉할 시기가 다가오면 누군가의 지시가 없어도 본능적으로 시기 및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서로 협동심을 발휘하여 여왕벌 집을 짓는다. 이후 여왕벌이 거기에 알을 낳으면 일벌들이 그 알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자연의 섭리가 참으로 기묘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자연의 조화에 따라 모든 동물에게 주어진 본능이란 인간의 능력으로는 참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난해하고 경이롭다. 일벌들도 본능에 따라 그러한 행동을 하다니! 감탄할 뿐이다.

어쨌든 여왕벌 알에게 일벌들이 공급하는 먹이가 우리에게잘 알려진 로열젤리인 것이다. 물론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로열젤리는 한꺼번에 대량 채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업용으로 로열젤리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만든 여왕벌집 모형을 이용해야 한다.

로열젤리는 매우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옛날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로얄제리의 효능이 탁월하다는 것은 여왕벌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굳이 과학적인 분석을 거치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일벌의 알이나 여왕벌의 알이나 완전 동일한데 알을 낳은 3일 이후에 그 알에게 로열젤리를 계속 먹이로 공급하면 여왕벌로 성장하고 화분과 꿀을 주면 일벌이 된다.

이처럼 로열젤리의 효능과 꿀이나 화분 효능의 차이가 동일한 알을 일벌로 만들기도 하고 여왕벌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하니 어느 누가 로열젤리 효능이 탁월하다고 하는데 대하여 감히 의문을 품겠는가? 그야말로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막힌 자연의 조화가 아니던가?

꿀벌이 인간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 꿀이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도 꿀을 먹고 자랐다고 전해지는 식품인만큼 사람의 건강에 좋다는 것에 대하여는 말이 필요 없어 보이지만 로열젤리는 혈류증가량이 꿀보다 100배 이상 좋은 고단백 식품이다.

또,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무기질 등 40여종의 생리활성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노화방지, 항암작용, 저항력 강화, 동맥경화 예방, 당뇨 및 고혈압, 피부미용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꿀과 함께 예로부터 사람들이매우 귀하게 여기던 식품이다.

물론 나도 당시 로열젤리의 그러한 구체적인 효능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있지 않았지만 고가에 거래되는 로열젤리를 채취하면서 한때나마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이 세상 잠시 모든 시름을 잊고 더 부러울 것이 없다는 행복감에 빠져들기도 했었다.

또한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어릴 적 굶주림에 시달렸던 것이 다소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기도 하였으나, 지금까지 매우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양봉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순도 100%의 꿀과 로열젤리를 비교적 다량 섭취한 데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게 나는 일벌들과 함께 일을 했고 일벌들은 꽃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지냈다. 힘든 일을 하는 나의 처지와 일벌들의 처지가 어쩌면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로얄젤리 채취 기술을 배우는 동안 나는 불현듯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외친 그 옛날 어느 노비의 말이 떠올랐다.

여왕벌이 낳은 알이 생육에 필요한 먹이의 종류에 따라 일벌이 되기도 하고 여왕벌이 되어 꿀벌 집단을 거느리듯이 사람도 태어날 때는 똑같은 인격의 소유자로 태어난다. 즉 모두가 평등하다.

다만 이후 성장과정에서의 환경과 여건,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 날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다는 잘못된 오만에 사로잡혀 헛된 삶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기 때문에 각자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누구나 평등하다는 생각이 전제되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자연적으로 솟아나 다른 사람들과 쉽게 동화되어 화합할 수 있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개인의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사는 것이 우리가 최소한 지켜야 할 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후 나는 평등하게 태어난 인간은 일벌의 생활과 같이 성실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평범하고도 소박한 진리를 늘 상기하면서 살아왔다.

이와 같이 우리는 꿀벌이라는 미물의 생활을 통해서도 교훈을 얻고 살아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인간은 하찮은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라고 한다면 독선에 사로잡힌 나만의헛된 생각일까?

양봉업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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