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발이 행복하다. 서귀포에 오면
[기고]발이 행복하다. 서귀포에 오면
  • 뉴스N제주
  • 승인 2023.08.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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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남 서귀포시 종합민원실
현광남 서귀포시 종합민원실
현광남 서귀포시 종합민원실

사회에서 내 별명은 ‘맨발’이다. 대학생 시절 오름 동아리를 할 때 주변에서 지어준 별명인데 아이들은 왜 그렇게 촌스러운 별명이냐고, 바꾸라고 하지만 나는 이 별명이 좋다.

그래서 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아이디는 happymanbal, childlikemanbal 등을 사용한다. 그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happymanbal’이다.

‘행복한 맨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내 희망 사항이다. 그에 따른 인터넷 닉네임은 ‘안 씻은 맨발’이다. 내가 새내기 공무원 시절 9급 공무원들 대상 시책 공모 시 제출했던 것도 ‘맨발로 오름 걷기’였다.(그 때는 기획력도 부족하고, ‘걷기’가 무슨 시책이냐고 해서, 채택이 되지 않았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까지 30분 넘게 걸어 다녔다. 그 때는 많은 도로가 비포장의 흙길이였고, 비만 오면 물 웅덩이 때문에 하나뿐인 운동화가 더러워질까봐 신발을 벗고 맨발로 지나갔다. 더러워진 맨발 때문에 신발을 신을 수 없으니, 학교까지 맨발로 걷고 나서 수돗가에서 발을 씻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그랬다. 그래서 이상하지 않았다.

대학교 시절, 오름 동아리에 가입했다. 지금은 오름에 등산로도 많고, 데크 시절도 많았지만, 당시에는 맨 흙바닥이 많았다. 그곳을 가끔 ‘맨발’로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내 별명을 ‘맨발’로 지어주었다. 맨발로 걷는 내가 특이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최근에는 주변에 ‘흙’이 많지 않다. 그리고 좋은 운동화들이 많아서 그런지 맨발로 걸을 일도 많지 않다. 심지어 모래 백사장에서도 ‘아쿠아 슈즈’를 싣고 걷는다. 가끔 맨발로 걷는 나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할 때는 맨발로 걷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맨발로 실컷 걸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바로 서귀포에 ‘황토 어싱’이라는 공간이 조성되면서부터이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걸으러 간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 그 곳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맨발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행복해 한다. 발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아이들도 좋아한다. 맨발로 걷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아이들과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어린 시절처럼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걸으니 아이들도 눈치를 보지 않고, 발이 더러워진다고 타박을 하던 아내도 맨발로 걷게 된다.

누군가의 말이 들려온다. ‘맨발이 행복하네, 서귀포에서 오니깐’,

앞으로 서귀포시에 이런 공간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 하다.

맨발이 행복하면 서귀포시도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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