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詩 창작 강좌(5)
□ 시인과 언어경제의 법칙
시에는 ‘언어경제학’이라는 것이 있다. 실물경제학에서 최고의 미덕은 적은 투자로 최대한의 이익을 거두는 것처럼 제일 좋은 시는 최소한의 말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일이다.
길게 말을 푸는 소설과는 달리 짧게 줄이되 오히려 많은 말을 내포하고 있는 상태, 될 수 있으면 말을 억누르면서도 많은 말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 시에서 말하는 ‘언어 경제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빼버려도 될 만한 말이 많으면 시가 안 된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시는 동네 깡패들이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도 같다. 권투선수가 링에서 규칙에 따라 시합을 하는 것처럼 시도 감정을 조절하고 시가 성립되는 ‘짜임새’라는 규칙을 무시하면 시가 안 된다. 쉽게 말해서 시에 등장하는 화자(시에서 말하는 사람)가 시를 끌고 가야 하는데 시를 쓰는 사람이 시에 간섭하면 짜임새가 무너진다.
시에 등장하는 화자가 확실하게 시를 밀고 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이 확실한 역할 없이 시의 장식품으로 언급되었다가 사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시적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이것저것 늘어놓았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 줄거리가 명징하지 않으면 짜임새가 없는 시다. 그러므로 다른 표현이나 낱말이 섞일 수 없는 수준,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의 글이 최고의 짜임새다.
어머니가 주신 반찬에는 어머니의
몸 아닌 것이 없다
입맛 없을 때 먹으라고 주신 젓갈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먹으려다보니
이런,
어머니의 속을 절인 것 아닌가
- 이대흠, <젓갈> 전문
위 시는 지극히 평범한 언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머니의 몸 아닌 것이 없다”라는 시적 인식이 이 시를 살리고 있다. 그러고는 “어머니의 속을 절인” “젓갈”과 화자의 시적변용에 서정시가 추구하는 자아로부터 발견하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짧은 시지만 짜임새가 단단하다.
이처럼 작은 대상도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으므로 그것을 찾아서 화자가 고백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은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작법을 소개한다.
△익숙한 말글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새로운 말글로 바꿀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고민하여야 한다. 시란 익숙한 말글과 싸워서 이기는 작업이다.(생각의 비틀기, 관습적 언어에서 일탈하기)
△시는 줄여 써서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길을 따르고 산문은 늘여 써서 적게 말하는 장르다. 그러므로 시는 산문처럼 써놓고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때 까지 빼는 작업을 하라. 그래야 시적 모티브가 뚜렷하고 시가 단단해 진다.(서술, 묘사, 진술, 통합의 알맹이만 남겨라)
△내용이 훤히 드러나지 않는 시, 한 번에 읽힐 정도로 설명적이지 않은 시가 오래 남는다. 적게 말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느낌 속에 가둘 수 있도록 묶어두는 시, 궁금증을 유발하는 시, 결론은 독자가 내릴 수 있도록 여백을 두는 작법에서 좋은 시가 많이 나온다.
- 이어산, <생명 시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