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칼럼](3)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칼럼](3)토요 詩 창작 강좌
  • 뉴스N제주
  • 승인 2018.09.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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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詩 창작 강좌(3)

시를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시가 유행가와 다른 것은 유행가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잘 정리해 놓은 반면 시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새롭게 쓴 것이다. 그리고 시에는 침묵의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침묵으로 수많은 말의 소용돌이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시다.

이어산 시인
이어산 시인, 평론가

술집과 노래방을 거친
늦은 귀가길

나는 불경하게도
이웃집 여자가 보고 싶다

그래도 이런 나를
하나님은 사랑하시는지

내 발자국을 따라오시며
자꾸 자꾸 폭설로 지워 주신다

- 공광규,<폭설> 전문

시는 또한 고해성사를 하는 행위와도 같다. 우리의 일상에서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거짓 없이 살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에는 시인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도, 숨겨 놓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란 내 마음을 낯선 말로 숨겨 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는 것이다.

인생의 사건을 모방하면 산문이 되고 인생의 감정을 모방하면 시가 된다. 모방은 다른 말로 하면 재현과 반영이다. 즉 경험(직접경험과 간접경험 포함)에서 오는 서정적 충동을 압축하여 옮겨 적는 것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시로서는 부족하다. 독자의 공감이 없는 시는 죽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게 하려면 어떻게 시를 써야 한단 말인가?

□ 시 쓰기의 몇 가지 방법

▲ 젊은 언어 사용하기
첨단 시대에 살면서도 남들이 지겨울 정도로 써먹은 낡은 시어, 즉 사랑타령, 그리움타령, 꽃, 구름, 기다림, 감탄사가 직접적으로 들어가거나 어린 시절의 풍경과 풍물, 또는 ~~하였나니, ~~노니 등의 고어체, ~~하라 ~~하게 등의 명령체가 들어간 시어보다는 가능하다면 현재의 것을, 익숙한 말 보다는 새로운 말이 무엇인지를 찾고 또 찾아야 한다.

▲뒤집어 생각하기와 비틀어 말하기
현상을 그대로 진술하면 설명문에 가깝게 되므로 시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현상 뒤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시작(詩作)의 기본이다. 예를 들어서 길을 가다가 5백 원짜리 동전을 주웠을 때 '학을 분양 받다'라든지 연관된 새로운 의미(new depaysment)를 부여하는 시 작법이다. 유안진 시인은 10원 짜리 동전을 주웠을 때 '다보탑을 줍다'라고 했다. 다소 엉뚱하다 싶은 해석이 시를 새롭게 하는 기본중의 기본인 것이다.

▲좋은 시가 아니라 문제 시 쓰기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에 관계없이 문제적 시를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숙하고 노련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라 젊고 패기 있는 표현기법, 새롭게 해석된 사물의 진술이 좋은 시다. 시를 배울 때에는 새롭지 않거나 실험정신이 결여된 시는 “시에 대한 죄악이다”는 생각을 가져라. 예술의 최대 미덕중에 첫 번째가 바로 참신함이기 때문이다.

▲사물에게 말 걸기
시를 쓴다는 것은 삼라만상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말을 걸 때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난생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라. 그리고 자꾸 물어보라. 내가 설득되지 않는 것은 비틀어서 물어보고 씨름도 해보고 연애하듯 사랑하는 마음으로 껴안아도 보고 감춰진 비밀을 찾을 때 까지 말을 걸어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그 대상은 결국 내가 묻는 말에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대답할 것이다.

▲ 시 쓰기의 대상 찾기
시를 멀리서 찾지 말라.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을 대상으로 써라. 평생 해온 일이라면 더욱 좋다. 어부나 생선을 파는 사람만큼 생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음식점을 하는 사람은 음식시를, 학원을 하는 사람은 우선 학원을 하면서 겪는 온갖 것을 시로 풀어내라. 예쁜 시는 경쟁력이 없다. 자기만의 시, 이름을 가려놓고 봐도 누구의 시인지 알 수 있는 특색있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시를 쓴다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어산, <생명 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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