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덕경 산책
[신간]도덕경 산책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10.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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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은진 / 170*230 / 372쪽 / 20,000원 / 979-11-6867-047-1 (93140) / 한그루 / 2022. 10. 20.

다시 읽는 노자의 도덕경

시대 변화를 끌어안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철학의 본령

현대에 이르러 노자 철학은 이성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사조와 더불어 그 중요성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유가가 도덕의 절대성이라는 명제 아래 이름을 확고히 하고 이름에 걸맞게 행동할 것을 강조하는 것은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사고이다. 그러나 이름에는 시간에 따른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노자는 1장에서부터 언어의 문제점을 지적했듯이 언어보다는 직관, 문명보다는 반문명, 남성보다는 여성, 부국강병보다는 소국과민을 중시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명명되는 현대의 사조는 이성 중심적인 과거와 달리 이성보다는 감성을,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을, 일원적 세계관보다는 다원적 세계관을 지향한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를 촉발했던 상대성 원리의 발견이나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인식론적 회의주의를 함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자사상을 이어받은 도가사상가들의 과학적 인식에 결정적 역할을 하여 조셉 니담 같은 학자는 도가를 중국 유일의 선진 과학 사상으로 추대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노자 철학은 여러 면에서 철학의 본령과 만난다. 비록 학술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격언과 비유 속에 담긴 심오한 의미 때문에 다양한 사상가들이 노자를 새롭게 재해석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그래서 노자는 시대에 따른 변화를 끌어안아 이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양하게 변주되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도덕경 산책》은 노자의 이러한 사상을 담은 도덕경을 다시 함께 읽고자 하는 바람으로, 통행본을 토대로 하여 원문 해석과 풀이, 그리고 저자만의 평을 담아 엮었다. 원문의 한자 풀이와 대응하는 우리말 풀이를 통해 처음 접하는 이도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고, 각 장의 뒤에 붙인 평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해석을 시도했다.

<저자>

고은진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중어중문학, 철학을 전공했다. 제주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원효의 번뇌론』, 논문으로 「노자의 자연에 대한 해석」, 「원효 『이장의』 번뇌론에 대한 유식학적 연구」, 「원효 『이장의』 소지장에 대한 유식적 고찰」, 「원효의 대승사상과 말나식 고찰」, 「아뢰야식과 眞如의 관계성에 대한 유식적 고찰」, 「원효 『이장의』 현료문에 나타난 業과 緣起고찰」, 「『성유식론』의 四緣說에 나타난 존재 인식과 타자 윤리」, 「상좌부와 유식의 인식론과 수행의 현대적 적용 고찰」 등이 있다.

현재 제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목차>

도경 道經

제1장 도를 도라고 말할 수 있다면 28

제2장 천하 사람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34

제3장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으면 38

제4장 도는, 텅 비어 있어도 그것을 쓸 때는 42

제5장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으니 46

제6장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으니 50

제7장 하늘은 오래가고 땅은 장구하다 54

제8장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58

제9장 쥐고 있으면서 그것을 채우는 것은 62

제10장 혼(魂)과 백(魄)을 하나로 안아 66

제11장 서른 개의 수레바퀴 살이 72

제12장 다섯 가지 색깔은 사람으로 하여금 76

제13장 총애도 굴욕도 깜짝 놀란 듯이 하고 80

제14장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이(夷)라 하고 86

제15장 옛부터 (도를) 잘 실천하는 사람은 90

제16장 텅 빈 상태가 극치에 이르고 94

제17장 최상의 군주는 밑에 있는 사람들이 98

제18장 큰 도가 무너지자 102

제19장 성스러움을 끊어버리고 지혜를 내버리면 106

제20장 배움을 끊어 버리면 근심이 없어진다 110

제21장 큰 덕의 모습은 116

제22장 굽은 것은 온전해지고, 휘면 펴지게 된다 120

제23장 말이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124

제24장 발돋움하여 서 있는 자는 오래 서 있지 못하고 128

제25장 어떤 것이 혼돈스런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32

제26장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가 되고 136

제27장 잘 가는 사람은 자취를 남기지 않고 140

제28장 그 남성성을 알고 그 여성성을 지키면 144

제29장 장차 천하를 취하려고 무엇을 하는 데 148

제30장 도로써 임금을 보좌하는 자는 152

제31장 무릇 예리한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기물이다 156

제32장 도는 늘 이름이 없다 160

제33장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다 164

제34장 큰 도는 넘치는 물과도 같구나 168

제35장 위대한 (도의) 형상을 잡으면 172

제36장 장차 접으려 하면 176

제37장 도는 늘 무위하지만 하지 않음이 없다 180

덕경 德經

제38장 최상의 덕은 덕이라고 하지 않는다 186

제39장 옛날에 하나를 얻어서 된 것들이 있다 192

제40장 반대로 되돌아 가는 것이 198

제41장 상급의 사람은 도를 들으면 202

제42장 도는 일(一)을 낳고 206

제43장 하늘 아래 가장 부드러운 것이 210

제44장 이름과 몸 어느 것이 가까운가 214

제45장 크게 이루어진 것은 결함이 있는 듯하지만 218

제46장 천하에 도가 있으면 222

제47장 문밖을 나가지 않아도 226

제48장 학문을 하면 하루하루 더해지고 230

제49장 성인은 고정된 마음이 없이 234

제50장 살려고 나와서 죽음으로 들어간다 238

제51장 도는 낳고, 덕은 기른다 242

제52장 하늘 아래 시작이 있는데 246

제53장 나에게 조그마한 지혜가 있다면 250

제54장 잘 심은 것은 뽑히지 않으며 254

제55장 덕을 두터이 머금고 있는 사람은 258

제56장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262

제57장 올바름으로써는 나라를 다스리고 266

제58장 그 정치가 답답하면 답답할수록 270

제59장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김 274

제60장 큰 나라를 다스리기를 278

제61장 큰 나라는 아래로 흘러 282

제62장 도라는 것은 만물의 깊은 보금자리이자 286

제63장 함이 없음을 하고 290

제64장 안정되어 있을 때 유지하기가 쉽고 294

제65장 옛날에 도를 잘 실천하는 자는 300

제66장 강과 바다가 모든 계곡들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304

제67장 세상 사람들이 다 이르기를 내 도가 크다 한다 308

제68장 장수 노릇을 잘하는 자는 무력을 쓰지 않고 312

제69장 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316

제70장 나의 말은 매우 알기 쉽고 320

제71장 알고도 알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이 324

제72장 백성이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면 328

제73장 과감하게 하는 데 용감하면 332

제74장 백성들이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336

제75장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340

제76장 사람이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약하지만 344

제77장 하늘의 도는 348

제78장 하늘 아래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352

제79장 큰 원한은 아무리 잘 풀어도 356

제80장 작은 나라에 적은 백성이 살아 360

제81장 미더운 말은 아름답지 않고 364

<후기>

스무 살 겨울 우연히 도서관에서 접한 대만 만화가 채지충의 도덕경이 내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이후, 도덕경으로 석사 논문을 쓰고, 대학에서 십 년 넘게 도가철학을 강의하면서, 도덕경에 대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내게 사명감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삼십 년이 지나 우여곡절 끝에 도덕경에 관한 책을 내게 되니 마치 해묵은 숙제를 마친 듯 홀가분하다.

내가 도덕경을 만난 그때는 진보와 개발과 1등이 최우선이었던 암울한 시대였다. 비록 원문도 아닌 만화였지만 도덕경은 내게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민초들의 오래된 지층과 같은 삶에 대해, 묵묵히 날것으로 남은 원시림과 현명한 꼴찌들의 존재와 힘을 알게 해 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산 위에서 바라본 도시의 불빛들 위로 꽉 차 있는 텅 빈 허공의 존재와 힘에 대한 깨달음은 벼락 같았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으며, 그러한 사고는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지배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인류는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생사를 겪으면서 고통에 직면했고, 괴로워했으며,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 고군분투했다. 그러한 삶의 여정은 이천오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각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들은 다르지만 도덕경은 그러한 시대적 요청들에 맞게 부응하였으며, 지금까지도 거대한 사상사적 조류를 담당하고 있음은 도덕경이 담고 있는 道의 특성과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도덕경을 읽고 주해하였다. 거기에 번거롭게 또 한 권의 책을 더한 것은 순전히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 비슷한 것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이 영상 매체나 영어에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을 뿐, 책이나 한자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웠고, 동양 철학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복잡한 사고 방식과 요구를 지혜롭고 탁월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원문을 독해해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원문과 글자 뜻풀이, 원문 해석, 그리고 뒷장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담은 평評을 넣었다. 비록 요즘 학생들이 이전에 비해 한자를 접하는 기회가 현저하게 적지만 지적인 능력은 뛰어나기 때문에 도덕경 원문을 같이 읽는다면 어느 정도는 따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장담해 마지않는다.

이 책은 현대인이 많이 접하고 익히 알고 있는 통행본을 참고하였다. 각 판본을 비교하여 글자 하나하나 노자의 의도를 찾아야 하지만 그 작업은 노자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고, 문자보다는 사상적, 철학적으로 도덕경에 접근하였다. 그리하여 문자학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을 것임을 미리 고백하며 노자의 사상이 자연 만물과 더불어 풍요롭고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도가철학을 수업하고 책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신 윤용택 교수님, 이서규 교수님, 김치완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문휘연, 강귀형, 같이 수업했던 제주대학교 철학과 학생들과 도서관 지혜학교 수료생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도덕경을 사랑했던 이들의 평화롭고 지혜로운 마음이 후세에게도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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