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김정애 장편동화 《소금바치》
[신간]김정애 장편동화 《소금바치》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9.29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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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정애/ 그림 홍가람/ 152*225/ 120쪽/ 12,000원/ 979-11-6867-042-6 (73810)/ 한그루/ 2022. 9. 30.
김정애 장편동화 《소금바치》 표지

웃음과 눈물이 담긴 종달리 소금장수들의 이야기

제주아동문학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애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이다. 제주도 동쪽 바다마을, 종달리의 소금밭과 옛 소금장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손자 승규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수복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는 소금을 만드는 일의 어려움, 소금을 팔러 다니며 겪었던 재미있는 일화, 소금밭이 사라지고 논과 밭을 거쳐 체험실로 남기까지의 일들이 웃음과 눈물과 함께 펼쳐진다.

때로는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이 듣는 이를 눈물 짓게 하고, 때로는 만화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배꼽을 쥐게 한다.

책 뒷부분에 실린 <체험실로 남은 종달리 소금밭>에서는 종달리 소금체험실의 실제 모습과 소금을 만드는 데 쓰이는 도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소개>

글 김정애

2001년 한국교육신문 주최 문학공모전에서 단편소설로 교원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동화로 등단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 중 『괜찮아 열두 살일 뿐이야』는 동남아 3개 국어로 번역되어 현지 초등학교 도서관에 보급되기도 했다.

현재 제주아동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편동화 『형제는 함께 달리는 거야』(2007)
•단편동화집 『괜찮아 열두 살일 뿐이야』(2015)
•단편동화집 『기억을 팝니다』(2018)
•단편동화집 『또또의 붉은 조끼』(2020)
•그림동화 『도깨비 방망이는 어디로 갔을까?』(2021)

그림 홍가람

공주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소금바치
1. 장날
2. 소금일은 지겨워
3. 소금 가망
4. 종달리 암쇠 가름 돌 듯
5. 말더듬이 도둑
6. 대롱 귀신
7. 소나기 덕분에
8. 소금밭은 논이 되고
9. 갈대밭은 밭이 되고

10. 체험실로 남다
11. 소금바치와 나

체험실로 남은 종달리 소금밭

<작가의 말>

소금바치를 아시나요?
어느 마을이든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가 몇 개쯤은 숨어있을 것입니다.

‘마을의 이야기를 동화라는 그릇에 담아보자.’
나의 여섯 번째 동화책은 이런 생각에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소금바치를 아시나요? 소금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요.

종달리 소금바치. 어렸을 때 흔하게 들었던 말입니다. 옛날에 종달리에는 소금밭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언제부터인가 소금바치들의 삶을 이야기로 살려보자는 마음이 스멀스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소금밭에 대해 오히려 마을 사람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참 민망했기 때문이지요. 나고 자란 땅에 대한 역사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움으로 남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은 없는 소금밭의 흔적을 이야기로나마 남겨서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렸을 때 기억의 실타래를 풀고 풀어서 그 끝자락에 붙어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싶었지만 소금과 관련된 기억은 전혀 없었습니다. 소금밭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없어진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새밭 동네와 앞가름 사이 펼쳐진 넓은 땅 몇 군데에 설치된 수로에서 엄지발이 빨간 게가 모래 구멍 속으로 들락날락하던 모습, 바닷물을 막은 방조제의 수문 등이 예전에 이곳이 바다였음을 짐작하게 해줄 뿐이었습니다.

수복이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고 어르신들이 들려준 소금밭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하여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동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저 그 시절 종달리 어느 집에 살았음직한 인물의 삶을 통하여 소금바치들의 모습을 되살려보고자 했습니다.

주인공이 살아온 이야기 속에 소금의 맛보다 더 진했던 소금바치들의 애환과 소금밭의 변천사를 담았습니다. 소금을 만드는 과정과 소금장수에 얽힌 일화 등 그 시절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수복이와 함께 소금바치 마을로 들어가 조상들이 살아온 역사를 체험하며 동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 속에서>

“낭갈래죽은 나무로 만든 삽이지. 군대라는 건 모래를 모을 때 쓰는 것이고, 중댕이는 소금에서 떨어지는 물 받을 때 쓰는 거지. 소금 만들 때 쓰는 물건은 다 나무로 만들어야 해. 짠물에 녹이 슬면 안 되니까 쇠로 된 건 못 써.” (9쪽)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종달리 사람을 보고 꼭 소금바치라고 부른다. 외가에 가도 친척들은 꼭 그런다. 소금바치 왔구나.

‘수복이 왔구나. 그러면 좀 좋아?’

소금바치가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듣기 싫었다.

‘소금을 만드는 것이 뭐가 잘못이야? 무슨 죄야?’ (18쪽)

바가지로 모래에 물을 뿌리다 보니 너무 더워서 땀이 줄줄 흘렀다. 소금기가 있는 땀이 눈에 들어갔는지 무척 따끔거렸다. 수복이는 지치고 더워서 자기도 모르게 불평이 터져 나왔다. 수복이는 문득 예전에 장터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 나자 더욱 짜증이 났다.

“아이고 지겹다. 지겨워. 도대체 소금밭은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21쪽)

집에 오자 아버지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걱정을 했다. 종일 일하느라 지쳐서 저녁을 먹고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는데 다행히도 비는 한두 방울 내리다가 그쳤다. 어머니는 자면서도 비 걱정을 했던지 잠꼬대를 했다.

아이고, 비 오네. 망했다. 망했다. (34쪽)

중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수복이는 할아버지와 밭에 가는데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병태가 보였다. 병태는 이전의 코찔찔이 병태가 아니었다. 교복을 차려입고 검정 모자에 하얀 이름표를 달고 나서니 제법 의젓한 모습이었다.

수복이는 부럽고 속상해서 집으로 휙 들어가 버렸지만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80쪽)

소금밭에 내리쬐는 햇볕은 얼마나 강렬했으며,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던 나무의 냄새는 어떠했으며, 하얀 소금의 결정은 얼마나 가슴 뿌듯했는지, 바닷물을 길어다 모래에 뿌리고 말리고 모살눌터까지 운반하는 일이 얼마나 지겹고 힘들었는지, 말을 하려면 종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복이는 소금바치 할아버지와 추억이 깃든 소금 가망이 그리웠다. 소금바치들의 땀에 젖은 이야기를, 기억 속의 소금밭을 되살려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수복이는 정자에 앉아 소금 가망이 있던 곳을 바라보다 할아버지의 쓸쓸했던 표정이 되살아나서 마음이 울컥했다. (103쪽)

문득 아빠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는 아빠에게 일밖에 모른다고 불평한다. 우리 아빠의 부지런함도 대대로 소금바치로 살아온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왔을 것이다. 논을 메꿔 밭을 만들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소금바치들의 피가 지금 내 혈관에도 흐르고 있다. 날더러 게으르지 말라고 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날마다 휘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감동이 가슴속에서 잔잔히 물결친다.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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