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한그루 시선 21 – 이애자 시집  《풀각시》
[신간]한그루 시선 21 – 이애자 시집  《풀각시》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8.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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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자 글 / 125*185 / 109쪽 / 10,000원 / 979-11-6867-034-1 (03810) / 한그루 / 2022. 8. 10.
이애자 글 / 125*185 / 109쪽 / 10,000원 / 979-11-6867-034-1 (03810) / 한그루 / 2022. 8. 10.
풀각시 표지

제주에 대한, 제주를 위한, 제주 특유의 시적 발언들

한그루 시선의 스물한 번째 시집이다. 이애자 시인의 신작 시조집으로, 총 4부에 걸쳐 59수의 시조를 묶었다.

1부 “어머니 붉은 하루를 소리 없이 파먹었다”에서는 노루발 외발처럼 달깍달깍 힘든 걸음도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맨발로 달려나가는 어머니의 삶을 그렸다.

2부 “산 날을 헤아려보니 둥근 날도 꽤 많았네”에서는 일상에 투영된 시인의 깊고 고요한 시선이 담겨 있다. 3부 “불착 젖은 갈중이 소금꽃이 필 즈음”에는 제주 사람들의 지난한 생활사를 그렸고, 4부 “홀로 나앉아 촛불 하나 켜는 섬”에서는 제주의 아픔이자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을 담고 있다.

정수자 시인은 해설을 통해 “이애자 시인의 작품 속을 거닐면 제주 특유의 바람이며 밭담과 숨비소리 등이 파도에 실려 온다. 바람만큼이나 깊숙이 서린 제주 삶의 애환이 밟히지만, 그럴수록 건실한 생의 의지가 쑥쑥 솟는 현장의 소리도 들린다. 척박한 자연과 역사적 역경을 자양 삼아 새로운 날을 열어온 제주 특유의 숨비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그런 역사와 사람살이 속에서 함께 살며 시적 자원을 찾고 구하며 시인은 정형의 묘미를 천착하는 듯하다.”라고 평했다.

<저자 소개>

이애자
1955년생.
2002년 《제주작가》 신인상.
제5회 대구시조시인협회 전국시조공모 장원.
시집 《송악산 염소 똥》, 《밀리언달러》, 《하늘도 모슬포에선 한눈을 팔더라》.
시선집 《한라에 은하에 걸리어》.
gamja9898@hanmail.net

<목차>

제1부 어머니 붉은 하루를 소리 없이 파먹었다

목화|옷|풀각시|물|닭가슴살|가을 안개||입|오월의 마늘 밭|초승달|엄마와 재봉틀|민달팽이의 길|칸나

제2부 산 날을 헤아려보니 둥근 날도 꽤 많았네

단호박|고추잠자리|두루마리 휴지|이쑤시개|무 썰다|잼 만들며|이음새|요양원의 가을|푸른 새벽|천사의 나팔꽃|한걸음|하루|순대|시월 밥상|살맛|추어탕 한 그릇

제3부 불착 젖은 갈중이 소금꽃이 필 즈음

제주 사람|밥차롱|보리개역(개역하는 날)|보리개역(밭 가는 날)|돗걸름 내는 날|구감|물허벅|백동백|고질적 흐림|일과리 궨당|하늘이 솔짝|모슬포 오월 바다|바다와 바닥|일과리 개양귀비|사계리 절창|삼월

제4부 홀로 나앉아 촛불 하나 켜는 섬

섯알오름 낮달|하얀 평화|지슬|모슬포(모슬이라)|금자삼춘|옥돔|모슬봉을 걷다|온평이 생이여|큰넓궤 종나무|격납고 앞에서|알드르 비행하다|알드르 가는 길|평화로 노을|홀에미섬|구억리 곶자왈에서

해설: 밭담 같은 삶의 품과 바람_정수자(시조시인)

<시인의 말>

툭 툭

내뱉은 생각

한 묶음

되었으니…

<추천사>

이애자의 시세계(詩世界)가 조율하는 시대정신을 거문고 가락에 얹으면 이애자의 시(詩)에서는 매우 잘 정제(精製)되고 절제(節制)된 언어의 유희가 거문고의 여섯 줄에 얹은 가락이나 되는 듯이 청아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율(律)과 운(韻)에 한 치의 오차도 일말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시의 순정이 마치 악사가 거문고를 무릎에 누이고 한 줄을 술대로 뜯어 청랑한 음을 생산하듯 단정한 매무시이다.

그 음인들 단지 명주실로 꼬아 오동나무 통에 얹어 놓은 선을 타고 울렸을 뿐이라고 가볍게 단정할 수 없다. 오로지 시인의 삶이 깊게 작용한 것이니 감히 그의 시어(詩語)들을 무엇에 비길까.

역사의 광풍에 온몸이 갈가리 찢겨 이제도 아파 우는 제주 섬 현대사도 이애자가 시로 엮으면 그 여운의 파동이 하늘 끝에 닿아 위무(慰撫)의 평화(平和)로 메아리 진다.

마치 시인이 사는 그 마을, 모살밭(모래밭)의 모래들 알알이 모진 시대의 바람살에 휘둘려도 온 우주를 타고 넘는 멜로디에 실어 아픔을 끌어안고 천년을 살아온 모슬포(摹瑟浦)처럼 그렇게 흔연하다.

시(詩)가 시인(詩人)인지 시인이 시인지 물아일체(物我一體) 그 자체가 이애자의 시세계이다.

이는 이애자의 시를 생산하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 한림화(소설가)

<책 속에서>

제주 사람

부러, 바람 앞에 틈을 내준 밭담들 보라
어글락 다글락 불안한 열 맞춤에도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 엇각을 지니고 있다

홀에미섬

대정 땅만 밟으면 살아나는 바람이라
대정 땅만 밟으면 살아나는 불씨라
그 누가 이곳에 와서 얕은 생각 품을까

지아비 보내고 자식까지 보낸 어미
저 거친 물살에 맘 꾹꾹 다스리며
긴긴 날 홀로 나앉아 촛불 하나 켜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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