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다랑쉬굴 시혼제]...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개최
[다시 봄, 다랑쉬굴 시혼제]...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개최
  • 진해자 시민기자
  • 승인 2022.04.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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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서 진행...국화꽃 열한 송이에 혼 담아 열한 분 영혼 불러내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구좌읍 다랑쉬굴 앞에서 진흠모(이생진 시인을 흠모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최, 구좌문학회(회장 진해자) 주관으로 제20회 시혼제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가 펼쳐졌다.

시혼제는 시로써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뜻을 담은 줄임말이다.

1948년에 4·3이 발발하고 그해 12월 다랑쉬굴에 숨어 있던 인근 주민 11명이 토벌대에 의해 희생되었는데 44년 만에 유해로 발굴된 일이 있었다.

이생진 시인은 이 슬프고 안타까운 사실을 알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시로써 혼을 위로하고 기억하는 일이라며 순수한 시인의 마음으로 해마다 제주도로 내려와 사비를 들여 시혼제를 올리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두 해 동안은 코로나19로 발이 묶여 행사를 치르지 못했으며 올해 20회째에 이르고 있다.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 진혼제에는 올해로 94세인 이생진 시인을 비롯한 진흠모 회원과 구좌문학회 회원들이 직접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국화꽃 열한 송이에 혼을 담아 열한 분의 영혼을 불러내는 목소리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로 구슬피 퍼져갔다.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어머니 숨비소리

죽어서 이어도로 가겠다는 한 맺힌 소리에

파랑도에서 떠도는 아버지가 고개를 든다

이어도에 시추대가 올라온 것은 어머니의 힘

올라와야 한다 물 위로 올라와 수천 만 년 물에 잠긴

설움 씻고 하늘을 보며 살아내야 한다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구천의 혼을 부르는 시를 읊고 나면 어두운 굴을 나와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념을 올린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나비가 다랑쉬굴 주위를 맴돌다 하늘로 날아간다.

박연술 무용가의 슬픈 춤사위가 하얀 천으로 두른 진혼의 쉼터에서 영혼들의 억울함을 다 감싸 안은 듯 손을 들어 하늘을 감싼다.

다랑쉬굴 주변에 유채꽃과 장다리꽃이 만개했지만, 노시인이 진혼제를 올려야 비로소 봄이다.

한편, 진해자 구좌문학회장은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시혼제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제20회 다랑쉬굴, 어머니의 숨비소리' 시혼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다랑쉬굴 앞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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