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강정효 사진집 《세한제주歲寒濟州》...한여름에 만나는 제주의 겨울
[신간]강정효 사진집 《세한제주歲寒濟州》...한여름에 만나는 제주의 겨울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8.13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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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강정효 | 220*280mm | 192쪽 | 25,000원 | 한그루 | 2021. 8. 10.
강정효 사진집 《세한제주歲寒濟州》...한여름에 만나는 제주의 겨울 표지
강정효 사진집 《세한제주歲寒濟州》...한여름에 만나는 제주의 겨울 표지

추사 김정희의 제주 유배생활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세한도(歲寒圖)다. 세한도는 제주 유배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스승을 잊지 않고 챙겨준 제자 이상적에게 추사가 선물한 작품으로, 문인화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세한도의 어원은 논어(論語)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로, 추운 겨울이 돼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름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역경 속에서도 지조를 굽히지 않는 사람이나 그 고결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

추사의 세한도를 보면 허름한 집 한 채를 중심으로 좌우에 두 그루씩 모두 네 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 모습이다. 그림 속의 나무, 즉 세한송백(歲寒松柏)은 소나무와 잣나무로 소개된다. 이와 관련하여 제주에는 잣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집의 모양을 보더라도 제주의 풍경과는 거리가 먼, 상상 속의 이미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만약에 추사가 제주의 실제 풍경을 세한도에 담았다면 어떤 모습일까? 글과 사진으로 제주의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알려온 사진가 강정효가 제주의 세한 풍경을 담은 사진집 ‘세한제주(歲寒濟州)’를 펴냈다.

강정효는 작가노트를 통해 “제주의 겨울을 담아낸다면 무엇보다도 눈과 어우러진 돌담이 들어가야 제격”이라며 “하얀 눈과 검은 돌담, 그 너머의 푸름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폭의 수묵화”라 말하고 있다.

실제 돌담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자부심은 유별나다. 제주에서 너무나 흔하기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제주의 돌담을 주제로 2000년에 《화산섬 돌 이야기》를 펴낸 것을 시작으로 2009년 《제주의 돌담》(공저), 2015년 《바람이 쌓은 제주돌담》 등 저서와 각종 인문학 강의를 통해 그 가치를 세상에 알려왔다. 이번 작업은 그 연장선으로 제주 돌담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외부인의 시각이 아닌,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토박이의 관점에서 제주의 세한풍경을 자랑하고자 한다. 제주다움과 더불어 돌담이 담아내는 추운 겨울날의 강인함까지 담아내고자 했다.”는 강정효 사진집에는 제주의 세한 풍경 89점이 수록돼 있다.

사진가 강정효는 언론사 사진기자를 거쳐 제주대 강사,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라산》, 《한라산 이야기》, 《섬땅의 연가》, 《대지예술 제주》, 《제주거욱대》, 《바람이 쌓은 제주돌담》, 《제주 아름다움 너머》, 《폭낭》 등 10여 권이 있고, 17회에 걸쳐 사진 개인전을 개최했다.

강정효 KANG JUNG-HYO
1965년 제주 출생.

기자, 사진가, 제주대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사)제주민예총 이사장, (사)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이사장)를 역임했다.

17회의 사진개인전을 열었고, 저서로 《제주는 지금》(1991), 《섬땅의 연가》(1996), 《화산섬 돌 이야기》(2000), 《한라산》(2003), 《제주 거욱대》(2008), 《대지예술 제주》(2011), 《바람이 쌓은 제주돌담》(2015), 《할로영산 웃도》(2015), 《한라산 이야기》(2016), 《제주 아름다움 너머》(2020), 《폭낭, 제주의 마을 지킴이》(2020) 등을 펴냈다.

공동 작업으로 《한라산 등반개발사》(2006), 《일본군진지동굴사진집》(2006), 《정상의 사나이 고상돈》(2008), 《뼈와 굿》(2008), 《제주신당조사보고서Ⅰ·Ⅱ》(2008, 2009), 《제주의 돌담》(2009), 《제주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빛낸 선각자들》(2009), 《제주도서연감》(2010), 《제주4·3문학지도Ⅰ·Ⅱ》(2011, 2012), 《제주큰굿》(2011, 2012, 2017), 《4·3으로 떠난 땅 4·3으로 되밟다》(2013),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관광 도입방안Ⅰ·Ⅱ》(2013, 2014) 등 제주의 가치를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hallasan1950@naver.com

사진 개인전
〈폭낭〉, 갤러리 브레송/서울, 포지션 민/제주, 한국, 2020
〈제주 아름다움 너머〉, 갤러리 브레송, 서울, 한국, 2016
〈제주4·3, 남겨진 사람들〉, 마부이구미 연속사진전, 갤러리 라파엣, 오키나와, 일본, 2016
〈한라산 신을 찾아서〉,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제주, 한국, 2016
〈할로영산 보롬웃도〉, 스페이스 선⁺ 서울, 한국, 2015
〈4·3으로 떠난 땅, 4·3으로 되밟다〉, 제주4·3평화공원 전시실, 제주, 한국, 2013
〈제주의 돌〉 기획전,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제주, 한국, 2012
〈대지예술 제주〉, 제주도문예회관, 제주, 한국, 2011
〈베트남〉, 한라대학 전시실, 제주, 한국, 2009
〈일본군진지동굴〉, 제주학생문화원, 제주, 한국, 2006
〈화산섬 돌 이야기〉, 사진갤러리 자연사랑, 제주, 한국, 2000
〈한라 백두〉, 제주국제공항(제주)/한국관광공사(서울), 한국, 2000
〈한라산의 계곡〉, 제주국제공항, 제주, 한국, 1999
〈매킨리, 산악인 고상돈 20주기 추모〉,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 한국, 1999
〈섬땅의 연가〉, 세종갤러리, 제주, 한국, 1997
〈부처님 오신 날〉, 세종갤러리, 제주, 한국, 1993
〈돌하르방〉, 동인미술관, 제주, 한국, 1987

작가 노트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추운 겨울이 돼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름을 알 수 있다.”라는 말로, 그 출처는 논어(論語) 자한(子罕) 편이다. ‘세한(歲寒)’은 설 전후의 추위, 즉 매우 심한 겨울 추위를 이르고, ‘송백(松柏)’은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리킨다. 그러니 ‘세한송백(歲寒松柏)’은 ‘추운 겨울의 소나무와 잣나무’라는 뜻으로, 어떤 역경 속에서도 지조를 굽히지 않는 사람이나 그 고결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옛 선비들은 세한송백 외에도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소나무, 대나무, 매화를, 사군자(四君子)라 하여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사랑하였다.

세한송백은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가 그린 ‘세한도(歲寒圖)’의 화제(畫題)로 유명하다. 세한도는 어려움을 겪는 스승을 잊지 않고 챙겨준 제자 이상적에게 추사가 선물한 작품으로, 문인화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에는 허름한 집 한 채를 중심으로 좌우에 두 그루씩 모두 네 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데, 이 세한도에서 송백(松柏)이 무엇이냐에 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흔히 송백은 소나무와 측백나무 혹은 소나무와 잣나무로 소개된다.

추사가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1840~1848년 당시 제주에 소나무와 곰솔은 많았지만, 측백나무나 잣나무는 없었다. 잣나무는 추운 곳에서 자라기에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자라지 않고, 측백나무 또한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이후 감귤 과수원의 방풍림으로 많이 심어진 나무다. 때문에 상상 속의 이미지를 그린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물론 세한도에 그려진 나무가 무엇이건 그 기품이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을 겪는 스승을 잊지 않고 챙겨준 제자 이상적의 마음 씀씀이가 그렇고, 이를 두고 송백에 비유한 추사 또한 그렇다. 추운 겨울날, 푸름을 간직한 수많은 나무들까지도.

그렇다면 만약에 추사가 제주의 실제 풍경을 세한도에 담았다면 어떤 모습일까?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이기에 겨울철 푸름을 간직한 나무들이 많다. 특히 서귀포 일대는 한겨울에도 각종 상록수림으로 온통 푸르다. 대나무와 감귤나무 또한 겨울철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다.

세한, 아니 제주의 겨울을 담아낸다면 무엇보다도 눈과 어우러진 돌담이 들어가야 제격이다. 제주의 눈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바람결에 옆으로 날아와 돌담에 쌓이기 때문이다. 하얀 눈과 검은 돌담, 그 너머의 푸름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폭의 수묵화다.

외부인의 시각이 아닌,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토박이의 관점에서 제주의 세한풍경을 자랑하고자 한다. 제주다움과 더불어 돌담이 담아내는 추운 겨울날의 강인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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