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채종렬 드론사진전 '사유의 제주 포구'
[전시]채종렬 드론사진전 '사유의 제주 포구'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1.2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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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토)-25(목) 
제주특별자치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오픈식 : 1.20(토) 11시

채종렬, 하늘에서 본 제주의 포구 100곳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제주의 참된 속살을 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오는 20일부터 제주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개최되는 <사유의 제주 포구> 채종렬 사진전에는 제주의 포구 100곳을 기록한 100점의 사진이 전시된다. 삶의 휴식이 필요한 시기에 시작한 제주도 1년 살이 동안 드론 카메라로 기록한 채종렬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채작가는 사진가의 본능으로 제주의 해안선을 따라 제주 조상들의 삶의 정체성과 애환이 느껴지는 포구를 드론으로 기록했다. 성산포에 터전을 잡고 성산포항을 기점으로 시계방향으로 97개의 포구를 사진집으로 엮었고 3곳을 추가 촬영해서 100곳의 제주 포구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채종렬의 이번 사진들은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은 배제하고 철저히 포구라는 공간에 천착했다. 기존의 수평적 시선이 아닌, 새의 눈으로 하늘에서 바라본 포구의 정경은 다름 아닌 고정관념을 벗어나려 한 사진가의 사유이자 시선이다.  

제주의 정체성과 애환이 깃든 포구가 각종 개발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채작가는 “제주의 아름다움과 고유성의 보전이야말로 진정한 제주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유산으로서의 포구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평론가 신경훈은 “채종렬은 누구도 관심 두지 않았던 해안의 포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과 어우러진 포구들의 모습은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제주도의 새로운 정경이다. 또한 투박하지만, 추상적 형태미를 간직한 제주 포구들은 한국 전통의 미학을 담고 있다.”라며 근원적 아름다움에 대한 깨달음을 제주 포구가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의 오픈식은 20(토) 오전 11시이며, 전시는 25일까지 계속된다.

◆평론
근원적 아름다움에 대한 깨달음, 채종렬의 ‘사유의 제주 포구’
신경훈(언론인)

울퉁불퉁 검은 현무암이 펼쳐진 해안, 제방 두 개가 두 팔을 벌리듯 푸른 바다를 감싸고 있다. 그 작은 포구에 흰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다. 배들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이들처럼, 잔잔하고 푸른 바다 위에서 안락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 너머, 넓게 펼쳐진 수풀 사이사이에 붉고 푸른 지붕의 가옥들이 다정하게 들어서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뒤에, 흰 눈에 덮인 거대한 한라산이 솟아 있다. 사진가 채종렬이 제주의 포구들을 담은 '사유의 제주 포구'연작은 이렇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제주의 풍경을, 창공을 비행하는 새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지상에서의 수평적 시선에서 벗어나, 드론을 통해 바라본 제주 포구 장면들은 상쾌한 시각적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채종렬은 지난 1년여 동안, 제주도의 모든 포구들을 드론을 사용해 담았고 그 가운데 97장의 사진들로 '사유의 제주 포구' 연작을 완성했다. 당케포구, 구두미포구, 주어동포구, 앞개포구, 판포포구 등 포구들의 이름도 신기하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많은 포구들의 형태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현무암으로 이뤄진 불규칙한 해안, 거센 태풍이 지나가는 지리학적 특성 때문에 제주 사람들은 넓고 반듯한 항구를 지을 수 없었다.

대신 해안의 모양에 맞춰 바람과 파도로부터 배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형태의 작은 포구들을 만들어왔다. 그래서 제주도의 포구엔 그 제주도 자연의 특성과 거기에 맞서 생존해 온 제주도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담겨있다. 

'사유의 제주 포구' 작품들은 또한 제주도에 대한 고정 관념을 뒤집었다. 제주도는 한라산, 성산일출봉, 현무암, 옥빛 바다로 상징되는 이국적인 풍광이 매력적인,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섬이다.

그런데 채종렬은 누구도 관심 두지 않았던 해안의 포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의 작품 속에서 소박한 포구들이 앞에 놓이고, 한라산과 성산일출봉과 오름들과 바다가 그 뒤에서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과 어우러진 포구들의 모습은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제주도의 새로운 정경이다. 또한 투박하지만, 추상적 형태미를 간직한 제주 포구들은 한국 전통의 미학을 담고 있다. 비대칭의 아름다움을 품은 조선의 막사발, 비뚤어진 나무의 줄기 형태를 그대로 살린 한옥의 서까래 등 한국 전통미의 맥이 채종렬의 작품 속 포구들의 형태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채종렬의 작품들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철저히 공간에 집중한다. 높은 곳에서 넓게 담아낸 장면들은 물론 비교적 근접해 찍은 포구에도 사람이 주인공인 적은 없다. 사람은 공간을 지배한다.

사람이 튀는 순간 그 공간은 그 인물과 연결된 사적 무대로 변질된다. 그래서 빈 공간이 오히려 그 장소의 고유성과 역사성 그리고 그 공간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숨결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사람 없는 텅 빈 실내 공간을 담은 칸디다 회퍼의 사진들이나, 인적 없는 프랑스 파리 시내 구석구석을 찍은 외젠 앗제의 사진들도 그렇다. 사람이 배제된 공간은 오히려 초월적이고 엄숙한 감정을 더 밀도있게 전해준다.

그래서 채종렬이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새의 눈으로, 지상의 세계에서 떨어져 바라본 제주 포구들의 모습은, 그곳의 역사와 그것을 만들어온 제주 사람들의 서사를 실감하게 한다. 

​채종렬의 사진들은 우리에게 사진가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사진예술의 본질은 '시선'이다. 사진가의 시선으로 인해, 외부 세계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작가의 시선에는 그가 살아오며 쌓은 미학과 타인과 세계에 대한 태도,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삶의 편린이 담겨있다. 그래서 피사체는 사진가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가의 영민한 시선으로 인해 사물의 뒤에 숨어있던 진실과 진리가 드러나게 된다. 채종렬의 '사유의 제주 포구'도 그렇다. 우리에게 제주도는 매혹적이고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신화와 전설이 풍부한 섬이었다.

채종렬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 평범한 포구들에 초점을 맞춰, 그들을 주인공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놨다. 채종렬의 작품들을 보며, 감상자는 우리가 알던 제주도의 모습이 그 섬의 실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검은 돌담 옆으로 펼쳐진 샛노란 유채꽃밭이나, 자아를 찾아 걸었던 호젓한 올레길은 오히려 제주도의 표피적 풍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바람과 파도와 싸우기 위해 제주도 사람들이 오랜 세월 쌓아 온 소박한 포구들이 제주의 본래 모습에 가깝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더욱 애틋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다. 

당케(표선) 포구

◆작가노트
사유의 제주 포구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곳”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 포구의 아름다움”

​“포구”의 사전적 의미는‘배가 드나드는 개의 어귀’를 뜻한다. 항구와도 얼추 뜻이 비슷해 지금은 항구라는 말을 많이 사용 한다. 굳이 둘을 구분하자면 아무래도 어선의 출항과 정박하는 수가 포구에 비해 항구는 규모가 큰 편이다. 하지만 아직도 현지 에서는 항구보다는 정겨운“포구”로 불리어 지고 지도에도 그렇게 표기되고 있다.

『제주도포구연구』의 저자 고광민님은 여러 문헌과 지도를 토대로 현장 조사를 통하여 82개의 제주도 포구 위치를 추적하고, 포구의 명칭을 분석했는데 마을 이름을 사용한 포구가 53곳으로 절대적으로 많았고, 지경 이름을 사용한 포구는 20곳, 포구 이름을 사용한 포구는 7곳, 지형지물을 사용한 포구는 2곳이라고 한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척박한 땅 제주에 살기 위해 사람들은 바다로 나가야만 했다. 제주는 포구를 만들려 해도 해안이 단조롭고 암초가 많아 쉽사리 포구가 확보되기 어려웠다. 태풍의 길목으로 거센 파도를 막아내야 하는 어려움 속에 제주 사람들은 자연에 맞서지 않고 오히려 자연을 이용해 슬기롭게 포구를 만들었다. 

포구는 큰 바위와 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가 자리하고, 제주도 말로 옴팡지게 항아리 모양으로 돼 있는 지형을 찾아내 만들었는데, 내부부터 안캐(내포), 중캐(중포), 밧캐(외포) 3칸으로 나누었다. 안캐에는 태풍을 피하거나 수리가 필요한 배가, 밧캐에는 물때를 맞춰서 바로 출항해야 하는 배들이 정박하게 하는 지혜롭고도 실용적인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갔다.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제주의 포구는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는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힐링 공간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작업은 드론을 이용한 촬영으로 다양한 앵글과 하늘에서 매의 눈으로 내려다 보이는 제주 포구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어 생생하고 멋진 경관을 담았다. 전시에서 제주포구의 풍경이 더욱 빛나고, 새로운 제주 자연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겨울철 촬영으로 제주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랜드마크인 눈 덮인 한라산을 멀리 배치 하므로서 제주의 정감을 더욱 느끼도록 하였다.

​제주포구는 제주의 문화 유산으로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이제는 그 아름다움과 고유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제주포구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그 가치를 인식하여 제주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 주었으면 한다.

제주 조상들의 삶의 정체성과 애환이 느껴지는 문화유산인 포구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많이 없어지고 변형되고 있는 상황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아가 우리의 독특한 제주포구가 잘 보존되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제주의 풍경으로 보존되기를 기원해본다.

​제주에서 1년살이를 하면서... 
사진가 채종렬

신도 포구

​◆채종렬 CHAE JONG-YEOR

​현재
DSLR 및 스마트폰사진 촬영 강사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집행위원
(사)한국사진작가협회 고양지부 감사

​약력
1999 서울특별시 퇴임
1999 서울시립대 시민 사진예술과정 이수
2000 Kapa Photo Academy 포튜레이트 과정 수료
2009 일산종합사회복지관 디지털아트 강사 역임
2013 우리은행본점초청 사진강의
2016 경기도 향토작가 인준
2016 경기예술대상 수상
2018 한전, 스마트폰 촬영법 초청 강의
2018 고양지부 핸드폰사진 공모전 심사위원장
2018 여행작가학교 수료
2016 (사)한국사진작가협회 고양지부 지부장역임
2022 제주특별자치도포토페스티벌“폰카촬영법 5일 강의”

개인전
2012 겨울밤의 일장춘몽, 토포하우스
2012 초대전 겨울밤의 일장춘몽, 갤러리 와
2015 화양연화, O2 갤러리
2020 Window Frost, 갤러리 강호
2023 사유의 제주 포구, 갤러리 강호 

주요 그룹전 71회
2006 아세아.서울 국제미술박람회 7개국, 서울시립미술관
2007 제4회 타쉬캔트 국제 비엔날레 특별전 
2007 중국길림성 연변사진문화국제사진전
2012 제1회대한민국사진축전 부스전, SETEC
2012 별이 빛나는 하늘전, 갤러리 스카이연
2013 고양600년기념 대표작가 5인전, 고양시청 갤러리
2013 서울포토 연감전시, 코엑스B홀
2014 중국연변국제사진문화 관광절, 연변국제컨벤션센타
2015~20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예술의전당
2018, 20  Window Frost, 예술의전당 부스전
2020 중국연변국제사진문화 관광절.연변국제컨벤션센타
2021 고양포토페스티벌“주제가 있는 10인 사진 초대전”
2023 이산가족예술프로젝트“그리운 얼굴전” 임진각

출판
2012 화양연화, 도서출판 하얀나무
2020 나도 폰카로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 도서출판 하얀나무
2020 Window Frost, 도서출판 하얀나무
2023 사유의 제주 포구, 도서출판 하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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