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이원경 장편 힐링 동화 《어쩌면,》
[신간]이원경 장편 힐링 동화 《어쩌면,》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12.1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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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경|그림 신기영|150*210|63쪽|12,000원|979-11-6867-141-6 [73810]|한그루|2023.12. 15.
[신간]이원경 장편 힐링 동화 《어쩌면,》
[신간]이원경 장편 힐링 동화 《어쩌면,》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가득한 아이의 세상
걱정과 미안함으로 가득한 엄마의 세상
각자의 세상을 연결하고 위로하는 또 다른 세상의 선물

제주아동문학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원경 작가의 장편 동화이다. 이혼 후 제주로 이주한 한 엄마와 아이의 애잔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를 비롯해 많은 엄마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쁘고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데, 저자는 또 다른 삶을 그리며 찾은 제주에서 어린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내 아이도 나를 이렇게 기다렸을까, 내 아이의 세상도 이렇게 외로웠을까, 생각하면서 기다림에 익숙한 아이들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위로하는 동화를 짓게 되었다. 아이유의 ‘러브 포엠’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그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에 위로를 받은 저자는 ‘아이들을 위한 노래’ 같은 동화를 만들었다.

동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장과 따뜻함으로 위로를 전한다. 우리가 외로움과 기다림 속에 있을 때도 달빛과 별들이, 꽃과 바람과 나비들이 우리를 지켜보며 애정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지친 하루를 더 크고 아름다운 세상과 만나게 해준다. 같은 엄마로서 저자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신기영 작가가 글에 어울리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따뜻함을 더했다.

■ 저자 소개

글 이원경

〈대한민국 행복 나눔〉 문예콘텐츠 공모전에서 산문 부문 「가슴동생 송이」로 금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미디어 교육을 전공하고 관련 교육을 하면서 수집한 일화를 엮어 2018년 『아스팔트에 개미도 살고 있어!』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제주 서귀포에서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림 신기영

글을 그리고 그림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한국적 이미지를 연구하고 작업하면서 다양한 해외전시와 국내전시에 참여합니다. 제주에서 학교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아이들이 예술 활동으로 공동체와 함께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배울 예술교육 지원센터 대표이며, K-Heritage 회원입니다.

■ 작가의 말

나는 30년 차 맞벌이 엄마였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엄마라고 주문을 걸며 늘 아이들의 성장 속에 내 삶을 두었다는 것을 느낀 것은 6년 전이었다. 정신없이 치열하게 살다, 어느 날 문득 지쳤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에 묶여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그렇게 제주로 왔다.

제주에서의 삶은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시작됐다. 20년 넘게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가 아이들의 해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생활 속으로 들어가니 마냥 행복했다. 이전처럼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너의 행복’을 위한 가치를 가르치는 일이 참 좋았다. 그러다 ‘나와 내 아이들의 삶’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제주에 온 첫해, 돌봄 교실에 다니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오래전 돌봄 교실 속 내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아, 내 아이들도 겉으론 별일 없이 지냈지만, 매일 엄마가 언제 올지 기다렸겠다.’

일찍 데리러 간다고 해놓고는, 간혹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게 갔던 적을 떠올렸다. 친구가 모두 돌아가 혼자 남은 돌봄 교실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엄마를 만나고 해맑게 웃던 모습만 기억하던 나에겐 충격이었다.

‘어쩌면, 내 아이도 엄마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 아이도 혼자 남은 시간이 지독히 외롭지는 않았을까?’

어린 내 아이들이 수많은 날, 수많은 시간 엄마를 기다렸을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그때의 쓰린 마음이 이 동화를 시작하게 했다.

어느 날,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한 제주 생활이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은 외로움의 연속이기도 했다. 그날도 참 외롭다는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그때 아이유의 ‘러브 포엠’이라는 노래가 들렸다. 서정적 멜로디도 좋았지만, 가사가 귀에 꽂혔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상에 갇혀 각자의 관점에서 주변을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나의 판단과 다르게 나를 위로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새삼 내가 제주로 온 이유를 생각했다. 외로움을 느낄 때 바다를 보고 있으면 외로움이 사라진다. 넓은 품을 가진 바다에 나의 외로움을 던지면 바다는 그대로 받아주기 때문이다. 천천히 걷다 만나는 제주의 들꽃, 나무의 푸르름, 노을, 파란 하늘, 상쾌한 바람, 제주가 품은 많은 것들이 나의 외로움을 채워준다. 이 노래 가사는 6년 전 느꼈던 마음에 불씨를 살렸다. 아이들로 시작해 제주와 함께 동화를 완성했다.

나는 이 동화를 통해 아이들을, 엄마를, 아빠를 위로하고 싶다. 서로의 마음을 좀 더 읽고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동화의 그림은 맞벌이 엄마 동지인 30년 지기 친구 신기영 화가가 그려주었다. 내 글을 읽고 흔쾌히 그림을 그려준 신기영 화가께 감사를 전한다. 사랑을 담아 따뜻하게 전하는 그녀의 서정적인 그림은 언제나 감동을 준다. 사랑하는 친구, 감사해요. 두 엄마 작가의 고백과 위로가 세상의 외로움을 조금 덜어낼 수 있기를.

■ 책 속에서

먼 산봉우리에 걸린 해가 붉은빛으로 퍼질 때쯤 솔은 가만히 마당을 나와 돌담으로 갑니다. 처음에는 돌담에 기대 골목 끝을 봅니다. 이내 솔은 돌담 아래 작은 몸을 포개 앉아 하염없이 골목 끝을 쳐다봅니다. 까만 밤이 되기 전 집에 온다던 엄마는 왜 아직 오지 않을까요? (7쪽)

오늘은 정말이지 솔의 세상에 오롯이 솔만 있는 것 같습니다. 순애 할머니는 집 안에 있으라고 했지만, 솔은 돌담으로 나갑니다. 돌담 밑에 작은 몸을 웅크린 솔의 어깨에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여기 이렇게 돌담 밑에서 골목 끝을 보면, 버스 불빛이 잘 보입니다. 그렇게 솔은 돌담 밑에서 엄마를 기다립니다. (18쪽)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골목 끝에 불빛이 비칩니다. 버스가 도착했어요. 이번에는 꼭 엄마가 탔겠죠? 엄마가 약속했잖아요. 어둡기 전에는 꼭 돌아온다고…….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난 솔은 그대로 골목 끝으로 달려갑니다. 버스가 이번에도 불빛 방귀를 뿜고 냅다 달립니다. (27쪽)

솔의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에 하얀 나비도 함께합니다. 사실 하얀 나비는 오늘 낮부터 솔을 따라다녔어요. 돌봄 교실이 끝나고 순애 할머니와 집으로 가는 솔을 발견하고 솔의 어깨에 앉아 인사를 했어요. 하지만 솔이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느라 미처 나비를 보지 못했어요. 나비는 아까부터 솔의 집 근처에 있었어요. 나뭇가지에 앉아 달님과 작은 꽃들이 솔을 위로하는 것을 보고 있었어요. (40쪽)

솔도 제주의 생활을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이렇게 일이 밀려 회사가 늦게 끝나면 엄마의 마음은 조급합니다. 솔이 집에서 혼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엄마의 마음도 아픕니다. 솔이 혼자 있게 된 것이 마치 엄마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엄마는 사장님이 준 마지막 일거리를 빨리 끝내려고 열심히 일을 합니다. 그런 엄마를 하늘의 빛나는 달님이 지그시 지켜봅니다.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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