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사과꽃 초대장'
[신간]'사과꽃 초대장'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12.13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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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명순|그림 박영애|185*235|106쪽|12,000원 / 979-11-6867-142-3 [73810]|한그루|2023.12.25.
글 고명순|그림 박영애|185*235|106쪽|12,000원 / 979-11-6867-142-3 [73810]|한그루|2023.12.25.
글 고명순|그림 박영애|185*235|106쪽|12,000원 / 979-11-6867-142-3 [73810]|한그루|2023.12.25.

누구에게나 슬픔이 있는 것처럼 기쁨과 즐거움도 있으니

우리는 우리답게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길

제주아동문학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명순 작가의 첫 동화집이다. 5편의 단편동화를 묶었다.

저자는 작가이자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늘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살아간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괜찮은 어른이길, 그래서 그 아이들이 괜찮은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짓는다.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동화는 주로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걱정을 훔치는 할머니’에는 어떤 걱정이든 유쾌하게 척척 해결해주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학원에 가기 싫을 때도, 놀리는 친구 때문에 고민일 때도 할머니에게 가면 문제 없다. ‘루꾸 아줌마’는 탄광촌의 길고양이 이야기다. 

사람들이 난개발에 내몰리는 것처럼, 집을 잃고 떠도는 길고양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응원과 희망의 말을 전하고 싶어진다. ‘쿰쿰이 오빠’는 장애를 가진 오빠와 동생이 주인공이다. 동생인 나는 언제나 돌봐야 하는 오빠라는 존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정수리 냄새를 맡으라고 머리를 내줄 만큼 애정이 넘친다. ‘내 동생 연수’는 투병 중인 동생을 애잔함과 애정으로 바라보는 착한 오빠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표제작이기도 한 ‘사과꽃 초대장’은 스스로 장례식을 기획하고 그야말로 잔치처럼 자신의 장례식을 치르는 왕할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이별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책은 아이들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가득 담아 재미있는 발상과 이야기로 가득하다. 한편 돌봄과 장애, 소외된 존재들, 죽음과 이별과 같은 무거운 소재들도 건강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려내면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하고 있다.

■ 저자 소개

글. 고명순

1971년 겨울 제주 애월에서 태어났습니다. 2019년 제25회 제주신인문학상 동화 부문에 수상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2020년 동화 <아기가 된 할머니>로 《한맥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현재 제주도 문인협회, 제주아동문학협회, 애월문학회에서 글벗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공립아이세상어린이집 원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2022년 육아서 《육아는 모든 순간이 소통이다》를 펴냈습니다.

그림. 박영애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1975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서양화)를 졸업하고 1979년 동 대학원 응미과 (도자공예)를 졸업했습니다. 1979~2000년 개인전 5회, 뢰차전 20회, 다수의 그룹전시를 했으며 1990~2002년 동국대, 경희대, 성균관대 미술실기를 강의했습니다. 2002~2018년 명상지도사. 마음수련 명상센터를 운영했고, 2019년 은퇴 후 디지털 드로잉을 시작하여 현재 어린이집에서 동화구연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드로잉 그림을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 차례

걱정을 훔치는 할머니 08

루꾸 아줌마 32

쿰쿰이 오빠 52

내 동생 연수 70

사과꽃 초대장 88

■ 작가의 말

 

연수야! 잘 있니? 건강하지! 초코아이스크림은 실컷 먹고 있겠지! 좋은 오빠가 곁에 있어서 얼마나 든든하지 몰라.

우리 세후! 웹툰은 잘 되고 있나 궁금하네. 어느 날 문득 쿰쿰 정수리 냄새가 그립거든 언제라도 달려와도 괜찮아.

누구에게나 슬픔이 있는 것처럼 반드시 기쁨과, 신나고 즐거움도 있는 거니까. 루꾸 아줌마가 그걸 알려줬잖아.

살아가다 보면 큰 슬픔을 만나게 될 때도 있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담담하게, 차분하게, 차근차근 해보는 거지.

너무 슬픔에 빠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 슬픔이 아픔이 될 테니까 말이야.

사과꽃 핀 마당에서 왕할아버지께 배웠잖아. 왕할아버지 안녕히 돌아가셨죠!

그리고 말이야!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우리에겐 동백나무집 할머니가 계시니까. 어떤 것도 다 들어주고 어떤 어려움도 다 해결해 주실 테니까.

너답게, 나답게, 우리답게 매일 매일을 살아가면 되는 거야!

人生(인생)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어떠어떠한 연결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잖아요. 너무 슬프다가도 웃게 되는 날이 있고, 죽을 만큼 화가 났다 가도 불어온 바람결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날도 있어요. 우리의 희로애락은 그렇게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과정 그것이 人生(인생)인 것 같아요.

저를 만나는 아이들에게 괜찮은 어른 한 사람 만났다는 느낌 이 들게 살아가고 싶은 게 소망이에요. 그 아이들이 자라서 괜찮은 어른이 되어줄 것을 믿으니까요.

■ 책 속에서

“엄마! 전학시켜 줘.”

3학년 어린이날이었던가? 도움반 없는 학교로 전학시켜 달라고 얼마나 울었나 몰라.

그 후로도 오빠랑 다른 학교 다니는 걸 소원으로 해봤지만 아직 이뤄지진 않았어. 착한 애 소원은 들어준다는데. 그렇다면 내가 착하지 않다는 건가? 잘은 몰라도 오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괜찮아. 다행히 오빠는 6학년이 되었고 몇 달만 참으면 졸업이니까 드디어 자유야, 해방이야. 야호! (53쪽)

연수는 하루에 노란 약 세 알을 잘 먹고 잘 자야 하는 아이다. 노란 알약을 먹으면 곧 잠이 들어버릴 때가 많다. 잠든 연수는 새하얀 아기 토끼 같았다. 공기놀이도 못 하고 줄넘기는 꿈도 못 꾸고 얼음 땡이 뭔지도 모르지만 잠든 연수는 아기 토끼처럼 예뻤다. 연수를 생각하면 짜증이 나는데 예쁘다고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75쪽)

하얗게 피는 사과꽃을 해솔이는 별꽃이라고 불렀다. 나무마다 별꽃이 뭉텅이 뭉텅이로 피어대면서 별처럼 날리는 어느 날.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크게 그려진 왕할아버지 장례식 날이 되었다. 해솔이와 나는 특별한 오늘, 어떤 날보다도 일찍 일어났다. 왕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걸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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