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음의 두 번째 공연]'섬이라니, 좋잖아요'서 볼 것 다 봤다
[인음의 두 번째 공연]'섬이라니, 좋잖아요'서 볼 것 다 봤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10.1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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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타와 고담희 해금과 건반+이희철의 타악기 연주+홍관수의 목소리와 하모니카에 흠뻑
[인음의 두 번째 공연]'섬이라니, 좋잖아요'서 볼 것 다 봤다
[인음의 두 번째 공연]'섬이라니, 좋잖아요'서 볼 것 다 봤다

감동, 감격, 감사가 나오는 불후의 공연이었다.

여행작가 김민수의 제주초가 게스트하우스 '섬이라니, 좋잖아요'에서 만나는 '인음'의 두번째 공연은 무한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공연은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깊어가는 가운데 김도형의 기타와 고담희의 해금과 건반 그리고 이희철의 타악기 연주가 어우러진 가운데 홍관수의 목소리가 빛을 발했다.

성읍리에 위치한 이곳 무대에서 제주, 가을. 노을, 하늘, 노래, 사람들이 어우러진 감동의 물결이었다.

시각장애인 홍관수 기타리스트겸 싱어송라이터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고담희씨가 궁금했다. 기자는 일요일 늦은 시간에 초대를 한다고 해서 일정이 어찌될지 몰라 확답은 안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꼭 가서 응원을 하고 싶었다.

참가 티켓 값이 2만원으로 그곳 멀리까지 관객들이 갈까하는 생각에 잠겨 많이 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갔다. 그런데 아름다운 집이 나타났다. 성읍리에 종종 가봤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초가는 처음이었다.

주인장 김민수 여행작가의 안내로 각각 방을 투어하며 설명하는데 이게 제주의 정취이고 관광객들이 이것을 보러오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꾸며서 살고 있는 주인장을 속으로 칭찬했다. 왜냐하면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초가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반가운 얼굴도 만났다.

제주의 또다른 다크호스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영화배우 백선아씨가 친척 동생이랑 참석해서 같은 의자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따뜻한 물을 갖고 와서는 내게도 권해 같이 마셨다. 

홍관수 씨는 익히 알고 있어서 공연전에 만나 인사하고 나서 시간이 되어 무대에 오른 '인음' 팀들은 잘 꾸며진 무대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준비는 잘 되어 있었다.

이들이 노래는 거의 자작곡이었다. 홍관수의 노래가 대표적으로 자작곡이 많았고 각각 연주자들이 메인 무대로 공연을 펼쳤다.

굵직한 홍관수의 목소리가 울림을 주었다. 마당에 만들어진 무대는 음악을 듣기에 참 좋았다. 어둠이 깊어갈수록 조명색은 짙어졌다. 그런 조명속에 비친 출연진들은 나름대로 준비된 노래와 연주로 관객들과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주인장 부부를 위한 정태춘 부부의 노래 ‘봉숭아’노래도 선사하고 자신이 자유롭게 부르고 싶은 무대가 없어 이곳에서 15분짜리 자작곡인 ‘어머니’라는 노래를 부르겠다는 홍관수의 소리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바람은 차갑고 마당에 앉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겠다 싶은 것이다.

짧은 곡이 아닌 15분짜리 명상곡 ‘어머니’를 부르는 데 김도형의 기타소리가 그렇게 잘 들어왔다.

곡을 들으면서 천재와 천재들의 만남이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외치다 '엄마'로 외치고 다시 '어머니' 하면서 몇 번이고 외치는 이 노래가 정말이지 심장이 팽창 최고순간까지 가게 만들었다.

그 울림이 고담희의 해금소리를 더해 빠르게, 더 빠르게, 가장 빠르게 속도를 내는 음악의 신들림에 의자에 앉아서 그냥 몸을 놔둘 수가 없었다.

관중들은 다들 신들린 모습에 자꾸 손이 눈으로 가는 모습도 보였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수가 터져나왔다. 

고담희는 무대에서 기타리스트 김도형을 극찬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김도형이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천재라고 소개했다. 자신이 해금곡으로 '정념(억누를 수 없는 마음)'을 연주하는데 기타 반주를 해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오늘 김도형이 나타나 소원성취할 수 있다는 기쁨을 내비쳤다.

기타의 이끌림에 해금의 연주는 궁합이라는 말이 기억될 정도로 연주는 잘 미끄러져 갔다. 고담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연주였다. 마사회에서 여성 최초로 말 관리사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신비롭지만 그녀의 해금을 연주하는 집중에서 또다른 감흥을 느꼈다. 그녀의 소원이 풀린 그림같은 연주 무대였다.

고요한 호수의 바다를 지나는 순간을 맞아 음악은 끝이 났다. 절대적인 연주자와 공연자의 승리였다.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쉽게 보지 못할 광경을 목격해 버렸다. 어찌보면 잘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들 같은데 자세히 보면 또 잘 다듬어진 준마처럼 착각할 정도로 이들은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머뭇거림없이 마구 달렸다.

연습도 중요하겠지만 이미 만들어져 있는 천재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확신해 버렸다.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가을이 익었다. 님에게, 어머니, 미련, 정념이라는 제목의 노래와 연주를 들으면서 가을을 놓고 싶지않은 마음, 가을의 품속에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을 내비치는 것 같아서 종종 하늘을 바라봤다.

바람과 함께 오는 가을 하늘이 어둠을 몰고 왔지만 그 하늘이 이불처럼 따뜻했다.

공연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다시 가보고 싶은 인음의 대단한 공연이다. 성읍민속 마을에 오랜만에 저녁에 많은 사람들의 인파가 몰렸다가 흩어졌다.

여행작가 김민수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우리는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그런 일상 속에 살아가요.
그다지 특별할 것도, 감사할 것도 없이.

드넓게 펼쳐진 잔디마당에 앉아 바라보는
제주의 노을은 어떨까요.
오색찬란 천지사물을 붉게 물들였다가,
살구만큼, 손톱만큼…

점점 작아져 결국 저 지평선 너머로
꼴딱 사라지고서야
숨죽였던 사람들의 도란도란 목소리와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옵니다.

'인음'의 음악에 이끌린
제주 가을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에는
다정한 음악과 별빛이 아로새겨집니다.

100년도 더 지난 고택의 자재를 활용하고,
전통 기법 그대로 지어
지음새가 뛰어난 제주의 초가.

[공연정보]

공연 일시 : 2023년 10월 15일 (일요일), 늦은 5시
공연 장소 : 제주 게하 ‘섬이라니, 좋잖아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로 149)
관람 시간 : 90분 (*현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티켓 가격 : 2만원
주최·주관 : 인음
장소 협조 : 섬이라니 좋잖아요
기획·디자인 : 김나영 (흠무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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