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이명혜 시집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놓고 싶다'
[신간]이명혜 시집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놓고 싶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8.07 0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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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은 꽃으로 울어야 속이 풀릴 울음터질 날을 위해 아직은 피우지 못한 나의 그꽃

해넘이 발작
번뇌업 마그마 토악질해 대는

어딘가에 들어앉은 진앙지 찾아
내장 깊숙한 곳 내시경 들이밀면
꽃 한송이 울음 머금은 채
서 있을 거다

흔들리는 세상
중심 잡기 위한 몸부림 석양 울음으로 피어나라
마흔 셋 어머니 목숨 걸고 낳은 아이
무병장수 기원하신 흔적
아픈 꽃자리 새겨져 있을

내 삶의 중심추 반가사유상 돋아날 즈음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던 어머니
섬섬이 수놓은 기도
유리처럼 반짝이는 동굴 벽 암각 또렷이
읽어 낼 수 있어

반 가 사 유
나직한 울림
화장세계 미소 가만히
머금고 싶다

-. 이명혜의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 전문

이명혜 시인

이명혜 시인이 시집(시작시인선 0477)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는 실존을 위한 여성성이라는 제목의 연작시를 포함한 시간적 공간적 이미지를 초월한 서정시집이다.

이번 시집 구성은 시인의 말, 제1부 '허공에 걸쳐진 인생', 제2부 '꽃 같은 꽃이었음을', 제3부 '어느 봄날 되새김질', 제4부 '계절의 뿌리는 다시 그렇게', 해설로 구성됐고 총 61편의 시가 실렸다.

시인의 말에서 이명혜 시인은 "방법을 찾다. 어둠 속에 있으면 어둠과 하나가 되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외로움 속에 있으면 외로움과 하나가 되어 외롭다고 울지 않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맛비 속에 있으면 장맛비와 하나가 되어 장맛비에 뛰지 않아도 되었다"며 "이제 시 속에 있으면 시와 하나가 되어 내 삶이 시처럼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희망했다.

김재홍(시인) 문학평론가는 "서정시의 시간은 언제나 현재이다. 현재는 서정적 주체가 맞이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과거를 다루든 미래를 다루든 오직 '현재'라고 하는 것은 '서정시는 생의 순간적 파악'(김준오)을 요체로 하는 양식이라는 주장이 성립된다는 뜻"이라며 "서정시는 한 시적 주체의 내면에 떠오른 순간의 메시지를 언어화한다. 또한 서정시는 자신을 세계에 투사하거나, 세계를 자아화(조동일)하면서 어떤 동일성의 경지를 추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어쩌면 시인은 세계의 본질과 본성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뒤흔드는 전제군주인지 모른다. 그/그녀는어떤 대상을 다루더라도 그것에 자신의 내면을 비추거나, 반대로 그것이 자신에게 동화되도록 유도하면서 결국에는 둘 사이의 거리를 제거해 버린다. 이를 '거리의 서정적 결핍'이라고 말한다. 세계는 서정시인에게 철저히 종속된 정서적 상관물"이라며 "시인은 자신의 고통을 다하여 동일화한 세계를 독자에게 드러냄으로써 그들에게 위안의 언어를 선사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정시인의 시간은 오직 현재이다. 과거와 미래는 연장된 현재일 뿐이다. 우리가 만일 한쪽으로 무한히 나아갈 수 있다면 그곳에는 분명 '최초의 폭발(빅뱅)이 현재할 것이며, 다른 한쪽으로 무한히 뻗어 갈 수 있다면 그곳에는 분명 '최후의 수렴점'이 있을 것"이라며 "모든 것은 '지금 시간'(Jetztzeit)이다(발터 벤야민), 이를 '영원한 현재'라고 하거나 '영원성'이라 표현할 수도 있다. 현재는 영원하다"고 주장했다.

<strong>시집</strong> <strong>'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 표지</strong>
시집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 표지

특히 "과거-현재-미래는 시간 개념이 아니라 주체성의 문제가 된다. 내가 누구인가에 따라 시제가 결정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서정적 자아의 투사와 동화의 대상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항상 현재일 수밖에 없지만, 시가 포함하는 다른 대상들로 인하여 시제가 분절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명혜의 서정성을 지탱하는 힘은 현재성과 동일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그것을 심화시키고 강화시키는 주제 의식의 강한 조력을 받고 있다. 관능-생명사랑으로 이어지는 이명혜 고유의 사유는 그녀의 시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김재홍 문학평론가는 "이명혜의 시간은 가히 무한대로 연장되어 시간의식은 공간적으로도 주체적으로도 무한에 이르며 서정성은 확장된 현재성 위에 구축되어 있다. 자신 이전에 있었던 모든 사건들과 언제나 함께 하면서, 자신 이후에 벌어질 모든 사건을 함축하는 경이로운 '현재'"라며 "이는 동시에 모든 것들과 함께하는 동일성의 구현이고고 나와 대립하는 타자가 설정되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다른 '나'가 등장하는 완벽한 동일성의 세계라며 그녀의 이번 시집은 매우 철학적인 문제의식의 시적 표현으로 가득하다"고 극찬했다.

◆이명혜 시인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졸업. 1999년 한국아동문학 신인문학상(동시), 2022년 스토리코스모스 신인문학상(시) 수상. 『햇살이 놀러 온 마루』, 『이사 온 수선화』 시집 『꽃으로는 짧은』,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 자녀 교육 사례집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 행복한 엄마', '더 행복한 아이' 등이 있음. 현) 제주아동문학협회 부회장, 제주문인협회 부회장, 전) 제주MBC 시청자위원, 제주독서문화대전 추진위원, 현) 사회적기업 (주)키움학교 대표, 제주관광대학 사회복지과 겸임교수  

◆시집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놓고 싶다'

1판 1쇄 펴낸날 2023년 6월 30일
지은이 이명혜
펴낸이 이재무
기획위원 김춘식, 유성호, 이형권, 임지연, 홍용희
책임편집 박예술
편집디자인 민성돈, 김지웅, 정영아
펴낸곳 (주)천년의시작
등록번호 제301-2012-033호
등록일자 2006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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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6021-721-804810 978-89-6021-069-1 04810(4)
값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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