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김항신 시평집 《수평선에 걸어놓은 시 하나》
[신간]김항신 시평집 《수평선에 걸어놓은 시 하나》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8.02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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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항신 / 130*190 / 240쪽 / 15,000원 / 979-11-6867-103-4 [03810] / 한그루 / 2023.7.31.
설렘과 슬픔을 함께 나눈 예순 편의 시섬의 시인이 전하는 잔잔한 헌사
김항신 시평집

설렘과 슬픔을 함께 나눈 예순 편의 시
섬의 시인이 전하는 잔잔한 헌사

김항신 시인의 첫 시평집이다. 연재했던 시평 60여 편을 모아 묶었다.

시인은 쏟아지는 시집들 속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빛나는 시편들을 골라 시인만의 나직한 헌사를 전하고 있다. 분석이나 비평보다는 시가 주는 감동을 자신의 이야기와 연결해 잔잔한 감상을 남긴다. 때로는 시인과의 인연을 반추하면서 시에 담긴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시인이 고른 시편들은 그 색도 다양하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담은 작품도 있고, 육친의 정과 고단한 생활사가 녹아 있는 시도 있다. 제주4‧3의 상처와 세월호의 아픔, 코로나 팬데믹 속의 세상 모습도 들어 있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시인이 찾고자 했던 것, 그리고 시평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다정하게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결국 시인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문장으로 따뜻한 손을 내밀고 있다.

■ 저자 소개

김항신

1956년 제주시 삼양에서 태어났습니다.

삼양초, 제주여자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제주산업정보대학 복지행정과 2년 수료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 졸업했습니다.

2017년 낙동강문학(한국시민문학협회)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제주작가회의, 한라산문학동인회, 제주어보전회, 동백문학회, ‘한국디카시’ 모임으로 활동 중입니다.

시집 『꽃향유』, 『라면의 힘보다 더 외로운 환희』가 있으며, 제주어 창작동요 ‘곱들락 제주어’가 있습니다.

학교 및 지역센터에서 ‘제주어’ 알리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라산문학동인회’에서 부회장으로 ‘동백문학회’에서 편집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목차

머리말
여는 시

나를 아프게 하던 헛밥|꽃들이 피는 이유|어느날 시를 쓰며|중심을 만드는 시간|우물 속에 비친 얼굴|도라지 꽃이 된 아가야|몸과 마음도 다 내어주는|황혼의 황금 들녘|불순물도 품어가며|내 안의 그리운 얼굴|꿈결에 시를 베다|밥이 되는 것이 꿈이다|커피 한 잔에 들어온 바다|할머니의 지혜|멍석 위의 별들|열아홉의 목포행 완행선|세상과 맞짱뜨는 소리|학교 가는 길|외로우니까 사람이다|눈물로 심어 놓은 시|이름에 취하다|붉은 사랑의 이야기|속물들아 정신차리거라|진솔한 감정 한 숟가락|접어놓은 페이지|훈훈하게 그리워지는 시간|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고|고운 발자국 소리|노랗게 물든 환상통|데칼코마니|황홀한 경지|아우성처럼 밀려 왔다 가는|초록물의 아우성|사랑하는 나의 동반자여|사랑해 사랑해|비단실 두 가닥|나 이디 잇수다|겨울은 봄을 기다린다|하얗게 불태운 날들|외로운 황홀한 심사|화분을 버렸다|깊숙이 앉은 부적 한 장|우리들의 오징어게임|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듯|달빛은 바다 위에서만 출렁거리고|돌아갈 집|하르방이 최고|끝까지 꽃이 되어 살다 가자|자아를 찾아가는 길|내 이마의 수평선|무덤의 길을 떠올리며|무거운 삶을 부려놓을 곳|봄은 의연하다|관 속의 편지|저녁노을 속에 그리움은 밀려오는데|애간장이 빗물이 되고|길은 걷는 자의 것|묵은 씨앗 심는다|마법에 걸린 우리

■ 머리말

이 시평집은 2021년 3월부터 2023년 초입까지 ‘뉴스라인제주’와 ‘네이버 블로그’에 ‘벌랑포구’라는 이름으로 게재한 60편의 시평들을 모아, 수평선에 하나하나 걸어 놓은 것이다. 각자 생각하는 ‘習’이 다 다르듯 나 또한 오직 나만의 시선과 관점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이 시편들을 읽고 다독이며, 아픔을 함께했다.

시집 한 권 한 권에서 발췌해 여기에 함께할 수 있도록 무언의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모든 시인님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에게 처음으로 시평의 ‘닻’을 올려 보자며 손 내밀어준 ‘뉴스라인제주’ 양대영 시인과 ‘한라산문학동인회’ 부정일 시인께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첫 시평집이 나올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손길로 맞아 준 한그루 출판사 편집부 노고에 감사드린다.

■ 책 속에서

처음에는 그저 맛있게 받아먹는 기분이었다. 맛있게 받아먹을 일만이 아니라 구수한 맛도 알아야겠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모 문학회 새내기 때 생각이 났다. 햇장이라 갑갑증이 일고 합평하는 시간이 진지해서 얼었고 굳어진 혀는 열릴 줄을 모르니 멍하니 듣고만 했던 시절. 마음과 머리가 입으로 얼어붙어 잠겼는지 도통 열리지 않았던 세월이 십여 년은 된 것처럼 원치 않은 불순물도 내 살肉로 품어가며 다독이던 세월들. 이제는 구수한 항아리 속 된장처럼 그렇게 더 깊숙이 들어가 곰삭아보자. 무엇과 버무려 놓아도 자신을 갖고 깊은 맛을 풀어내는 된장처럼 먼저 시린 손 잡아주는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걸어가 보자. (41쪽)

안도현 시인의 가근한 친구이신 이병천 소설가의 말처럼 ‘그리운 여우’를 쭈욱 읽어가다가 ‘인생’에 눈이 꽂혔다. ‘밤에, 전라선을 타보지 않은 者하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이 짤막한 시구에 얼마나 광대한 철학이 묻어나는가! 그 마력에 끌리는 이내 심사, 또 ‘나’를 끄집어내게 만드는 그날이 생각난다.

아마 열일곱 때인 것 같다. 집에서 가장이기도 했던 언니의 갑작스러운 부고로 부재의 자리를 잇기 위하여 야간학교 진학을 뒤로하고 일자리 찾아 헤매던 시절. 이곳 제주에서 그래도 막일은 하지 말자고 자신에게 위로하며 재래시장 점원에서 (주)대동공업 제주 대리점 경리사원으로 일하다가 좀 더 나은 바깥세상을 알고 싶어 제주항에서 연락선 타고 부산항으로 그리고 서울에서 일하다 목포로 전라선을 탔었다. 안도현 시인의 ‘인생’을 보며 절로 고개를 끄덕여보는 시간. (65쪽)

손바닥 입에 대고 아아아! 소리쳐보지만 바람은 참으로 재빨라 따뜻한 입김, 그 목소리는 까마득히 날아가버렸다. 홀연히 뼈다귀처럼 아가리 속에 던져진 바람의 자식, 그립고 낯선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지만 초록물의 아우성, 슬픔과 아픔들은, 그립고 낯선 영령들은, 백령도에서, 팽목항에서, 인적 없는 바람 속에 서성이다 서성이다가 비가 돼도 떨어지지 못하는 슬픈 목소리의 납골당, 그 난바다 아직도 묵묵부답 낯설다. (132쪽)

새내기 창작 활동하던 날 ‘의자’에 대해서 습작하던 때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지난날이 생각난다. 간간이 서울 나들이하며 서점에 진열된 이정록 시인의 ‘의자’가 보여도 별 관심이 없던 내가 어느 날부터 ‘의자’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만한 나이에는 너나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인 양 병원에 가도 일상 어디를 봐도 다 그렇게 의자에 기대어 앉을 대상들이 보일 뿐이다. 오래전에 서점에서 다른 시집들과 함께 읽다가 접어두었던 시편을 이제야 다시 펼쳐 든다.(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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