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교조 제주지부 현경윤 지부장
[기고]전교조 제주지부 현경윤 지부장
  • 뉴스N제주
  • 승인 2023.07.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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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경감 대책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며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은 교사정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총력투쟁을 시작했다. 노조탄압 중단, 노조법 2·3조 개정, 일본 핵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보장, 민영화·공공요금 인상 철회 등의 의제로 민주노총은‘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정권 퇴진 120만 조합원 총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이에 민주노총제주본부는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몇 차례 기고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순서로 “사교육 경감 대책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며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은 교사정원을 확보하는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전교조 제주지부 현경윤 지부장님의 기고을 올린다. 

[기고문] - 전교조 제주지부 현경윤 지부장
전교조 제주지부 현경윤 지부장

사교육 경감 대책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며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은 교사정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6월 26일(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을 유발하는 어려운 수능, 소위 ‘킬러 문항’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주문한 지 열하루 만의 일이다.

  우리나라는 누구나 인정하듯이 학벌(주의) 사회이다. 곧,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인생을 좌우하고 일류대 합격 여부가 남은 인생의 보상과 대우를 결정한다.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대학입시에 인생을 걸 수밖에 없다. 과외 망국론이 등장했던 1980년 정부가 추산한 초·중·고생 사교육 참여율이 6%였는데, 2022년 사교육 참여율이 78.3%로 뛴 데서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취업난이 가중될수록 입시경쟁은 생사가 걸린 전쟁으로 뒤바뀐다. 학력에 따른 차별이 구조화된 학벌(주의)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대입제도를 아무리 바꿔봐야 교육개혁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최고난도 문항 즉 소위 ‘킬러 문항’은 상대평가로 인한 변별을 위해 출제된 것이다. 수능의 목적에서 ‘변별’이 사라지지 않는 한 ‘킬러 문항’이 사라진 자리에 ‘준 킬러 문항’이 들어서는 등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공정한 수능’, ‘공정한 줄 세우기’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문제 해결은 공교육 정상화에서 찾아야 한다. 전교조와 여러 교육시민사회 단체가 말하는 공교육의 정상화의 출발은 학교교육과정이 수능이라는 서열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학교교육이 수능이라는 평가에 종속되면 공교육은 수렁처럼 벗어나기 힘든 악순환에 빠진다. 교육부는 이를 위한 장치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의 성장 방식과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에 따라 대학 선발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공교육 정상화이다.

교육부는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국가교육책임제 강화,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화려하게 포장은 했지만 결국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지난해 교육부는 교사 정원을 2,982명 감축했고, 2027년까지 초·중등 교원을 최대 30%까지 감축한다고 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 수를 일방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맞춤형 개인별 교육을 달성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크게 반발했고, 제주도의 경우에도 현재 신설이 추진되고 있는 학교만 3개교(서부중학교,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병설유치원을 포함한 초·중 통합학교, 오등봉 초등학교)인데 학교는 증원되는데 반면, 교원이 감축될 경우 교육의 질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는 ‘학급수’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러나 교육부의 교원정원산정의 기준은 줄곧 ‘교원 1인당 학생 수’였다. 농어촌과 구도심의 소규모학교는 교사 부족으로 정상적인 교육여건이 와해 되고, 대도시는 과밀학급 문제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학급 수’ 기준 배정은 지역소멸을 막자는데 있으며, ‘학급당 학생 수 상한제‘는 도시 과밀학급을 해소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대한민국은 도・농간의 격차가 커서 그 기준이 무엇이건 ’학생 수 평균값‘은 무의미하다. 일례로,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수가 1,933명이며 73학급이다. 그러나 제주시읍면지역의 한 초등학교의 전체 초등학생 숫자는 62명이나 6학급이 필요하다. 학생 수 기준으로 교사 정원을 배정하게 되면 농산어촌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특히 농어촌 학교의 폐교나 통폐합은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키는 등 교육 외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교조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원 산정 기준을 학급수로 전환’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유치원은 14명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이와 더불어 학교 유지를 위한 필수 교사정원 확보도 같이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안전한 등교수업, 교육격차 해소와 기초학력 보장, 학생 개인에 주목하는 수업 혁신, 심리정서적인 면에서의 학생 이해와 상담,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 등은 모두 교사 정원확보가 필수적인 정책이다. 교육에 경제 논리를 앞세워 효율성만을 따지고, 디지털교육과 AI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만을 강조하여 결국 학생의 교육적 성장을 등한시하는 정부의 교육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에 대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면서, 교사정원을 축소하는 정책에 앞장선다면 공교육 내실화를 통한 교육여건 개선은 풀지 못할 숙제로만 남을 것이다.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건은 안정적인 교사 정원 확보다. 교육부가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방통행식 교원 수급 계획을 고집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와 학생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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