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 개최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 개최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4.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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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한승엽 <영남동>, 소설 부문 임재희 <저녁 빛으로>
시 부문 한승엽 '영남동', 소설 부문 임재희 '저녁 빛으로'
시 부문 한승엽 '영남동', 소설 부문 임재희 '저녁 빛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18일 오후 3시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에서는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현기영)가 위촉한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해 당선작으로 선정한 시 부문 <영남동>의 한승엽(제주), 소설 부문 <저녁 빛으로>의 임재희(서울) 작가에게 상패와 상금(시 부문 2천만원, 소설 부문 5천만원)이 수여된다.

시상식과 더불어 ‘노래와 함께하는 시낭송’, ‘낭독공연’ 등 문학콘서트도 진행된다.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은 2022년 5월부터 12월까지 전국 공모한 바 있으며, 시 1,021편, 소설 86편, 논픽션 10편이 응모했다. 예심과 본심을 거쳐 당선작을 선정했는데 논픽션은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4·3의 아픈 상처를 문학작품으로 승화함과 아울러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12년 제정했고, 2015년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시 부문 당선자 한승엽

1966년 제주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06년 <문학예술>로 등단
시집 <몰입의 서쪽> <별빛 극장>
천강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대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부문 당선자 임재희

1964년 강원도 철원 출생
1985년 미국 하와이주로 이민
미국 하와이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 전공
서울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 박사과정 수료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당신의 파라다이스> 발표
장편 <비늘>, 소설집 <어디에도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라이프 리스트> 발표
<블라인드 라이터>, <예루살렘 해변>, <모호한 상실> 번역

◆ 당선작 '영남동'

한라산 남쪽 아래 첫 마을
안개가 귀띔해준 얘기 때문에 옷깃을 여미고 있다
이윽고 무리 지어 올라오는 광기의 눈빛에도
머릿속은 말라버린 층계 밭에 갇혀 멈칫멈칫 헤매는데
악몽처럼 올레는 아찔한 소란에 어둑해지고
고막을 때리듯 문짝이 부서지더니 지붕이 활활 타올랐다
와들와들 울부짖는 불기둥, 신들린 것 같았다
기댈 벽도 없이
저절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대물림할 수 없는 것들만 넋 나간 채 나뒹굴고
한 죽음이 또 다른 죽음의 눈을 감겨주는 찰나에도
우물에 갔다는 누이도 연기처럼 돌아오지 않아
숯검정을 쓴 채 정체 모를 벽에 휩싸여
검은 하늘이 지붕이고
잃어버린 번지수가 달빛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서성거리는 우주의 끝에선
잠들지 않는 물소리가 흰 그늘로 길게 흘러가고
늑골로 빠져나간 바람까마귀가 대숲을 빙빙  돌다
기어이 지층을 깨우듯 울음을 터뜨리던
지상의 마지막 화전(火田)
거칠게 멍든 살갗이 바짝 곤두서고 있다
눈물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에
허상의 벽과 벽을 지우며
상처가 아무는 자리에 피 울음의 뿌리라도 처연히 솟아날까,
영영 폐족을 꿈꾸지 않았던 이름들
주름 깊은 웃음으로 기꺼이 밤길을 헤치고 돌아와
세상 한구석 어둠의 체위를 바꾸려고
서로 이마를 맞대 푸른 잎을 피워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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