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시 낭송회 개최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시 낭송회 개최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4.1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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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 성산포 오정개해안 이생진 시인 시비 공원서
한용택 회장 "도민과 관광객들이 함께하는 문화행사가 되길"
16일  오후 2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잘 알려진 이생진 시인의 시비가 조성된 성산일출봉 인근 오정개 해안에서 시 낭송회가 열려 문학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이생진 시인.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그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는 그 노래를 듣는다.
 -이생진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중

성산포문학회(회장 한용택)는 오는 15일 오후 2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잘 알려진 이생진 시비거리(성산읍 성산리 305-1)가 있는 오정개 해안에서 시 낭송회를 개최한다.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탁 트인 바다 왼편에 섬 우도가 있고, 오른 편에 일출봉이 감싸고 있는 이생진 시인의 시비 공원은 성산포의 명소로 문학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곳이다.

이번 시낭송회는 성산포문학회가 주최, 주관하고 이생진을 흠모하는 모임(이하, '진흠모', 회장 박 산), 성산읍주민차지위원회, 바람난장, 성산마을회가 함께 협력 단체로 도움을 준다.

이날 행사에는 이생진 시인을 비롯해 성산포문학회 한용택 회장, 문학회 고문인 오문복 선생, 현기종 도의원, 현동식 성산읍장과 성산읍 관내 단체장과 문학회 회원, 시인, 예술인, 가수 및 관광객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산포문학회 한용택 회장은 "성산포문학회가 해마다 행사를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행사를 못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시 같이하게 됐다"며 "세상은 문화창달이 같이 이어져야만 한다. 이생진 시비가 있는 이곳에 세상에서 가장 멋진 문학관이 지어지길 기대하고 도민과 관광객들이 함께하는 문화행사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생진 시인(1929- )은 충남 서산 출생의 시인으로, 어려서부터 바다와 섬을 좋아해 해마다 섬으로 여행을 다니며 우리 나라 섬의 정경과 섬사람들의 애환을 시에 담아 '섬 시인' 혹은 '바다 시인'으로 불린다.

1955년 첫 시집 '산토끼'를 펴냈고 1969년 '제단'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시집을 펴냈다.

특히, 1978년에 펴낸 대표작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바다와 섬과 사랑을 노래한 국내 시의 백미'로 꼽히며 성산포 주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사십 년 넘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이생진 시인은 2001년 제주자치도 명예도민이 됐고 2009년 성산포 오정개 해안에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비공원이 만들어졌는데 문학인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시 읽기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 생 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혼자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그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는 그 노래를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에는 하품이 잦았다.
때 늦은 밀감 나무엔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또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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