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면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오셨네요.”
“일주일이면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오셨네요.”
  • 뉴스N제주
  • 승인 2023.03.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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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채혈로 75년만에 유해 신원 확인

2월 28일 4·3평화교육센터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4·3평화재단이 주관한 ‘4·3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가 엄숙하게 진행됐다.

보고회에는 희생자의 유족들과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김경학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김창범 제주4·3유족회장,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원확인결과 브리핑, 유해 운구, 유족들과의 만남, 헌화 및 분향, 추도사, 유해함 봉안, 합동제례 등의 순으로 거행됐다.

신원확인 된 유해는 군법회의 희생자 故 김칠규(金七圭, 당시 34세)와 행방불명인 故강창근(姜昌根, 당시 20세), 故김두옥(金斗玉, 당시 26세) 등 3명이다.

이날 오랜 세월 차디찬 땅속에 묻혔다가 이제서야 이름을 찾은 유해함에 유족들이 이름표를 달며 75년만에 유해로나마 상봉을 했다. 유족들은 유해함과 마주하는 순간 저마다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부디 아픔을 내려놓고 영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표를 달았다.

희생자 김칠규씨의 딸 김정순(80)씨는 "일주일만 있으면 돌아오시겠다고 한 아버지를 이제서야 만난다. 이제라도 찾아와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또 아버지를 찾아주신 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창근씨의 딸 강술생(77)씨는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18살에 결혼해서 19살에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를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아버지를 불러보게 됐다“며 울먹였다.

김두옥씨의 조카인 김용헌씨는 "평생 행방불명된 동생을 그리워하다 고인이 되신 아버님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아버님이 계셨더라면 너무나 좋아하셨을 것이다. 더욱 많은 유해가 발굴되고 신원확인이 이루였으면 한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창범 4.3유족회장,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추도사를 통해 행발불명 희생자 유해발굴 및 유전자감식의 성과를 되돌아보며, 통한의 세월을 견디어 온 유족을 위로했다. 또한 앞으로 더욱 많은 유해가 발굴되고 발굴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들 유해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동북지점과 동측교란지역에서 발굴됐지만 신원을 알 수 없는 상태로 남아있었다. 지난해 지금껏 채혈에 참여하지 않았던 직계 및 방계 유족의 추가 채혈을 통해 신원확인이 이루진만큼, 유가족 다수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가 신원확인 가능성을 높이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 유전자감식을 담당하는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유전자 감식기법의 발전도 한몫을 하지만 무엇보다 가능한 많은 유가족(8촌 이내)이 채혈에 참여할수록 신원확인의 가능성이 커진다”며 아직 신원확인이 안된 유가족들의 관심과 참여를 강조했다.

한편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는 모두 411구이며 이중 141구가 신원이 확인됐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올해도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도내뿐만 아니라 도외, 한국전쟁 전후 대전 골령골 학살터와 광주형무소에 암매장된 유해 가운데 4·3수형인들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도 진행하며 유가족 채혈도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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