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한그루 시선 37 《어느 토요일 오후》
[신간]한그루 시선 37 《어느 토요일 오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4.1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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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선 / 130*205 / 136쪽 / 10,000원 / 979-11-6867-161-4 [03810] / 한그루 / 2024. 4. 15.
[신간]한그루 시선 37 《어느 토요일 오후》

‘시린 아름다움’에 감응하는 어느 오후의 시 세계

한그루 시선 서른일곱 번째 시집은 김순선 작가의 신작 시집이자 일곱 번째 시집 《어느 토요일 오후》이다. 총 5부에 걸쳐 61편의 시를 실었다.

이번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 책, 공연, 탐방 등 시인이 여러 문화예술 현장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창작의 토대로 삼았다는 것이다. 시인은 문학의 인접 장르를 두루 접하면서 그 속에 담긴 미적 가치와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대화적 상상력’을 시도하고 있다.

고명철 문학평론가는 “시인이 접한 다양한 예술 장르와 그 개별 작품은 서로 다른 예술적 완성도와 미적 성취를 자아낸다. 따라서 이것들과 조우하는 그의 시적 상상력은 그만큼 독특한 시적 개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시적 진실 면에서도 다양한 층위를 나타낸다.”고 평한다. 또한 시인이 포착한 ‘시린 아름다움’에 주목하며 “제주의 이러한 ‘시린 아름다움’은 제주 사람들과 제주의 풍정이 어우러져 만들어내고 있는 제주의 귀중한 미적 가치가 아닐 수 없다.”고 전한다.

■ 저자 소개

김순선

2006년 『제주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작가회의〉 〈제주작가회의〉 〈제주크리스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시집 『위태로운 잠』 『저, 빗소리에』 『바람의 변명』 『백비가 일어서는 날』 『따뜻한 국물이 그리운 날』 『사람 냄새 그리워』, ebook 『사색, 책의 향기가 우리를 부를 때』 등이 있음.

제5회 제주어문학상 수상.

■ 차례

1부 바다의 숨소리를 들으며

성산포의 아침|빛이 내리어|나무로 살아가기|너에게로|아름다운 능선|외딴곳|한 마리 새를 위하여|새끼 돌고래|향수|별을 낚는 사람|용천수의 꿈|기쁨이 솟아나네|아름다운 귀|토산 노단샘|태곳적 여인|성에 낀 유리창

 

2부 정전된 카페에서

차나 마시게|수레바퀴|단팥 인생|의자|관|그림의 떡|나는 선택할 수 없어요|소통의 부재|조르바, 너는 지금 뭐하니|해무

 

3부 새가 허공의 세계를 넓혀 가듯이

욕망|사랑의 노예|봄의 제전|슬픈 오해|영원한 사랑|여자의 마음|첫사랑|가슴에 별이 총총|새가 허공을 넓혀 가듯이

 

4부 베지근한 가을

하논 마르|적송 위의 나부상|소금 빌레|눈 섬|대흥사 연리근 앞에서|몽돌 해변|위태로운 산담|돌에도 길이 있어|꽃 잔대 같은 여인|부덕량의 묘 앞에서|성읍리 정소암 가는 길|토종 씨앗 지킴이|전세비덕 코지|불림모살길 따라

 

5부 봄을 피워 올렸다

거미줄|나도 수정초|끝물에 핀 호박꽃|땅만 보고 사느라고|떨어져 있는 것들|밥심|순종|아침을 여는 수다|우울을 씻으러|녹차 들깨 수제비를 먹던 날|이름 따라|버스를 기다리며

 

[해설] 시의 ‘대화적 상상력’, ‘시린 아름다움’의 감응력(고명철 문학평론가)

■ 서시_어느 토요일 오후

들깨 바람 불어오는 들판 쏘다니듯

거리를 기웃거리다

중산간 마을에 펼쳐지는 별들의 고향 같은

메밀 집 간판 보고 무작정 들어갔다

하얀 소금꽃이 서걱거리는 메밀밭 언저리에서

오랜 시간 숙성된

가늘고 긴 이야기가 이어지는

담백한 메밀국수 속으로

 

목적 없이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물결 사이에 고여있는

 

풍경을 조준하며

왜가리 걸음으로

물 위를 더듬는다

 

돌담 위에 앉아 멍때리는 길고양이처럼

물속을 들여다보노라면

누군가 떨어뜨린

주인 없는 이야기 하나

말갛게 고개를

내민다

 

 

■ 책 속에서

 

한라산 봉우리를 움푹 떠다 세워놓은 듯

봉긋한 산방산

깎아지른 절벽들이

지는 해에 빛나고 있다

 

현무암 천지인 제주 들녘 사이에

귀하게 솟아난 누르스름한 덩어리들

그 옛날 비석도 만들고 동자석도 만들었다는

산방산 조면암 찾아갔다

구전으로 흐르듯

쪼개진 파편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조개무덤 같은 조면암 자투리들이

옛이야기 들려준다

 

돌에도 길이 있어

아무리 힘이 센 장사라도

집채만 한 덩어리 비석 돌 채취할 때는

힘으로만은 얻을 수 없어

돌의 길을 볼 수 있는 돌챙이 눈이 필요해요

실금 같은 결을 바라보며

돌의 길 찾아가듯

길 없는 길 위에서

삶의 길 찾아가요

(‘돌에도 길이 있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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