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돌고래 선박관광, 힐링이 아니라 ‘킬링투어’
[전문]돌고래 선박관광, 힐링이 아니라 ‘킬링투어’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1.12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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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핑크돌핀스 논평

관광선박들이 제주남방큰돌고래들을 포위하거나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사회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운항하는 선박(요트, 보트)에 돌고래가 부딪히면 지느러미가 잘리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심하면 돌고래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지금은 관광선박에 타고 돌고래 관광을 즐길 때가 아닙니다.

2024년 1월 6일 토요일 오전 11시 10분경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관광객들을 가득 태운 관광선박이 제주남방큰돌고래들을 근거리에서 바짝 쫓아가는 모습이 핫핑크돌핀스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날 그물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종달'이를 모니터링하던 중 관광선박이 다시 한번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위험하게 운항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촬영한 뒤 관계기관에 신고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지에서 가까운 한 마을은 최근 돌고래체험마을을 표방하면서 역설적으로 돌고래 선박관광을 홍보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또한 KBS 2TV 프로그램 ‘생생정보’ 1월 11일 방송분 수완 좋은 여행 코너에서는 제작진이 유리바닥 보트를 타고 여행하는 장면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선박 밑으로 지나가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기도 하였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올린 글 “남방큰돌고래 관찰·관광 규정 준수 위해 지속 노력”에서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해양보호구역 지정 및 육상관찰 전환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이와 같은 최근의 상황을 종합하여 오늘 아래와 같은 논평을 발표하였습니다.

핫핑크돌핀스

▲2024년 1월 6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관광선박이 돌고래들 가까이에서 운항하고 있다. 사진 = 핫핑크돌핀스

▲돌고래체험마을에 세워진 힐링투어 선착장 모습. 사진 = 핫핑크돌핀스

▲KBS 2TV 프로그램 ‘생생정보’ 1월 11일 방송분. 사진 = KBS 홈페이지 캡쳐
▲돌고래체험마을에 세워진 힐링투어 선착장 모습. 사진 = 핫핑크돌핀스
▲돌고래체험마을에 세워진 힐링투어 선착장 모습. 사진 =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 논평] 돌고래 선박관광, 힐링이 아니라 ‘킬링투어’

새해 벽두부터 해양보호생물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선박관광이 규정을 위반하며 무리한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1월 6일 오전 11시 10분 경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 무리 300미터 이내에서 선박 엔진을 끄지 않고 접근한 뒤 여전히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상황에서 돌고래 무리 50미터 이내로 근접해 지속적으로 돌고래들을 따라간 관광선박을 적발하고 관계기관에 신고하였다.

핫핑크돌핀스는 현장에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이 관광선박 회사에 전화를 걸어 제발 돌고래 무리 가까이로 선박이 접근하는 일을 삼가달라고 신신당부하였으나 선장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지에서 가까운 한 마을은 최근 돌고래체험마을을 표방하면서 역설적으로 돌고래 선박관광을 홍보해 물의를 빚고 있다. 

돌고래체험마을이라면 돌고래 서식처를 침범하지 않는 육상관찰이나 지역주민들의 과거 경험에 기반을 둔 스토리텔링과 돌고래 생태해설, 돌고래와 해양생태계가 처한 위기를 인지하는 해양생태감수성 교육 또는 돌고래 서식처 해양쓰레기 수거 등의 생태 프로그램으로 얼마든지 체험 내용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을은 체험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돌고래 무리를 쫓아다니는 선박관광을 내세우고 있어 우려스럽다.  돌고래 ‘힐링투어’를 한다면서 선박에 탑승하는 선착장으로 안내하는 표지판까지 마련해놓았다. 

최근 제주도 일대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선박관광의 실태를 유심히 살펴보면 돌고래 힐링이 아니라 ‘킬링’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관광선박이나 낚시선박들까지 모여들어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종 돌고래들을 마치 사냥하듯 포위하거나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운항하는 관광선박에 돌고래가 부딪히면 지느러미가 잘리는 큰 부상을 입거나 심하면 돌고래가 목숨을 잃기도 하는 상황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들을 태우고 돌고래들을 쫓아다니는 선박관광 회사들은 과연 이 돌고래 가운데 최근 얼굴과 몸통에 이어 꼬리까지 긴 낚싯줄에 걸린 채 살기위해 몸부림을 치는 어린 남방큰돌고래 ‘종달’의 사연을 알기나 할까? ‘꽁이’ 그리고 ‘단이’ 사례처럼 지금까지 제주 바다에서 몸에 그물이 걸린 돌고래들은 몸부림을 치다가 몇 달 뒤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연구자들은 이들이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편에선 온몸이 칭칭 그물에 걸린 종달이가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며 그물을 끊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데 그 옆에선 관광선박에 탑승한 이들이 돌고래를 봤다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우리가 무감각한 관광객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면밀하게 살피고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행위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물에 걸린 돌고래가 죽어가고, 선박에 부딪힌 것으로 보이는 돌고래의 등지느러미가 잘려나간 채로 생존해 있는 제주 바다에서 언제까지 배에 탑승해 졸졸졸 돌고래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며 환호성을 지를 것인가.

공영방송 KBS 2TV 프로그램 ‘생생정보’ 1월 11일 방송분 수완 좋은 여행 코너에서는 제작진이 유리바닥 보트를 타고 여행하는 장면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선박 밑으로 지나가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기도 하였다.

제작진이 최근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광선박들의 무분별한 운항과 스트레스 유발 그리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에서 해양생태계법을 개정하여 규정 위반 돌고래 무리 50미터 이내로 접근한 선박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처럼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을 아무런 자막 설명 없이 그대로 내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나도 선박 투명 바닥에서 돌고래 보러 가고 싶다’고 느낄 수 있다. 

공영방송이라면 해당 장면에서 최소한 “선박은 돌고래 50미터 이내에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또는 “제주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종으로 정부에서 선박의 50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등의 자막을 내보내 돌고래에게 위험하지 않은 선박 관광이 이뤄지도록 할 분명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멸종위기 돌고래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장면을 내보내며 아무런 주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지한 해양수산부는 최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올린 글 “남방큰돌고래 관찰·관광 규정 준수 위해 지속 노력”에서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관찰·관광 규정이 지켜질 수 있도록 집중 홍보하고, 적극적인 단속을 실시하겠”으며, 나아가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해양보호구역 지정 및 육상관찰 전환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정부의 이와 같은 정책 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흐름이 선박관광 회사의 무리한 운항에서부터 공영방송의 무책임한 선박관광 홍보까지 이어지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들이 개체수가 줄어들 위협에서 벗어나 앞으로 오랫동안 제주 바다에서 인간과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과 선박관광 중단 그리고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촉구한다.

2024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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