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인공지능 로봇심판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인공지능 로봇심판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1.10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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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
'제1회 베트남 내셔널컵 야구대회'에 참가한 한국 심판진들과 함께 2022년 8월달에

이 글은 지난 2022년 8월 15일 자 칼럼에 나온 글이다.

어제 ( 11일 ) 사법연수원 대상으로 강연하기 위해 강연장으로 갔다. 이날 강연은 고등법원장과 부장판사 그리고 많은 판사들이 참석한 자리다.

강연하기 전에 오세용 부장판사가 나에게 귀한 책을 선물한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 중에 하나가 책이다. 오세용 교수 본인이 직접 올해 발간한 귀한 책을 선물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받았다.

강연을 다 끝내고 집에 돌아와 편안한 마음으로 책자를 넘기는데 비록 야구와 관계없는 책이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느낀 것은 야구와 동떨어진 책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책 제목은 “ 인공지능 시대 “ 과연 앞으로 법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의 인공지능에 맞서 오세용 교수가 책으로 잘 엮어서 쓴 책이다.

지난 2016년 3월 한국에서 벌어졌던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사이의 바둑 대결을 보고 전 세계적으로 이목이 되었다. 이때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모두가 이세돌이 압독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알파고가 이세돌 상대로 4대 1로 승리를 거두었다.

나도 바둑에 조금 취미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 이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난다. 나 역시 당시만 해도 당연히 이세돌 기사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시간이 갈수록 인공지능이 인간을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음을 우리는 눈으로 보고 또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일하는 곳이 많을 정도다.

오세용 교수도 아주 조심스럽게 이런 글을 썼다.
“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유전무죄, 전관예우 등의 문제로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았고, 특히 최근에 있었던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으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크게 하락하였다.

'제1회 베트남 내셔널컵 야구대회'에 참가한 한국 심판진들과 함께 2022년 8월달에
'제1회 베트남 내셔널컵 야구대회'에 참가한 한국 심판진들과 함께 2022년 8월달에

그렇다 보니,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비율도 점차 늘어나게 되고, 급기야는 인공지능 법관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이들마저 등장하게 되었다. 인공지능 법관은 인간 법관과 달리 감정, 편견, 정치적 성향, 외압 등에 굴하지 않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이들도 많아졌다. 게다가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질 직업 중에 판사도 포함되어 있다는 분석 결과나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하였다. “

이 글을 읽으면서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지금도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계속 대두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로봇 심판을 도입하자는 것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부터 로봇 심판을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멀지 않아 서서히 로봇 심판이 도입되리라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는 빠른 속도로 점점 인간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우리가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머지않아 인간이 그라운드에서 직접 심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 인공지능 법관은 인간 법관과 달리 감정, 편견, 정치적 성향, 외압 등에 굴하지 않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이들도 많아졌다. “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는 로봇이다. 인공지능은 감정, 편견, 이전까지 해오던 고정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올바른 판정 그리고 누구의 외압도 받지 않고 공정하게 판정을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로 갈 것인가? 또한 평생 한길로 달려온 야구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비하고 어떻게 야구를 할 것인가? 당장 멀지 않은 시대에 로봇 심판이 게임을 운영하고 게임을 지배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수많은 잡음도 인공지능은 거기에 대해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 이들 인공지능은 우리들보다 항상 앞서 대비하고 있다 )

당장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양쪽 감독들의 어필이 나왔을 때 로봇심판은 어떻게 양쪽 감독들이나 선수들의 어필을 받아 드릴 것인지? 아무리 인공지능이 뛰어 나다고는 하지만 인공지능이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이 지구상에는 너무나 많을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인공지능으로 인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편안해 졌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결국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배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우리 인간이 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해야 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보다 더 능력있게 현장에 있는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더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 헐크 이만수가 2022년 8월 12일 작성한 글이다 )

지난 2023년 12월 21일 자 언론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
'프로야구 포수 레전드' 이만수 전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이 내년 시즌 도입하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 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일명 '로봇 심판'에 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냈다.

이만수 전 감독은 21일 제7회 이만수 포수상·홈런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ABS로 인해 한국 야구가 퇴보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기계가 하면 야구 특유의 재미가 사라질 것 같다"라며 "특히 포수의 역할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1회 베트남 내셔널컵 야구대회'에 참가한 한국 심판진들과 함께 2022년 8월달에
'제1회 베트남 내셔널컵 야구대회'에 참가한 한국 심판진들과 함께 2022년 8월달에

이 전 감독은 "이제 포수들은 프레이밍(framing ·포수가 투수의 공을 포구할 때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받기 위해 미트를 움직이는 행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라며 "이런 환경으로 인해 유망주 선수들이 기술 훈련을 등한시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판정 불신이 사라진다는 것은 ABS의 좋은 영향 중 하나"라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ABS가 가져올 변화를 잘 준비하고 한국 야구가 뒷걸음질하지 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ABS 도입과 관계없이 포수들이 계속 잡기 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포수는 잘 잡고, 잘 막고, 잘 던져야 한다"라며 "야구가 변하더라도 이 세 가지는 변할 수 없는 진리"라고 말했다.

이어 "규정이 바뀌더라도 학생 선수들은 이를 잊지 말고 훈련하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만수 전 감독은 ABS 도입으로 타자가 유리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감독은 "어느 상황에서든 스트라이크 존이 일정하기 때문에 타자들은 새로운 존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라며 "해당 존에 맞춰서만 훈련하기 때문에 상대 투수 공략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돌아오는 2024년부터 주심은 수신기와 이어폰을 통해 볼 판정 내용을 전달받은 뒤 그대로 판정을 내리게 된다.

먼 훗날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사람이 야구하는 그런 시대가 아닌 로봇으로 야구하는 그런 시대가 열리지 않는다는 법이 과연 있을까?

내가 아직 현역선수였다면 도입에 찬성했을것 같다. 선수들에게 심판 콜이란 정심(正審)은 기억이 안나지만 오심(誤審)은 오랫동안 기억나는 법이다. 다만 야구인의 선배로서 프로야구 미래를 생각하면 ABS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다.

당장 프레이밍이 필요성이 사라지고, 이와 연계된 일련의 상황들 때문에 내가 알고 환호하던 포수들의 예쁜 플레이들이 없어질까 걱정된다.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된 테니스의 호크아이(공궤적추적시스템)는 도입전 우려와 달리 성공적이었는데, 화면에 그래픽으로 표시되며 시스템이 관중과 같이 호흡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고, 실제로 보면 챌린지 자체가 재미있다.

야구의 ABS는 이런 시각적 요소가 없기 때문에, 관중과 시청자를 위한 어떤 흥미로운걸 마련하기도 어렵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올해부터 KBO는 세계최초로 프로리그에서 전면 ABS를 가동한다. 정확한존과 함께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ABS는 적응기간이 끝나면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꿀것 같다. 

나 이만수가 겪은 수십년의 주심과의 보이지 않는 서로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없어질 것이다.
  
선수, 관중, 심판으로 나눠보면, 선수들에게는 정확한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아주 공평한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감독 생활을 하며 늘 마음 아팠던건 대타를 내보냈더니 점수차가 있다고 스트라이크존을 조금만 넉넉히 잡아주는 심판을 만나버리면, 말을 못했지만 모처럼 대타로 나간 선수의 장래를 망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팬에게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만, 존이 정확하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게 긍정적이고, 재차 얘기하지만, 프레이밍이 안된 스트라이크를 보셔야 한다는 것, 땅만큼 떨어져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 후) 잡힌 공으로 루킹 삼진을 보실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점도 있다. 이후의 야구는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에 이런 볼로 경기 종료가 될 수도 있다.

심판, 특히 주심에게는 지금 현상황에서 집중력에 따른 엄청난 체력부담이 좀 덜게 되니 좋고,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자유로우니 파울페어, 쓰리피트레인확인, 타자의 인터페어등 다른 판정의 정확도가 올라갈 것이다. 

더 나아가 얘기하면, 현재는 자세를 힘든 자세로 낮추고 볼을 보기위해 심판은 slot position을 찾아 자세를 취하는데, 이후의 야구는 이게 필요 없을 수 있다. 따라서 기동성이 빠른 자세를 취하고 도루를 잡으려는 포수의 송구시 벌어지는 심판의 방해등을 생각해 포수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는게 ABS가 가져오는 심판의 변화일 것이다.     

스트라이크존이 정확해지면 좋다는 명제에는 반대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ABS도입으로 인해 생각지 못한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고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와는 조금 다른 야구를 만나게 된다.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야구도 나에게, 우리에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즐겁지 않으면 야구가 아니니까... 

'제1회 베트남 내셔널컵 야구대회'에 참가한 한국 심판진들과 함께 2022년 8월달에
'제1회 베트남 내셔널컵 야구대회'에 참가한 한국 심판진들과 함께 2022년 8월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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