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제주도에도 철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칼럼]제주도에도 철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12.31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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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제주도시철도를 기대하며
고창남 전 국가철도공단 부장/서울제주도민회 부회장
고창남 서울제주도민회 부회장 겸 재경 한남향우회 고문
고창남 전 국가철도공단 부장/서울제주도민회 부회장

여러분은 제주에도 철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제주도에 철도가 있었다고? 정말? 에이 설마?”라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제주도에 정말 철도가 있었다고 한다. 이름하여 ‘제주도 순환궤도(濟州島循環軌道)’. 제주도 북부 협재에서 김녕까지 57.0km의 철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순환 계획까지 있었다고 한다.

위키백과사전(https://ko.wikipedia.org/wiki/제주도순환궤도)에 의하면, 제주도순환궤도(濟州島循環軌道)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협재와 김녕을 잇던 사설 궤도 노선이다. 주로 화물을 운송하며 여객 영업도 했는데, 1931년에 폐선되어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도순환궤도는 1927년 5월 16일 일본인 ‘야마모토 마사토시(山本政敏)’라는 사람이 자본금 당시 금액 250만원으로 출자해 ‘제주도순환궤도회사’를 만들어 부설 신청하여 건설된 철도이며, 당시 운행하던 철도는 수압궤도 형식이었다.

이러한 철도 부설계획은 당시 철도국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큰 관심을 보였는데, 조선우선회사(朝鮮郵船會社. 당시 우편선을 운행하던 회사)와 철도국에서 연계 계획을 생각할 정도였다.

또한 이러한 철도 부설은 제주도의 풍부한 해산물과 농축산물의 운송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았다. 당시 계획으로는 제주읍내를 기점으로 하여 성산포를 지나 해안을 따라 제주도 전체를 순환하는 길이 126리의 경편철도로 만들려고 하였다.

1928년 11월 5일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1929년 9월 6일에 가영업을 시작하고 같은 해 11월 5일부터 본영업을 개시하였다. 당시 운행할 때 사용한 객차는 흔히 ‘도로꼬'(トロッコ, truck)’라고 불리는 궤도화차를 이용하였다. 다음은 당시 제주도순환궤도의 개요이다.

[제주도순환궤도의 노선도]

 

- 노선 연장 : 총 57.0km(1931년 폐선 당시)

 협재 ~ 제주 ~ 김녕 간 55.7km
 제주 ~ 제주읍내 지선 1.3km
- 궤간 : 610mm (협궤)
- 역수 : 7개역 (전철화 구간 : 없음)
- 건설 비용 : 75만원 (당시 금액)

*자료: 위키피디아https://ko.wikipedia.org/wiki/제주도순환궤도)

 

1929년에 개통한 제주도 순환궤도는 협재 - 제주 - 김녕 55.7 km구간 운행을 했다고 한다. 항구를 건설할 때 사용할 암석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도였다. 화물 운송이 기본이지만 사람을 태우기도 했다네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는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순환궤도로 계획되었는데 북쪽만 만든 상태에서 각종 사고가 많아 2년만에 폐선되었다고 한다.

[제주궤도 영업개시를 알리는 당시 신문기사 - 1929년 10월23일 중외일보]

이 사진은 제주궤도 영업개시를 알리는

당시 신문기사이다.

이를 현대어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제주궤도 영업개시”

제주도순환궤도는 9월 7일부터 영업을 개시하고 일반운수 영업을 하였는데, 근자에 공사 말료 일부 준공되었으므로 현재 감사 중으로 그것이 종료되면 11월 5일부터 본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위험안 도루꼬(Truck) 인부 상해 빈번”

제주도순환궤도가 부설되자 교통기관이 증가되었음은 사실이나, 소위 ‘도루꼬(Truck)’가 개설되어 운선(運船)을 개시한 후 부상자가 손님을 비롯하여 인부까지 많이 난립하여 일반의 비난이 빈번하여 좀더 나은 방침으로 경영할 것을 요구 중이던 바, 금번 동부 도루꼬(Truck) 인부 추자도 추자면 신양리에 푸고 현재 제주도성내(濟州島城內) 일도리(一徒里: 지금의 일도동)에 거주하면서 동 회사 외인부로 고용살이를 하는 모(某)는 지난 10일 오후에 도루꼬(Truck) 운전 중 많은 중상을 당하여 임시로 혼돈상태에 있었으나, 회사에서는 하등의 책임을 지는 답변이 없이 회피하더니, 근일에 와서 동인부들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하는 중이라는 바, 일반은 이에 대하여 원성이 자자하며 회사에서 중상이 없게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주도의 기차 ‘도루꼬’

도루꼬(トロッコ, truck)는 ‘손으로 미는 조그만 궤도(軌道)화차. 광차(鑛車)’라는 트럭의 일본식 표기이며 지금도 일본에서는 광차(鑛車)나 관광지를 운행하는 열차를 부를 때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트럭을 ‘도라꾸’라고 발음하여 사용했다.(자료: 유균, “제주도에도 철길 있었네”)

이러한 연유로 당시에 기차를 일본어로 ‘도루꼬’로 불렀다고 생각하시면 맞을 듯하다. 왜냐하면, 그 당시 역(驛)을 ‘도루꼬집’, 철길은 ‘도루꼬길’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도루꼬를 굳이 글로 표현하자면 ‘철길을 이용하여 사람이 밀어 화물과 여객을 운송했던 작은 차량’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 궤도부설되어 있는 제주북부 포구(1920년대) ]                       [ 1927년 제주 북부 산지항 건설현장 -
*자료: 나무위키(https://namu.wiki/제주도순환궤도)                    레일 부설, 방파제와 물양장 공사 중 ]

그런데 이 철도가 재미있는 것은 정말 듣도보도 못한 방식으로 운행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인차철도(人車鐵道, 手押式鐵道[수압식 철도]라고도 함.)라는 형태인데요. 문자 그대로 사람(人)의 힘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철도이다. “사람이 동력이라?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할지 모르지만 열차를 그냥 사람이 손으로 밀어서 운행한 것이다.

인건비가 압도적으로 싸면 저런 생각을 하지 말란 생각은 없지만(동남아에는 지금도 인력을 사용한 교통수단이 꽤 많죠), 그래도 효율성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제주의 인차철도의 경우는 위 신문기사(당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고가 너무 많이 나서 2년만에 폐선되었다고 하네요. 지금 생각하면 폐선이 당연한 거죠. 저렇게 사람이 끄는 방식으로 제주도를 한바퀴 돌겠다는 발상을 했었다는 것이 더 어이없기도 하다.

제주 수소트램 사업 도입 구상

그런데, 1931년에 폐선된 제주도의 철도가 최근 92년만에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이번에는 제주도의 지역을 잇는 철도가 아니라 우선 제주시에 건설하는 수소트램(Tram)으로 도시철도이다.

제주 수소트램 사업은 오영훈 도지사가 ‘그린수소 트램’ 도입을 공약하면서 시작되었는데, 무엇보다도 제주에는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청정제주에 걸맞게 내연기관 차량을 줄여 탄소중립시대에 걸맞는 도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그린수소트램’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주지하다시피 그린수소트램은 그동안 얘기됐던 전기트램과는 다르다. 수소연료 전지로부터 동력을 공급받기 때문에 전선 없이도 가능해 도시미관을 해칠 가능성이 낮다. 또한 지하철처럼 많은 인원이 탈 수 있으면서도 지하 굴착공사가 필요하지 않아 공사비도 1/6 수준으로 저렴하다.

이렇게 하여 시작된 제주의 그린수소 트램 사업은 2022년 9월 ~ 2023년 9월까지 1년동안 제주 트램 도입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을 진행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용역을 맡아 진행한 타당성검토 결과, 제주시 노형동~도청~제주공항~용담동~제주항에 이르는 11.7km의 노선에 대해 비용 편익 비율이 0.77로 나왔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요건 충족인 ‘0.7이상’에 해당된다.해당 노선에 수소트램을 설치할 경우 사업비는 총 4391억원으로 추산됐고 이에 제주도는 도시철도 국고 지원 기준에 따라 전체 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2634여억원을 국비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렇게 착착 진행되던 제주 수소트램사업이 갑자기 급제동이 걸렸다. 제주도의회가 지난 12월 6일 의결, 확정한 2024년도 제주도 예산에서 수소트램 도입을 위한 ‘제주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및 예비타당성 조사 지원 용역’ 사업비 7억원과 ‘제주 수소트램 홍보영상 제작’ 사업비 50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도시철도망구축계획은 제주에서는 처음 수립되는 계획으로, 수소트램이 포함된 제주도시철도망구축계획이 정부로부터 승인되고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국비를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제주도의회가 수소트램 관련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원래 제주도의회 소관사항이라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제주도의회 나름대로 예산 삭감의 논리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트램 사업이 13년전 우근민 도지사때부터 시작하여 원희룡 도지사를 거쳐 오영훈 도지사에 이르기까지 세 번째 추진하는 것으로,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트램을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논리적 타당성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릇 정치인의 덕목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다고 한다면, 이제는 제주트램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청정 제주에서 대중교통을 혁신하여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제주에서 철도가 사라진지 92년 되는 해에 새로이 트램으로 부활하는 제주도시철도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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