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손짓만으로도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특별기고]손짓만으로도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3.12.14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민정 도로교통공단 제주지역본부장
이민정 도로교통공단 제주특별자치도지부 본부장 
이민정 도로교통공단 제주지역본부장 

운전자라면 ‘횡단보도 사고’가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속한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횡단보도’는 고대 로마인으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원전 79년 화산 폭발로 멸망한 폼페이 시가지는 보행자 길 곳곳에 수로가 있었는데, 로마인들은 거기에 디딤돌을 깔아 옷자락이 젖지 않게 하여 수로를 건넜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횡단보도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는데, 1926년 당시 런던 교통자문위원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보행자들이 차도를 횡단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탄생된 것이 횡단보도였는데, 도로에 줄을 그어 횡단보도의 범위를 설정하였고, ‘여기서 건너라’는 표시판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표시만으로는 쉽게 식별되지 않아, 1951년 그 표시 안에 가로로 여러 개의 줄을 그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 후 횡단보도는 보행자 안전차원에서 전 세계로 전파됐다.

이처럼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태어났으며,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로부터 사람이 다치지 않게 보살펴 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횡단보도 본연의 역할을 망가뜨리는 비극적인 현실이 있다면 바로 교통사고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한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933명 중 횡단보도 주변 사망자는 509명으로 약 55%를 차지했다.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조금 더 빨리 가려는 이기적인 생각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 보행신호가 켜진 횡단보도는 보행자만의 유일한 공간임에도 신호를 무시하고 통과하는 운전자가 꽤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과속으로 달려오다 가까스로 정지선에 멈춰 보행자들에게 커다란 위협감과 공포감을 안겨다 주는 운전자도 있다.

조급증으로 신호를 위반하고, 보행자 보호의식 부족으로 길을 건너던 보행자들은 이유 없이 사고를 당한다.

보행자도 보행신호가 켜졌더라도 자동차가 완전하게 정지하는지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즉 신호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우선권은 보행자에게 있지만, 차량이 다가오면 운전자에게 건너간다는 분명한 의사를 보여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부터 횡단보도 위 보행자와 운전자의 비언어적 소통을 유도해 횡단보도 일시정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횡단보도 손짓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보행자 손짓에 따른 자동차 일시정지 유도 효과는 실험을 통해서도 검증됐다. 지난 8월 서울역 교차로 인근해서 실시한 현장 실험 결과, 보행자가 손짓했을 때 차량 57대 중 약 90%인 51대가 일시정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횡단보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손짓 하나만으로도 횡단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365일 안전운전!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