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재학 中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내적 갈등을 겪는다. 나의 마음에는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가 굳건히 서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제발 글쓰기를 멈춰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나는 작업 책상에 앉아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글 쓰는 시간이 하루에 3시간이 채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작가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력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기에 다작을 하는 것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다.
몇몇 사람들은 취미가 아닌 프로 작가로 일하게 되면 글을 쓰는 의욕이 훨씬 고취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누구나 의욕적으로 글쓰기에 임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동력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글쓰기는 한 곳에 눌러앉아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 하는 작업으로 에너지가 안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건강한 마음은 발산과 수렴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나오는 것인데, 계속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불균형에 다다르게 된다.
매년 책 한두 권을 출간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작가가 갑자기 3,4년을 푹 쉬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글을 쓰며 발생했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학원에서 뵙게 된 어느 교수님께서는 이와 같은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이 써지든 안 써지든 일정 시간을 정하여 책상에 앉는 버릇도 들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하루에 1시간은 글의 퀄리티에 연연하지 말고 일단 쓰라고 조언하셨다.
에너지의 불균형에서 오는 내적 갈등을 습관의 힘으로 이겨내라고 말씀해주신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위에서 언급한 습관을 계속 유지하게 되면 슬럼프 상황에서도 작품이 쓰여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는 이런 교수님 말씀에 백 번 공감했다.
어떤 일이든, 그 직업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존재할 것이다. 육체적인 힘이 많이 들어가는 업무나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업무의 경우 수렴되는 에너지가 부족할 것이고 글을 쓰거나 학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발산하는 에너지가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누구나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법,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관성이 있어야 본인이 속한 분야에서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의 균형을 섬세하게 신경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습을 들이는 편이 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더 유용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