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친절이라는 기억
[기고]친절이라는 기억
  • 뉴스N제주
  • 승인 2023.11.2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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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은 서귀포시 마을활력과
고지은 서귀포시 마을활력과
고지은 서귀포시 마을활력과

어릴 적 하굣길에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우산 없이 뛰어가다 그냥 포기하고 비를 맞으며 걸어간 적이 있다.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인근 가게 사장님이 우산 하나를 빌려주셨다.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추운 날 감기 걸리면 고생한다며 우산 하나를 손에 꼭 쥐어주셨다.

누군가의 작은 친절이 이렇게 어른이 된 지금도 다정한 기억이 되어 따뜻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경험들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비록 짧은 시간 공직에 근무하면서도 많은 민원인, 동료들, 업무 관련 담당자들과 어울리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지냈다.

그동안 민원 전화를 받으며 내 목소리는 어땠을까? 오며 가며 복도에서 마주칠 때 나는 웃으며 인사했을까?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실제 상대방에게 친절을 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친절은 무엇일까 생각을 하게되었다.

공직을 갓 시작하던 신규 공무원시절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 항상 두려움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통화이지만 당시 나에게 전화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였다. 그럴 때 나에게 용기를 줬던 건 무엇이엇을까 생각해보니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상대방의 다정한 목소리를 통해 나도 점차 두려움을 잊고 모르는 것에 대해 물어보고 상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상대방의 친절한 목소리를 통해 더 이상 통화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한 기억으로 난 전화를 받기 전 목소리를 가다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면서 통화를 시작한다.

이렇게 일상 속 작은 친절을 실천하여 그들의 마음속에도 다정한 기억으로 존재하고 싶다. 나의 작은 친절을 받은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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