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물숨의 기억으로 파도치는’...김신자 시인+허유미 시인 북토크 진행
[문학]‘물숨의 기억으로 파도치는’...김신자 시인+허유미 시인 북토크 진행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10.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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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학관 개관 2주년 기념 2023제주문학난장,10월 21일 오후 제주문학관서 개최
제주문학관 개관 2주년 기념 2023제주문학난장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제주문학관에서 개최
제주문학관 개관 2주년 기념 2023제주문학난장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제주문학관에서 개최

제주문학관 개관 2주년 기념 2023제주문학난장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제주문학관에서 개최됐다.

매해 다른 테마로 개최되는 제주문학난장은 올해 ‘제주바다’를 테마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제주바다를 소재로 제주문인협회 사무국장인 좌여순 작가의 사회로 김신자 시인, 허유미 시인의 북토크는 ‘물숨의 기억으로 파도치는’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김신자 시인

김신자 시인은 어릴 적 물마중을 나가면서 바다에서 직접 보고 경험했던 어머니의 모습과 제주해녀들의 애환을 보고 자랐기에,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작품 속에 기록해 두고 싶었다고 전했다.

해녀들에게 있어서 물질의 시작이자 끝을 맺는 장소인 불턱에서, 어머니에게 따뜻한 물 한 바가지를 머리에 씌워주자 그 따뜻한 온기로 추위를 이겨내고 고무옷을 벗는 어머니의 몸에는 살꽃이 피어났던 기억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추운 겨울날, 물위로 나온 해녀들의 몸은 울긋불긋 붉은 기미가 잔뜩 끼고, 핏줄이 일어나는 처절한 고통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해녀들은 ‘살꽃 피었다’, 또는 ‘살에 꽃 피었다’고 비유하는 게 놀랍고 숭고함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허유미 시인

 

시 속에 녹아든 ‘자나미’, ‘물어멍’, ‘난바르’, ‘곱숨비질’ 같은 시어들은 어떻게 찾는가 라는 질문에, 김신자 시인은 제주어 감정 어휘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서, 또한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입말들이라 소중한 제주어를 꼭 기록해 두고 싶었다고 전했다.

허유미 시인의 어머니는 지금도 모슬포 바다에서 해녀일을 하고 있다 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배 한 척을 사는 바람에 창고를 리모델링한 집에 살았던 경험을 나누었다.

처음에는 초라하고 작은 집 한 칸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다가, 바다도 한 칸, 하늘도 한 칸, 한 칸 안에 있을 때 서로의 얼굴이 가장 크게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힘들지만 그런 경험으로, 어머니의 숨비소리로 긍정적인 마음을 키우게 되었다고 전했다.

김신자 시인
김신자 시인

‘시란 과연 무엇이며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느냐’는 질문에, 두 시인은 한 편의 시를 통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담아낸다 말했다.

특히, 어떠한 정신으로 어떤 문학적 지향점을 가지고 내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가. 정말 나의 시는 나에게 어느 정도 정직하고 솔직한가를 시를 쓸 때마다 늘 고민한다고 했다.

시를 쓰면서 나를 발견하고, 더 부지런하게 되고, 그러한 기록들이 나의 거울이고, 나침반이고 나를 자극시키는 채찍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하게 시를 쓸 것이라고 답했다.

제주해녀들은 ‘용왕님의 물건을 훔치고 대신 내 젊음을 바다에 두고 왔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딸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물질 기술이나 해양 지식 등을 전수하며 오랜 세대를 걸쳐 이어오고 있는 해녀문화는 두 작가의 가족들의 모습이기에 많은 문학인들과 일반 시민들의 공감을 샀다.

허유미 시인

1시간 반동안 김신자 시인의 시집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 과 허유미 시인의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를 읽은 독자 입장에서 참석한 사람들이 서로 질문하고 작가들의 대답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두 시집을 읽은 독자들의 시낭송 시간은 북토크의 꽃이었으며 맑은 가을은 무르 익어갔다.

한편, 김신자 시인은 1969년 생으로 차귀도와 누운섬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한경면 ‘용수리’가 고향이다.

1989년도 한섬문학회, 한라산문학회 등 동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2001년 제주시조 지상백일장에 당선되었으며 2002년에는 MBC여성백일장과 전국시조공모전에 당선되었고, 2004년에 <열린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좌여순 국장

시집 「당산봉 꽃몸살」, 「난바르」,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을 발간하였고, 제주어수필집 「그릇제도 매기독닥」, 「보리밥 곤밥 반지기밥」을 발간했다.

또한 뉴제주일보에 ‘고재만 화백·김신자 시인의 <시와 그림으로 보는 제주어>로 매달 2~3회씩 작가노트와 함께 연재하면서 제주어를 지키는 일에 남다른 사랑으로 기여하고 있다.

제주문인협회, 오늘의시조회의, 제주어보전회 회원이며, 독서논술, 제주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허유미 시인은 1979년 생으로 제주에서 바람 많고 파도가 가장 세다는 대정읍 모슬포에서 태어났다.

2016년 『제주작가』신인상을 수상했고, 2019년 『서정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길로 들어섰으며, 2023 박영근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청소년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를 발간했고, 공동시집으로 「시골시인J」를 발간하였다. 한국작가회의, 제주작가회의 회원,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신자 시인과 허유미 시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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