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개정판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
[신간]개정판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8.29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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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153*220 / 376쪽 / 19,000원 / 979-11-6867-038-9 (03810) / 한그루 / 2022. 8. 31.
[신간]개정판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
[신간]개정판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

정겹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체험
문학을 벗 삼아 제주를 만나는 길

지난 2019년 발간된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의 개정판이다. 초판의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되,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표현을 가급적 덜어내면서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내용을 보태거나 빼고, 일부 문장을 바로잡았으며 일부 사진 자료도 교체와 추가가 이루어졌다.

그간 교양강의의 교재뿐만 아니라 제주문학 인문교양서로 사랑받아왔는데, 지난 2021년에는 ‘제주시 올해의 책’(제주우당도서관 주관) 제주문학 부문 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제주의 신화와 전설, 역사와 현실, 삶과 문화를 다룬 문학들을 두루 짚어보고자 했다. 설문대할망과 자청비에서부터 서련 판관, 이형상 목사, 김만덕, 배비장을 거쳐 ‘이여도’와 4·3항쟁과 제주어(濟州語) 그리고 원도심 이야기까지를 문학의 자장(磁場)에서 검토했다. 또한 제주문학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살피는 가운데 제주의 인문환경과 섬사람들의 현실을 폭넓게 이해하면서 성찰하고 전망한다.

서장에서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제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개괄한 후, 제1부에서는 ‘설화와 역사를 만난 문학’을, 제2부에서는 ‘항쟁의 섬, 현실의 언어’를 주제로 관련 글들을 엮었다.

제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제주문화와 제주인의 정체성이 담긴 문학의 영역에서 제주를 살피는 시도는 드물다. 이 책을 통해 인문교양의 차원에서 제주문학을 접하고, 그러한 관심이 제주문학 작품으로 번져가길 바란다.

<저자 소개>

김동윤 金東潤

입도조가 제주섬에 정착한 지 600년 넘은 집안에서 1964년 태어난 후 군복무와 장기국외연수를 포함한 약 4년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제주에서만 지낸 토박이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5년부터 모교의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인문대학장·탐라문화연구원장·신문방송사 주간 등을 역임하였고, 류큐대학 인문사회학부 객원연구원 신분으로 1년 동안 오키나와에서 지내기도 했다.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작은 섬, 큰 문학』(2017), 『소통을 꿈꾸는 말들』(2010), 『제주문학론』(2008), 『기억의 현장과 재현의 언어』(2006), 『우리 소설의 통속성과 진지성』(2004), 『4·3의 진실과 문학』(2003), 『신문소설의 재조명』(2001) 등이 있으며, 『김석범 한글소설집-혼백』(2021)을 엮어내었다.

<목차>

서장-제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제1부 설화와 역사를 만난 문학
제주섬을 만든 설문대할망 이야기
농경신 자청비를 어떻게 만날까
김녕사굴과 광정당의 역사와 설화
인간 김만덕과 상찬계의 진실
고소설로 읽은 19세기의 제주섬
이여도 담론의 스토리텔링 과정

제2부 항쟁의 섬, 현실의 언어
금기 깨기와 진실 복원의 상상력
봄을 꿈꾸는 겨울의 진실
‘큰 문학’으로 거듭나는 봄날의 불꽃
제주어로 담아낸 그 시절의 기억
등 굽은 팽나무의 생존 방식
제주 원도심이 품은 문학의 자취
주석 / 수록 글의 발표 지면 / 찾아보기

<2022 개정판 서문>

초판을 낸 지 꼭 3년이 되었다. 그동안 꽤 많은 분들이 제주와 문학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었다. 과분한 사랑으로 ‘2021 제주시 올해의 책’(제주 우당도서관 주관) 제주문학 부문 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대학교 학생들도 같은 이름으로 개설되는 교양강의를 꾸준히 수강하면서 자세히 읽어주었다. 부족한 책에 애정 어린 눈길을 건네준 각계의 여러 독자들께 두루 감사드린다.

초판에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제주문학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살피는 가운데 제주의 인문환경과 섬사람들의 현실을 폭넓게 이해하면서 성찰하고 전망할 수 있도록 꾸미고자 하였다. 

그런데 초판인 경우에는 대중적인 고려가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 원래 논문으로 썼던 글이 다수여서 좀 어렵다는 반응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냄새를 가급적 덜어내면서 중학생 이상이라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고치는 것이 이번 개정판에서 가장 역점을 둔 작업이었다. 내용을 대폭 고친 것도 있고, 보태거나 빼기도 하였다. 일부 잘못된 사항이나 어색한 문장을 바로잡기도 하였고, 몇 컷의 사진을 교체하거나 추가하였다.

제주를 만나는 길은 여러 갈래로 다양하게 나 있다.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는 좀더 정겹고 향기롭고 여유로운, 그러면서도 진한 여운을 오래 남기는 체험이 되리라고 믿는다. 아무쪼록 이 책이 문학을 벗 삼아 제주를 만나는 데 유익한 길라잡이 구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제주에 대한 인문교양서로 널리 읽혔으면 하는 지나친 욕심도 가져본다.

<2019 초판 서문>

절해고도(絶海孤島)로 인식되던 제주도가 한 해에 관광객 1,600만이 찾아오고, 인구가 70만에 달하는 섬이 되었다. 관광객도 인구도 최근 10년 동안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와 관련된 각종 정보들이 넘쳐난다. 제주를 다룬 책들도 계속해서 출간되었다. 

올레, 걷기, 홀로, 오름, 버스, 자전거, 낭만, 맛 등을 표방한 여행 관련 책만이 아니라, 신화ᐧ전설, 건축, 음식, 역사, 언어, 예술 등의 인문 서적들도 꽤 많이 나왔다. 환경문제로 인한 수용 능력의 한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더 잘 이해해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은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문학으로 제주를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학술적 접근으로, 현장비평의 실천으로 제주의 문학을 논해오긴 했지만, 좀더 대중적인 인문교양의 차원에서도 제주문학을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문학 작품을 통해 제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제주인의 삶을 이해하며, 제주의 정체성을 탐색함으로써 글로컬 시대의 올바른 지향점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제주대학교 교양과정에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라는 과목을 개설하여 강의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강좌에 교재로 활용하기에 마뜩한 책이 없었다. 지금까지 제주문학 관련 저술들이 여럿 간행되긴 했으나, 특정 주제나 시기에 한정되어 전문적이고 학술적으로 접근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편의상 내가 발표한 연구논문이나 문학평론 중에서 가려 뽑은 내용을 편집하여 교재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두 학기 동안 스프링으로 제본한 강의용 교재를 사용하다가, 이것을 대폭 깁고 보태어 공식 출판한다면 일반인의 인문교양서로도 읽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부리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제주의 신화와 전설, 역사와 현실, 삶과 문화를 다룬 문학들을 두루 짚어보고자 했다. 설문대할망과 자청비에서부터 서련 판관, 이형상 목사, 김만덕, 배비장을 거쳐 ‘이여도’와 4ᐧ3항쟁과 제주어(濟州語) 그리고 원도심 이야기까지를 문학의 자장(磁場)에서 검토했다. 제주문학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살피는 가운데 제주의 인문환경과 섬사람들의 현실을 폭넓게 이해하면서 성찰하고 전망할 수 있도록 꾸미고 싶었다. 

서장에서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제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개괄한 후, 제1부에서는 ‘설화와 역사를 만난 문학’을, 제2부에서는 ‘항쟁의 섬, 현실의 언어’를 주제로 관련 글들을 엮었다.

여기 실린 글들 중에 「제주를 만든 설문대할망 이야기」, 「농경신 자청비를 어떻게 만날까」, 「이여도 담론의 스토리텔링 과정」, 「촛불 이후 되새기는 4ᐧ3문학」, 「제주 원도심이 품은 문학의 자취」는 아직 나의 단독저서에 수록한 적이 없는 것들이다. 

나머지는 『4ᐧ3의 진실과 문학』, 『기억의 현장과 재현의 언어』, 『제주문학론』, 『소통을 꿈꾸는 말들』, 『작은 섬, 큰 문학』에 실렸던 글들이지만, 덧붙이거나 빼거나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책 말미의 ‘수록 글의 발표 지면’ 참조 바람.). 편하게 읽힐 수 있도록 주석은 각주로 처리하지 않고 미주로 돌렸다.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사진들도 넣어 보았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 앞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계속함으로써 적절한 시기에 개정판을 내었으면 좋겠다.

급박한 일정에도 깔끔하게 책을 꾸며준 ‘한그루’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귀한 사진들을 제공해준 강정효 작가의 우정에도 고마움을 표한다. 나를 키워주고 품어준 제주대학교가 아니면 이 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눈물겹도록 든든한 버팀목이다.

<책 속에서>

(p.26)

제주섬 사람들은 죽고 죽이는 악순환 속에 안팎곱사등이가 되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웠다. 특히 토벌군경은 빨갱이 박멸을 명분으로 온갖 만행과 떼죽음까지 양산하였다.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되는 1954년 9월까지 30만이 못 되는 도민들 가운데 3만의 목숨이 스러지고 온 섬은 초토화되었으니, 그 와중에 발생한 숱한 사연과 곡절들은 말로는 차마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p.92-93)

자청비야말로 지극히 현대적인 면모를 보이는 여성이라는 점도 좀더 밀도 있게 포착해야 마땅하다.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오늘날의 사회구조에서 여성해방과 인간해방의 문제에 대해 자청비를 통해 진지하게 탐색하는 것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청비는 평등과 해방을 갈구하는 여성이 아니라 이미 남성을 지배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오히려 남성들을 성적 노리개로 조롱하는 역차별의 통쾌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녀는 다양한 가족과 부부와 심지어는 동성애적 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의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개인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감성과 본능의 영역을,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임을 잃지 않으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구적이기도 하다.”는 언급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p.147)

「배비장전」 속의 제주도라는 공간은 상투적으로 막연히 제시된 추상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작품 속의 여러 상황과 지명ᐧ건축물‧새 등에서 나름대로 리얼리티가 확보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고소설의 경우도 지역의 눈으로 읽으면 얼마든지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49)

현재 이여도가 이상향이라는 담론은 널리 퍼져 있지만, 사실 이여도의 실체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는 이여도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섬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언사가 아니다. 그 가상의 섬이라는 인식조차도 근대에 가공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근래 들어 수중 암초에 세운 해양과학기지의 이름과 뒤섞이면서 이여도의 존재가 또다시 변질되고 있다. 이제 이여도 담론을 면밀히 재점검해 보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p.178-179)

제주4ᐧ3항쟁은 오랫동안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 자체를 차단당해 오던 역사였다. 말하자면 4ᐧ3항쟁이 금기이던 시절이 오랫동안 계속된 적이 있다. 4ᐧ3항쟁은 막강한 정치적 물리력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는 금기의 영역이었지만 그것은 늘 부상(浮上)을 꿈꾸고 있었다.

 금기의 벽이 매우 견고했지만 민중의 저변에 끊임없이 회자되는 담론들까지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록 논의가 표면화하는 것은 차단되었을지라도, 제주 민중들은 이면의 영역에서 줄기차게 4ᐧ3항쟁을 환기하고 있었다. 민중들은 계속해서 사건을 떠올리며 전언(傳言)하였다. 그것은 일종의 문학행위였다. 그들은 구비(口碑)형식으로 4ᐧ3문학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p.268-269)

새 세대 작가가 짊어져야 할 촛불 이후의 4ᐧ3문학은 앞 세대의 성과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한편, 해방공간의 제주를 폭넓은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해석하면서 공동체의 자립과 평화의 연대를 도모하는 방식을 치열하게 탐색해야 한다. 말하자면 지역문학이나 국민국가문학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면서 월경(越境)하는 문학으로서의 독자적 위상을 당당히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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