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더위는 피하는 것이 상책
[기고]더위는 피하는 것이 상책
  • 뉴스N제주
  • 승인 2018.08.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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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제주시 동부보건소 건강증진담당
이명수 제주시 동부보건소 건강증진담당
이명수 제주시 동부보건소 건강증진담당

‘염소뿔도 녹인다’는 대서(大暑)가 지나고 입추(立秋)에 들어온 8월이지만 전혀 가을의 청량함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다.

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염소뿔이 아니라 무쇠뿔도 녹일 듯한 더위 앞에서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어딜 가나 에어컨과 그늘을 찾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뜨거운 더위를 이기기 위해 더욱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며 버텨냈다.

이열치열의 정신을 존경하는 바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열치열은 더 이상 상책으로 보기 힘들다. 과거에는 땀으로 배출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으며 몸의 영양을 유지했지만 지금 우리는 옛날과 달리 보양식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며, 오히려 영양이 과다한 사람이 많다.

보양식만으로 폭염에 맞서기는 힘든 것이다. 이열치열의 정신으로 이런 날씨에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폭염일 때는 가만히만 있어도 피부혈관이 확장되고, 땀의 기화로 인한 발한이 시작되며, 근육은 이완되지만 호흡과 체표면적은 증가한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 때문에 열기를 바깥으로 배출하기 위해 몸이 갖은 애를 쓰는 것이다. 이럴 때 운동을 하면 몸에 과부하가 걸릴 확률이 높다.

과부하에 걸린 몸은 더 이상 열기배출이 힘들어지게 되는데, 이게 바로 온열질환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온열질환 사망자는 54명이며, 이는 같은 기간 호우와 태풍, 대설로 인한 사망자보다 2.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이나 호우 등의 재해가 물질적인 피해를 주로 입힌다면, 폭염은 온열질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온열질환은 이름과 초기 증상들이 비슷비슷하여 사람들이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질환별로 원인과 대응방법이 분명히 다르다.

‘열사병’은 고온에 오래 노출되어 체온조절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써 중추신경에 장애를 일으킨다. 체온이 이상하게 상승하고, 두통, 현기증, 동공반응 소실 등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며, 생리식염수를 주사하거나 냉수를 마시게 하고 시원한 실내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여 체온을 빨리 낮춰야 한다.

체온이 높아지면 체내의 효소나 세포에 영향을 끼쳐 쇼크로 인한 사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열경련’은 더위로 인해 체내의 수분과 염분이 소실되는 것으로써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나타한다. 사지의 경련과 이명이 들리는 등 문제가 발생하지만 열사병과 같이 체온이 상승하지는 않는다.

이온음료나 전해질음료와 같이 적절한 수분과 염분을 잘 공급해주고 휴식을 취하면 열경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열쇠약’은 고열이나 고온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들한테서 주로 보이며, 만성 체력소모로 인해 전신권태와 식욕부진, 빈혈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열쇠약에 걸린 질환자들은 탄수화물 중간대사에 필수적인 비타민B1을 반드시 섭취하거나 투입해주어야 하며, 영양을 지속적으로 잘 공급하고 무엇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열허탈’은 탈수로 인해 말초혈액순환에 이상이 오는 것으로써 현기증과 무기력증, 이명 등을 일으킨다.

시원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며 따뜻한 차를 마시게 하거나 포도당 및 생리 식염수를 주사해야 한다. 이렇듯 온열질환은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여 그에 걸맞은 적절한 대응법을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다른 재해들과 달리 폭염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생활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피할 수 있다.

운동은 하더라도 되도록 해가 진 뒤 실시하고, 입맛이 없더라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햇볕아래서 일을 하게 된다면 중간 중간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잘 관조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자연재해는 맞서기보다는 피하는 것이 상책인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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