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한그루 시선 20 - 조선희 시집  《봄밤은 언제나 짧았네》
[신간]한그루 시선 20 - 조선희 시집  《봄밤은 언제나 짧았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8.03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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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글 / 130*205 / 121쪽 / 10,000원 / 979-11-6867-035-8 (03810) / 한그루 / 2022. 7. 31.
조선희 글 / 130*205 / 121쪽 / 10,000원 / 979-11-6867-035-8 (03810) / 한그루 / 2022. 7. 31.
조선희 시집 《봄밤은 언제나 짧았네》

봄밤은 짧지만
이야기는 남아 시가 되고

한그루 시선의 스무 번째 시집이다. 조선희 시인의 신작 시집으로, 총 4부에 걸쳐 63편의 시를 실었다.

안상근 시인은 해설에서 “조 시인은 자연과 인간 세계의 따뜻한 교감을 꿈꾼다. 그것은 그녀의 살뜰한 인정과 따뜻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우주에 대한 사랑과 연민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중략) 어렵고 난해한 서사구조로 쓰인 글들이 반짝 사람들을 신선하게 하고 감동하게 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보통사람에게 오랜 세월 감동을 주는 것은 굳이 난해한 글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조선희 시인은 시집 『봄밤은 언제나 짧았네』를 통해 거창한 담론이 아닌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 서로를 바라보는 눈짓 같은 것을 담고자 한다. 그 시선은 “헤어진 일이 엊그제 같은” 그리운 이에게 머물기도 하고, “물때만 되면 자연스레 창고 후미진 곳에 걸린 테왁을 향해 휘파람 소리”를 보내는 어머니에게 닿기도 하고, 4월의 아픔을 말로는 하지 못해 옹이 지고 뒤틀린 팽나무에게 이어지기도 하며, 그렇게 이웃과 벗과 가족과 꽃과 풀들에게 건네던 안부는 자신에게로 돌아와 “무수한 발자국이 가지런해진다”.

“자기 시의 표정 앞에서 수선을 떨거나 커튼을 드리우는 시”가 아닌, 담백하고 맑은 시인을 닮은 시들로 채워진 따뜻한 시집이다.

<저자 소개>

조선희
제주 출생.
2008년 《시사문단》 등단.
시집 『수국꽃 편지』, 『애월에 서다』, 『봄밤은 언제나 짧았네』.
stu7648@naver.com

<목차>

제1부 지금도 라일락

지금도 라일락|소악도 노둣길|길상사|바람의 초대장|빗방울 연서|초승달|평창역|젖은 눈썹|월요일의 남자|슬픔에 관한 정의|하도리 철새도래지|싹 튼 주먹|밥솥에게|드림세븐|적당한 간격|고백

제2부 이녁이라는 말

평대리 순비기꽃|어머니의 율법|아도록하다|일곱물|밋두엉|일방통행|물소리|어머니|이런 날|이명耳鳴|냉잇국|하간 듸|숨비소리|연결|이녁이라는 말

제3부 눈물의 이력

부전여전|아버지의 주사|팽나무의 섣달|까마귀 모르는 제사|눈물의 이력|목격자를 찾습니다|참빗살나무|늙은 금귤나무가 사는 집|내 동생 춘희|공치는 하루 씨|오래된 애인|진아 산후조리원|푸념|더 이상 뻐꾸기 소리는 들리지 않고|씨앗 혹은 우주

제4부 아왜나무 그늘엔

억새꽃, 그 여자|아왜나무 그늘엔 당신이 산다|체질을 읽는 법|장마|햇살 한 줌 받아들다|양들의 침묵|다급한 소원|우당도서관 가는 길|작두콩|신호등|아직도|벚꽃 아래 안부|그게 어디야|불감증|기도|맨발의 기억|호박의 쓸모

해설_소소함에서 찾은 조선희 시인의 시적 파토스(안상근 시인)

<시인의 말>

이번 생도 비껴가질 못했다
멀리 온 줄 알았는데
늘 당신이 먼저다
다음 생은
바람으로만 서성거려야지
목련꽃 환히 핀 자리에서

<책 속에서>

평대리 순비기꽃
한 번에 내뱉는 소리가 있다
죽고 사는 일이 바다에 달려 있어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자맥질
오늘은 물질하기 좋은 날
어머니 숨비소리 길어지면
퍼렇게 물드는 평대리 순비기꽃
지금도 라일락

그날 이후로 봄밤은 언제나 짧았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자취방을 지나
온 가족이 모여 사는 당신 집을 향해 가는 길
더디게 걸었던 발걸음
헤어지기 아쉬워 되돌아가던 중간 지점
라일락향이 골목길을 서성거렸네

밤이 되면 짙어지는 이유를
우리 둘 다 어려서 알 수 없었지만
집 앞에 도착하면 입술에 묻은 꽃내음
바람이 다가와 슬며시 떼어놓으면
라일락이 괜스레 붉어지곤 하였네
살아가는 일이 고유명사처럼 와 닿을 때
우체국 앞에서 당신의 안부를 묻던 날들이
아득한 기억이었다 해도
우리가 헤어진 일이 엊그제 일 같아
지금도 봄이 오면 밤이 짧아지곤 하네
서쪽 하늘에 걸린 초승달, 스무 살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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