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한그루 시선 18 - 한희정 시집  《목련꽃 편지》
[신간]한그루 시선 18 - 한희정 시집  《목련꽃 편지》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6.09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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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글 / 130*205 / 124쪽 / 10,000원 / 979-11-6867-029-7 (03810) / 한그루 / 2022. 5. 31.

제주의 슬픔을 호명하며
정갈한 정형률에 담다

표지

한그루 시선의 열여덟 번째 시집이다.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한희정 시인의 신작 시집으로, 총 5부에 걸쳐 71편의 시조를 실었다.

이송희 시인은 해설에서 “한희정 시인은 시집 『목련꽃 편지』를 통해 ‘제주’라는 장소가 품고 있는 슬픔과 트라우마를 해후하고 공유한다. 그것은 제주4·3이라는 민족적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어,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정서 표현의 방식으로도 드러난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이 시집에서는 제주의 곳곳을 호명하며 그에 담긴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들이 눈에 띈다. 가족과 부모, 벗과 지인에서부터 공간에 깃들었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난한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저문 이들에게까지, 시인의 호명은 제주의 깊은 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때로는 애잔한 슬픔으로, 때로는 격정과 분노의 목소리로, 수만의 감정이 깃든 이야기들이 정갈한 정형률에 담겨 전해진다. 시조라는 형식에 담긴 압축미와 중심을 꿰뚫는 정수의 시어가 돋보이는 시집이다.

◆한희정

한희정 시인

제주 서귀포 출생.
2005년 《시조21》 등단.

시집 『굿모닝 강아지풀』, 『꽃을 줍는 13월』, 『그래 지금은 사랑이야』, 현대시조100인시선집 『도시의 가을 한 잎』 등이 있음.현재 제주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국제시조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임.
hhsunshine@hanmail.net

<목차>

1부 중심이 아니어도 힘이 되는 길은 있어

추사의 진눈깨비 산지등대|낮달맞이꽃|와인글라스|소맥시대|횡단보도 앞에서|풀의 선택|까치밥|개망초 부처님|신도시의 밤|줌 인|재활용을 꿈꾸다|중년기 혼밥족|아이야, 나무처럼|서운암 꽃 도반

2부 외로움이 깊을수록 꽃은 더욱 환했네

목련꽃 편지|스마트폰 어머니|좋아요 꾹!|자목련 그 여자|아름다운 역설|줄|검버섯, 그 황당함에 대하여|칸나의 근황|부들의 노래|갯패랭이꽃|운주당 수선화|눈꽃이 피었습니다|신들의 고향|이 땅에 쓰이는 서정시

3부 숨 가쁘게 살았어도 내력은 푸르러라

사막이 되기까지|손바닥 내미는 봄|뒷모습|낯선 얼굴 스치듯|청도반시|산복도로|저기, 추자도|개복숭아꽃 피다|물 위의 아이들|기해독립선언|서울 입성기|겨울 테쉬폰|노래처럼 전설처럼

4부 때론 무심하게 때론 엄숙하게

그 잠시|내 이제 와 알겠네|어머니의 꽃브로치|2월 이용대금 명세서|심리적 흡입기|비상품 이름으로|손은 위대하다|쌀과 김치|겨울 귤밭|답신|퍼즐조각 맞추기|불빛 한 점|종달리 수국|궁금증|친정 놋촛대

5부 진실로 기다림은 하루하루 살아내는 거

결에 관한 에피소드|꽃파도|꽃의 임종|4월의 발소리|백서향|밤 자구리|우묵개 동산|쑥 인절미|때죽나무가 전하는 말|종달리|마늘밭 뻐꾹 소리|모슬봉 엉겅퀴|가시리 삘기꽃|슬픈 해후

해설_제주의 슬픔을 공유하는 방식(이송희)

<시인의 말>

또 한 권의 시집에다 길을 묻습니다

지나온 행간마다 근심만 쌓입니다

얼마나 닦고 닦아야

흐르는 물이 될까요

내 앞에 오는 모든 것, 작은 인연 아니지요

그 안에 살아야 하는 건 운명이라 하겠지요

시인이 뭐냐 물으면

도로 입을 닫습니다

부고도 없이 죽어간 어휘들을 찾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아 아픈 곳을 꿰맵니다

드러내

채찍을 맞더라도

기쁘게 내밉니다

- 2022년 오월에 한희정

<책 속에서>

목련꽃 편지

인편도 우편도 아닌, 홀연히 온 봄소식

늦잠결 초인종 소리, 눈 비비며 찾아온

앞마당

목련나무가

편지 한 장 들고서

바람결 사십 년 전 편지 한 통 따라 왔네

무심코 연 팔레트에 열두 색깔 꽃이 피듯

아버지

한 글자 한 글자

몽글몽글 꽃이었지

외로움이 깊을수록 꽃은 더욱 환했네

자취방 창호 문에 우련 비친 섬 하나

초승달

꽃 이파리에다

안부 묻던 그 봄밤

마늘밭 뻐꾹 소리

해풍에 젖고 마르는

알뜨르 마늘밭에

싹둑 잘린 마늘 대궁

햇볕 아래 누워 있네

줄줄이 사월의 현장,

뻐꾸기 울음 우네

견실했던 생애만큼 말수 없던 할머니,

뒷마당 조부님 묘 이장하던 그날처럼

목이 쉰 호곡소리가 환청인 듯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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