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곽인숙의 두 번째 시집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소리'
[신간]곽인숙의 두 번째 시집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소리'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4.05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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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숙 시인
곽인숙 시인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동네, 그리운 사람보다 어둠이 빨리 도착합니다.

오백 년 보호수를 바라보면 멀어진 시간이 하나로 모이듯 내川를 이룬 물길도 은하에 닿습니다.

유실된 내 기억을 좇아 하루치의 생각을 갈무리하는 익숙한 풍경을 벗 삼아 능내에 젖고 있습니다.

마음의 길은 갈등을 벗어났을까요

마음의 갈등에서 길을 찾았을까요.

모른 척 무임승차해도 마음이 닿는 쪽으로 기차는 떠납니다

18능내역에서 배웅의 형식은, 언제나 운길산에서 시작해 남해바다로 맺습니다.

적막보다 깊은 능내역에서 호젓한 이정표가 되어 서 있습니다.
-곽인숙의 '능내역에서' 전문

*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능내역은 1956년 중앙선 철도가 정비되면서 신설됐지만 2008년에 폐역이 됐다. 능내리에는 다산 정약용 유적지, 마재성지, 다산 정약용 생태공원이 있고 산수가 수려해서 연중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대합실은 능내역의 이야기를 간직한 흑백사진관이 됐고, 당시에 쓰던 대합실 나무의자와 낡은 벽보도 과거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과거와 만날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곽인숙 시인의 시집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소리'가 출간됐다.

봄의 소식과 함께 고향 남해에서 추억을 풀어 놓은 두 번째 시집은 크게 5부로 나누어져 있다. 

목차로 시인의 말, 1부 '백일홍의 시간'외 14편, 2부 '빛나는 침묵꽃'외 14편, 3부 '으아리 꽃'외 14편, 4부 '돌탑'외 14편, 5부 '앵강만에서'외 15편, 해설 등 총 76편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곽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누구에게나 맑고 화려한 슬픔 뒤에는 사라지지 않는 번뇌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며 "고요 속에, 지금은 끊긴 기적 소리만 가득한 능내역 무시로 남해에서 올라오는 기차를 기다린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제 몸 떨어져 있어도 물과 산맥을 잇는 마음의 철길이 있으니, 푸른빛 먼저 물든 南海가 거기 있음에 陵內里의 아침은 눈부셨다."고 고향의 서정을 그렸다.

존재론적 기원으로의 서정적 귀환

곽인숙 시집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소리' 표지
곽인숙 시집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소리' 표지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는 해설을 통해 곽인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남해로 가는 능내역기적소리'는 삶의 근원에 대한 섬세하고도 간절한 탐색 의지와 함께 시인 자신의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충일한 자의식을 함축하고 있는 고백록으로 다가온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정시의 미학은 대체로 삶의 보편적 이치에 대한 성찰과 오래된 풍경에 대한 기억을 통해 어떤 근원에 관하여 사유하고 질문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마련"이라며 "곽인숙의 시편들은 언어가 생성되고 변형되고 파생되는 경로를 통해 자신의 실존형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사유하면서도 존재론적 기원을 지향하는 쪽으로 번져가는 독특한 미학적 세계"라고 평가했다.

이어 "곽인숙의 시는 지금은 부재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재현하면서 이제는 그러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그리움에 짙게 감싸여 있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그리움이 인간 존재 형식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며 "모든 기억이 과거의 사실적재현이 아니라 현재형에 의해 재구성되는 것이라는 점에서,곽인숙 시인의 기억 또한 그녀의 현재형과 퍽 닮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시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선연한 기억과 그리움으로 존재의 근원을 탐색해가는 이번 시집은 그렇게 잃어버린 세계를 순간적으로 탈환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는 시인 자신의 현재적 의지를 줄곧 보여준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집은 본원적 그리움에서 시작하여 고향으로의 귀환 과정을 담아낸 진중한 고백록이자 순연한 마음의 도록圖錄이기도 하다."며 "그녀의 시는 서정시의 가장 근원적이고 원형적인 창작 동기가 시인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과 관조의 욕망에 있음을 낱낱이 보여준다. 자신의 존재론적 기원과 자신의 실존이 궁극적으로 가닿으려는 곳을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가장 빛나는 언어로 돋을새김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곽인숙의 시는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다른 현실'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과 사유로 재구성한 '시적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시적 현실을 통해 구현하는 미학적 차원이야말로 현실과 꿈의 접점에서 형성되는 긴장과 균형 속에서 시인 자신을 완성하게끔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해로 가는 능내역 기적소리'

초판 1쇄 발행 2022년 3월 25일
지은이 곽인숙
발행인 전기화
책임편집 서종현

발행처 현대시학사
등록일 1969년 1월 21일
등록번호 종로 라 00079호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41
전화 02-701-2341
블로그 http://blog.daum.net/hdsh69
이메일 hdsh69@hanmail.net
배포처 (주)명문사 02-319-8663
ISBN 979-11-92079-14-1 (03810)

◆곽인숙 시인

남해 출생
남양주 거주
2019년 시와편견으로 등단
'2022년 신정문학》으로 수필 신인상 등단
시집 '동심원 연가'
신정문학대상, 안정복문학상, 남명문학상
미래시학 신인 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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