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오미경의 '밤의 그림자'
[전시]오미경의 '밤의 그림자'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10.30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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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3-14 돌하르방 미술관

오미경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제주 돌하르방미술관에서 진행된다.

매년 제주와 서울에서 전시를 진행했던 오 작가는 이번에 여섯번 째 개인전으로 섬의 이야기와 기억, 밤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그는 작품에서 기억 공간이라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세계를 표현해 다시 세상으로 환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영원이라는 절대적인 세상과 희망을 노래하는 숲의 영혼을 담아 사람들이 꿈꾸려한 세상을 담았다.

각 작품별 주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기억 - 공간

빈 공간 사이로 연결되는 시선은 선과 면이 다닥다닥 붙어나감으로써 어떤 사건을 품은 존재 이후 시간의 영속성을 이야기한다. 이는 예기치 못한 기억의 아쉬움과 물음으로부터 불어나는 의외의 잊힌 감성을 수집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혹은 흔적으로만 남은 잊힌 대상과 장소의 변주로 드러남의 의미가 있다. 이 모두의 연결은 개인의 기억과 흔적이 모여 사는 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불면의 밤

무수한 선에 얽힌 얼굴로부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들은 여기 살아오는 존재다. 한데 섞여 비집어 말을 건네는 그들은 좀체 편치 않다. 이는 어렵게 이어 온 시간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는 모두의 자화상이다. 세상에 드러나기 힘든 존재는 살아있음으로 시련을 맞이하며 삶의 흔적을 부단히 찾고 있다. 그 시간이 지속되어 오는 한 우리는 진실의 물음을 잇는 불편한 밤을 지샐 수 밖에 없다.

△응시 - 환생

풀숲의 시선이 밖을 응시한다. 섬의 가깝고 먼 시간을 오랫동안 주시해오는 자가 거기 있다. 식물의 형태와 인간의 형상은 하나로 겉으로 보기에 은신해 있지만 수풀 안에서 보는 시선-수풀 안에 보이는 시선을 통해 우리는 보일 듯 말 듯 통로를 형성한다. 섬의 잊힌 공포의 순간을 견디는 덤불 속 시선은 4·3의 부단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승을 떠나지 못한 영혼은 오늘도 그 자리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운명을 응시하고 있다.

△숲의 영혼

풍경은 우리에게 쉼과 머무름을 전하지만 거기 보이지 않는 지난 시간을 재생함으로써 우리는 장소를 바라보는 시선의 관계를 조망할 수 있다. 섬의 숲(곶자왈) 어디에서나 마주하는 빈 덤불 거기에는 모든 것을 죽 바라보아 온 흔적이 서려 있음을 암시한다. 그것은 다가오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우리에게 묻는 풍경화가 될 것이다.

△어떤 영원

숲에 사는 형상들은 그들이 머물던 장소와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성과 소멸을 이야기한다. 분명히 여기 존재하였으나 겉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는 대상은 특히 밤이 깊은 순간 아직 빛으로 남아 선명한 그림자로 곳곳에 깃든 사실을 우리에게 전한다. 우연한 곳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죽음과 환생으로써 어떤 역사와 신화를 암시하며 앞으로 지속될 섬의 내밀한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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