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숙 시인, 제2회 남명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수상
곽인숙 시인, 제2회 남명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수상
  • 강정림 기자
  • 승인 2021.08.1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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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남명의 빛-흑진주 한 알"

남명의 빛 - 흑진주 한 알

곽인숙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활로를 찾지 못하고 멀어지는 독경 소리는
한 목숨 풀잎 끝에 이슬처럼 매달렸다

독초거든 자라지 말라,고
대비 자루로 마당을 한 식경마다 쓸었다
자정이 넘어서야 문지방에 어깨를 기대었고
밤새 줄지 않는 난세의 야경을 도는 동안
뒷동산 부엉이도 울지 않았다

정한수 올린 장독대에
근심조차 맑게 아침 햇살이 피어오르기 전
봉숭아 꽃물로 밥을 지어 올린 조반상

사라진 시간의 덮개를 여니
길이 막힌 자리까지 고요해지는 하늘의 별
필설하는 표정이 떨렸다

귀소를 잃은 새처럼 몸이 우는 날에는
정처 없는 고통도 단단한 침묵으로 굳어졌다

수 세기 별자리가 바뀐 뒤
파묘破墓한 자리에 영롱하게 빛을 발하던
흑진주 한 알

흔들리는 갈대 뿌리처럼 질곡의 늪에 박힌 민초들을 위해
꽉 막힌 곳의 물꼬를 트듯
도반이 되어 대신 아파주고 울어주던
그는 문수보살*이고 눈부시게 찬란한 광휘였다

​*남명

곽인숙 시인
곽인숙 시인

제2회 남명문학상 심사 결과 시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곽인숙 시인은 "매일매일 시를 쓰려고 의도적으로 노력도 해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한용운 님의 님의 침묵을 공부하는 여고생인 저에게는 가슴 설레며 슬픈 시간이었다"고 당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곽 시인은 "그 후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했지만 시간도 없고, 자신도 없어서 미루어 오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글을 쓰게 되었다"며 "운 좋게 남명 선생 공모전에 응모하게 되어 당선됐다. 기회를 주신 남명 문학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생명의 글을 쓸 수 있도록 지도편달해 주시는 교수님과 부족한 글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남명 문학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감사의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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