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은씨, ‘시와편견’ 추천 시인 등단
이기은씨, ‘시와편견’ 추천 시인 등단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03.13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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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노래’ 외 2편...신달자 시인, 윤석산 시인 추천
이기은 시인
이기은 시인

시가 좋아 시를 사랑하게 된 이기은(탐라문학회 회원)씨가 서정과 전위를 지향하는 시전문지 ‘시와편견’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 씨의 ‘가시의 노래’ 외 2편(제주여인의  보롬&바람, 삶의 업사이클링)은 2020_봄 vol.13 ‘시와편견’ 추천작품상 시 당선작으로 뽑혔다.

이 씨의 시는 모두 제주에서의 삶을 통해 여인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애환을 다뤘다. 신달자 시인이 추천심사위원장, 윤석산 시인이 추천 심사위원을 맡았다.

두 심사위원은 추천심사평에서 “이기은 시인을 시단에 내놓는 것은 그가 살아온 그동안의 이력과 시를 정말 사랑하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시인의 시는 운명의 구속성을 거슬러 올라 근원적인 자유에 도달하고자 하는 열망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통은 인간사의 과정에서 운명적으로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는 시 쓰기를 통해 비로소 생에 관한 철학적 인식을 체득한 것 같다”며 “많은 시인이 있지만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단의 현실이 서글플 때가 있다. 시는 잘 쓰지만 교만한 사람은 시인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시의 발전을 가로막는 사람일 수 있다. 겸손의 덕목으로 시의 필력을 더해갈 것”을 주문했다.

이기은 시인은 당선소감을 통해 시는 자신에게 연인 및 삶의 해우소라고 평하며 “시는 때론 하소연을 들어주는 상담자요, 다시 일어 설 용기와 희망을 주는 지지자, 아픔을 치유하는 치료자”라며 “고뇌와 번민으로 제자리를 맴돌 때 방향을 지시하는 나침판이고 진한 사랑의 감성을 꺼지지 않도록 은은히 지펴주는 불씨”라고 단정했다.

이어 “넉넉함으로 포용하며 살아야 할 초로의 나이에 방치된 기분으로 내 자신에게 수 없는 못질로 가두었던 시를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고 생각하니 고개를 들 수 없고 두렵기까지 하다”며 “많이 부족하지만 늦은 출발을 격려해주신 신달자 선생님과 윤석산 교수님 및 계간 '시와편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문우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제주로 이주한 이기은 시인은 ‘탐라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기은 시인

-인제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
-전, 양산YWCA사무총장
-경남미술협회 초대작가
-탐라문학동인

■2020년 봄 <시와편견〉추천작품상 당선 시

가시의 노래

이기은

간밤에 무슨 사연 있었길래
홀로 여린 촉수를 깨웠나
감추지 못한 아련함이 몽글몽글 부풀다
가쁜 숨결로 붉어지고
아프다 힘들다 말 못하고
눈물 훔치다 물들어가는 퍼런 가슴

'시와편견' 표지
'시와편견' 표지

기약 없이 희망노래 부르는 여인은
날마다 비우는 주문을 걸어 보는데
휘감아 도는 바람에 생채기가 생겨
고통은 찔레꽃 크기만큼 둘레를 치고 있다

거친 바람의 촉수에 옷자락 여미어 봐도
밤새 풀어헤친 사연들은 저마다 아우성인데
잠잠하라 잠잠하라 입맞춤으로 다독여도
마음에 내리는 촉촉한 빗물

살아남는 게 강한 것
상처도 위로가 된다는 소문에
노래를 불러보고 장밋빛으로 물들어도
뾰족하던 것들은 점점 무디어져
안으로 작아지며 말라가는 꽃잎
바스라지기 서러워 하나씩 떼어내는데

서산의 해는 지는 것이 아니라
제 온몸 불태우는 중이라는
가시에 찔리신 그의 음성에 화들짝 놀라
해야 할 일들에 내려앉은 먼지를
하나둘 털어내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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