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5살 때 실종되어 美 입양된 아들, 40년 만에 가족 품으로
제주경찰청, 5살 때 실종되어 美 입양된 아들, 40년 만에 가족 품으로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3.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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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ㆍ아동권리보장원 등과 협력을 통해 해외입양인 소재발견
제주경찰청 전경(사진=제주경찰청)
제주경찰청 전경(사진=제주경찰청)

제주경찰청(청장 이충호)는 40여년 전 헤어진 동생을 찾아달라는 신고를 접수받아 장기간 수사한 끝에, 1985년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박동수 씨(Benzamin Park, 1979년 생, 美 일리노이주 거주)의 소재를 찾아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경찰청은 2021년 10월 경남 밀양서에 접수된 실종 신고를 이관받은 후 제주경찰청 형사과 미제수사팀에서 직접 소재를 추적하는 등 약 2년 5개월간 조사를 이어왔다.

특히, 제주경찰청 미제수사팀은 미국에 있는 대상자의 소재를 찾기 위해 SNS를 활용하여 단서를 발견하고, 시카고 총영사관과 협조하는 등 다양한 노력 끝에 박동수 씨를 찾아낼 수 있었다.

지난 1980년 친모 이애연 씨는 박동수 씨를 포함한 4남매를 경남 김해의 큰집에 잠시 맡겼다. 하지만 박동수 씨는 어머니를 찾으러 나가겠다며 집을 나가 실종되었다가 1985년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박동수 씨는 미국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 한국을 처음 방문하여 입양기관(대한사회복지회)을 찾아갔으나, 아무런 기록을 발견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2012년에 재입국하여 계명대학교 어학당을 다니며 대구 성서경찰서에 찾아가 유전자를 채취하였으나, 당시에는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2016년 미국으로 귀국했다.

◦ 그러던 중, 동수 씨의 친형 박진수 씨가 2021년 10월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라며 실종신고를 하였다. 당시 모친 이애연 씨의 DNA를 채취하였고, 이듬해 2022년 8월 박동수 씨와 이애연 씨가 친자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왔다.

그러나, 정확한 친자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정밀한 2차 분석 작업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국내에 거주 중인 친모 이애연 씨와 달리 박동수 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데다 2012년 계명대 어학당 재학 시 사용했던 전자메일 주소 외에 남은 연락처가 없어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이에, 제주경찰청은 장기실종 중인 박동수 씨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제주경찰청 소속 미제수사팀으로 사건을 이관하여 집중 수사에 착수하였다.

수사팀은 출입국관리청과의 협조와 누리 소통망을 활용한 조사로 박동수 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경찰청을 통해 이후 주 시카고 총영사관과의 공조를 통한 미국 현지 조사로 박동수 씨와 연락이 닿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끝에 마침내 박동수 씨가 2023년 12월 주 시카고 총영사관에 방문하여 유전자를 재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박동수 씨가 이애연 씨의 친자임이 올해 2월 최종 확인되었다.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분석제도」활용

경찰은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분석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번 상봉은 해외입양인과 한국의 가족이 상봉하는 다섯 번째 사례이다.

*외교부·복지부 협업, 재외공관(34개)을 통해 무연고 해외 입양인 유전자 채취 후 한국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제도

가족과 원격 상봉 예정

39년전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박동수 씨는 3월 18일 친모 이애연 씨(83세) 등 한국의 가족과 화상으로 상봉했다.

상봉식은 당장 입국이 곤란한 박동수 씨가 화상으로라도 먼저 얼굴을 보고 싶다는 요청에 의한 것으로, 모친 이애연 씨가 현재 입소 중인 부산 소재 보호시설에서 진행되었다.

경찰청은 박동수 씨와 가족들의 상봉을 추진하기 위해 양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상봉 일정·장소·방식 등을 세심하게 조율하였다. 또한 아동권리보장원과 소통하여 ‘실종아동등 사후관리 지원 사업’을 통해 가족들이 상봉 이후 행정절차·심리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협조를 요청했다.

박동수 씨는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다.”라며 “도와주신 경찰, 대사관, 아동권리보장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는 소감을 남겼으며, 친형 박진수 씨는 “동생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 분석 제도 덕분에 결국 찾을 수 있었다.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아직 찾지 못한 여동생(박진미, 77년생)도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및 조치

향후 경찰에서는 장기실종아동 발견을 위한 유전자검사 고도화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 나갈 예정으로, “이번 상봉이 더 많은 실종 아동을 찾게 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며,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종자들을 찾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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