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개떡이, 개명하다》
[신간]《개떡이, 개명하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12.21 0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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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윤화|그림 이레|153*225|114쪽|12,000원|979-11-6867-145-4 [73810]|한그루|2023.12.20.
[신간]《개떡이, 개명하다》
[신간]《개떡이, 개명하다》

이름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거지

2017년 ‘킁킁가게’로 샘터상을 수상한 김윤화 작가의 5년 만의 신작 동화집이다. 표제작 ‘개떡이, 개명하다’를 비롯해 총 6편의 단편을 실었다. 글을 쓰는 엄마와 그림을 그리는 딸이 함께 만든 ‘약속의 책’이다.

‘개 도둑’은 어느 날 수상한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반려견 ‘보름이’ 실종사건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담았다. 할머니와 엄마와 주인공 사이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유쾌하다. 표제작인 ‘개떡이, 개명하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 때문에 고민인 공희와 공희의 애착 인형 ‘개떡이’가 등장한다. 더 예쁘고 세련된 이름으로 바꾸고 싶지만, 어쩐지 모두 입에 붙지 않는 새 이름들. 또래 아이들이 한 번쯤은 거쳤을 만한 진지한 고민이 사랑스럽다.

그 외에도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가 본능 앞에서 당황하는 ‘나도 고양이’나 주머니 속에서 화석이 되어버린 단밤 이야기를 다룬 ‘단밤사우루스’도 참신한 이야기로 흥미를 끈다. 투병과 죽음을 다룬 ‘고모가 이사했다’나 홀로 사는 할머니의 사고를 다룬 ‘나쁜 집’은 다소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의 시선에 담긴 고독, 외로움, 질병, 죽음 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책은 어른의 시선으로 교훈을 주기보다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현실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아이들의 진지한 고민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건강한 성장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두면서도 웃음과 재미를 잃지 않는다. 늘 아이들과 함께하는 저자의 흥미진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일상이 그려지는 책이다.

■ 저자 소개

글. 김윤화

2014년 《제주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7년 「킁킁가게」로 샘터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킁킁가게』를 출간했습니다.

아이들과 뒹굴면서 책 읽어주는 일을 합니다. 일과 놀이와 취미가 같아서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림. 이레

미대에서 회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 차례

개 도둑 09

개떡이, 개명하다 27

나도 고양이 45

단밤사우르스 65

고모가 이사했다 83

나쁜 집 99

■ 작가의 말

엄마와 딸이 만든 약속의 책

겨울잠을 너무 오래 잔 것 같아요.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라고, 머잖아 폴짝 뛸 수 있을 거라고 되뇌면서 개구리처럼 빳빳하게 엎드리고만 있었습니다.

사실, 알고 있었어요. 잘 뛰고 싶어서 그런다는 것을요.

폼나게 뛰고 싶은 욕심이 저를 옭아매고 있었던 겁니다.

작은 몸짓, 어설픈 동작이라도 멈추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킁킁가게』 이후 5년 만에 겨우 두 번째 책을 내놓습니다.

두서없이 준비하다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김지희 편집장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요.

“두 번째 책은 언제 낼 거냐?”며 채근해주신 분들 덕분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냈습니다.

두루두루 감사드리며 더 열심히 쓰겠다는 다짐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끈질긴 닦달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느린 작업으로 기다림의 미덕(?)을 가르쳐준 그림 작가 이레에게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엄마의 책에 그림을 그려주겠다던 오래전 약속을 지켜주었거든요.

이 책은 엄마와 딸이 함께 만든 ‘약속의 책’입니다.

■ 책 속에서

‘보름이 실종사건’에 대해 나는 엄마와 할머니에게 설명을 했다.

“보름이는 납치된 것이 분명해. 목줄이 풀려 있다는 거랑 보름이 발자국이 없다는 거, 이게 명백한 증거라니깐! 보름이가 제 발로 도망을 갔다면 보름이 발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없잖아. 범인은 270밀리 신발을 신는 어른이야. 보름이를 잘 알고 있는 남자 어른 중에서 최근에 우리 집을 다녀간 사람 없었어?”

“뭔 말인지, 원! 이제 그만 좀 하고, 공부나 허세요, 형사님!”

할머니가 고개를 내저으며 일어섰다. 엄마도 덩달아 일어서며 말했다.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숙제나 해!” (15쪽)

“개떡아!”

공희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일도 없이 내 이름을 불러대곤 했어. 그럴 때마다 난 얼굴을 붉혔지. 십 년이나 불려왔는데도 도무지 친숙해지지 않는 이름이야. 그렇다고 내색할 수도 없어. 이름에 대한 고민은 나보다 공희가 더 심각하거든. 내 몸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거릴 때가 많았어. 어떨 땐 친구가 놀린다고 울고, 어떤 날은 언니랑 싸웠다고 날 찾았어. 이름 때문에 자꾸 놀림을 받는대. 그래, 그 마음, 나도 알지. (30쪽)

사람들이 흙을 한 삽씩 퍼서 상자 위를 덮었다. 어느새 쌓인 흙이 모여 동그란 봉분이 만들어졌다. 그 위에 파릇한 잔디를 입혔더니 초록 지붕이 되었다. 하얀 눈밭에 푸른 이글루가 생겼다. 주위에 다른 이글루도 많지만 고모의 이글루가 제일 예뻤다. 눈 위에서 파릇파릇하게 돋아난 고모의 새집. (97쪽)

“아줌마가 503호거든. 근데 우리 집이 왜 나쁜 집이야?”

“503호는 가위표가 세 개예요. 세 번이나 문 안 열어 줬어요. 주찬이 인라인 스케이트 아직 못 봤지요? 형아 것보다 더 멋진 건데… 그거 보여줄까요? 그러면 가위표 없어져요.”

“그래? 그럼 이따 보여줘. 그러면 우리 집도 착한 집 되는 거지? 빨리 착한 집 되고 싶다!”

아줌마가 주찬이 엄마에게 눈을 찡긋거리며 웃었습니다. 그날 503호는 다시 착한 집이 되었지요.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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