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포수>, ‘모더니즘 4‧3영화’의 탄생
[특별기고]<포수>, ‘모더니즘 4‧3영화’의 탄생
  • 뉴스N제주
  • 승인 2023.11.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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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4‧3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정원 4‧3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정원 4‧3영화제 집행위원장

올해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4·3을 다룬 양지훈 감독의 <포수>가 한국 경쟁 부문 단편 대상을 받은 것이다.

‘4·3영화제’가 <포수>를 11월 24일~25일 CGV제주에서 상영한다. 24일에는 양지훈 감독과 대화도 진행한다. 놓치지 않길 바란다.

감독에게는 할아버지 ‘서옥’이 있다. 지훈은 서옥이 4·3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할아버지를 찾아가고 증언을 담는다.

술과 안주를 매개로 할아버지와 손자는 서서히 소통의 경계를 지운다. 서옥은 기억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한다.

취기가 오를 때 즈음 서옥은 예상하지 못한 증언을 한다. 그 증언에서 서옥이 왜 기억을 오랫동안 봉인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인 기호와 도덕, 권위를 뒤집고 혁신적인 영화 언어를 모색하는 태도를 ‘모더니즘(modernism)’이라고 한다면, <포수>는 ‘모더니즘 4·3영화’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4·3영화의 언어와 기호를 해체하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술’과 ‘총’이다.

술은 기존 4‧3영화들에서 추모의 용도로 쓰였다. 하지만 <포수>에서 술은 살아있는 사람의 욕구를 채우는 완벽한 사적 물질로 쓰인다.

‘총’은 그동안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결정적 상징으로 인식됐다. <포수>에서도 총이 등장하지만 피‧가해를 규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서옥이 4‧3에서 겪은 상처와 맞닿아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할아버지에게 총은 피·가해를 나눌 수 없는 부조리의 기억이자, 너무나 슬픈 기억이다.

감독은 75년 전에도, 지금도, 국가가 허용한 총에 의해 피·가해자가 나뉘는 국가 폭력 시대를 비판한다. 동시에 4‧3과 ‘총’의 직접 책임이 있는 미국을 풍자적으로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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