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김연숙 개인전<여기, 한라산>
[전시]김연숙 개인전<여기, 한라산>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11.07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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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홍보엽서 앞면
전시홍보엽서뒷면

<개요>
일시 : 2023. 11. 4(토)~11. 11(토)
장소 : 하나은행 돌담갤러리(제주시 중앙로 58 하나은행 지하 )
내용 : 한라산을테마로 한 회화작품 30여점 전시


여기, 한라산 무릉 116.8 ×80.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작가노트>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제주도다.
제주인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마을에서 보이는 한라산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들은 저마다의 한라산을 가슴에 품고 산다.
모두의 산인 동시에 나만의 산인 한라산.
그 산을 표현하고 싶었다.

<평론>

김연숙의 한라산 - 은하수(漢)를 잡는(拏) 산을 비끄러매는 법

조은정(미술사학자, 미술평론가)

작가에게 끊임없이 탐구할 제재가 있다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아니면 그가 완성을 향하여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 김연숙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학업을 위해 잠시 떠났던 몇 년을 제외하고는 제주도에 살면서 그림을 그린다. 작가들이 자신의 거주지나 작업실을 옮기는 이유 중에는 장소 변화를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고 작품의 변화를 꾀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변화한 환경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몸을 다르게 인지하게 하여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생경한 세계에 이르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연숙의 작품을 대하노라면 작가에게 장소의 이동이란 자신과의 싸움에서 물러서느냐 아니냐의 결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한동안 거문오름을 화폭에 담아오다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깃들어사는 장소 어디에서든 보이는 한라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결같이 그곳에 있는 산은 언제나 한라산이지만 그 어느 날도 어느 시각도 같은 모습인 적이 없다. 그래서 세잔느에게 있어서의 생트빅투아르산이란 예술적 이념을 투사하여 끊임없이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과 같은 존재였다면, 김연숙에게 있어 한라산은 계절과 날씨와 빛과 공기와 기분과 몸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삶의 리트머스시험지와 같은 것이다.

어디에서든 눈에 들어오는 한라산, 조금만 비켜보면 여지없이 그 자리에 있는 바다, 그리고 이 둘을 끌어안은 하늘이 바로 작가가 아는 자연이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하지만 언제나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는 산, 바다, 하늘. 김연숙의 화면에서 이 셋은 일렁이고 서로 침범하고 고립시키고 종국에는 경계를 스스로 지운다. 이를테면 푸른 물감은 채도를 달리하여 가로로 펼쳐져 있다.

작가의 신체에 의해 전율하는 선들은 겹쳐지고 쌓여서 요동치는 바닷물의 표면이 된다. 잔잔한 평면이 실은 그 안에 무한한 에너지를 응축한 힘을 억누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손목의 작은 힘까지 동원된 수많은 붓질이 흘러들어간 결과이다. 멀리 하늘의 녹색이 비쳐오는 순간, 바다와 하늘이 닿은 곳은 색채가 사라진다. 빛이 오는 순간 색은 사라지고 공기만이 남는 아침 바다의 웅얼거림을 눈으로 본다.

햇살로 물드는 하늘은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자연 안에 없는 것 같은 색감, 인공의 막을 통해 형성된 디지털 화면의 색들이 실은 발광하는 빛 개개가 살아 있는 공간이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의 화면 안 한라산과 하늘과 바다는 곧 시간이자 우주의 질서를 상징한다.

구체적인 대상인 자연을 재현함에 있어 김연숙은 이들이 눈 안에 들어온 세계를 마음으로 뱉어낸 것, 즉 심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가장 대표적인 장치가 붓질이다. 화면은 평평하다. 작가의 신체에 의해 높여지거나 굴곡지지 않은 물리적인 사각의 평평함을 유지한다. 그 안에 가로로 그은 선과 위에서 아래로 부드럽게 회전하며 내려온 선들이 만나서 바다가 되고, 산이 되고, 물이 된다. 그것의 영역은 애초에 구분된 것이 아님을, 그 위대한 힘의 동질성을 가시화하려는 듯 작가는 구획을 강조하지 않는다.

평평하지만 확고한 것, 간단하지만 원리적인 것. 이 둘의 미덕이 김연숙의 화면에는 위치한다. 회화적 그리기의 즐거움과 변화하는 색채의 아름다움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회화의 속성을 담보한 그의 회화는 제주도라는 장소를 낭만적 감성이나 사회적 가치의 의미를 넘어서 미적 세계의 것으로 상승시킨다.

하나의 대상에 천착하는 것, 『장자』의 「포정해우(庖丁解牛)」에서 소를 잡은 이는 “감각은 멈추고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입니다. 천리(天理)에 의지하여 큰 틈새에 칼을 찔러넣고 빈 결을 따라 칼을 움직입니다. 소의 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갈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김연숙에게 한라산은 하늘과 바다 사이에 있는 뼈 어디쯤인 것 같다.

평평한 붓을 날렵하게 놀려 하늘과 한라산 사이, 바다와 한라산 사이 그 어디쯤에 찔러 넣어 자연의 본질을 추출해 낸다. 자연의 색깔도, 의미도 변질됨 없이.


불의 산 72.7 ×5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김연숙 金蓮淑 Kim, Yunsook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및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개인전 16회(제주, 서울, 춘천, 삿포로)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 350여회 출품
한국현대판화 공모전(우수상), 제주도미술대전(대상 및 특선), 대한민국미술대전(입선), 중화민국국제판화비엔날레(입상)등 수상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서귀포기당미술관, 제주도문예회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박수근미술관, KBS제주사옥,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등 작품소장
제주도립미술관장, (사)제주문화포럼원장, 제주관광대 초빙교수 등 역임
현재 한국미협 제주도지회,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제주판화가협회, 에뜨왈회,
창작공동체‘우리’, 제주그림책연구회 회원, 제주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연락처 : 016-697-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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