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시집' 발간
[신간]'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시집' 발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11.07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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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현택훈 외 / 135*225 / 234쪽 / 15,000원 / 979-11-6867-125-6 [93510] / 한그루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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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문학상이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4·3의 진실과 평화, 인권의 인류 보편적 가치가 문학작품을 통해 발현되기를 기대하며 제주특별자치도가 2012년 3월 제정했고 2015년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이 시집은 2013년 제1회부터 2023년 제11회에 이르는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 작가의 작품을 모은 수상시집이다. 각 회별 당선작을 포함해 응모작 중에서 각각 7편의 시편을 모았고, 당선소감과 심사평을 함께 수록했다.

지난 11년에 걸친 4‧3문학상의 기록을 한데 볼 수 있고, 4‧3문학의 변화와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공개된 당선작 외에 응모작 중 7편을 함께 수록함으로써, 당선 작가의 시세계를 보다 폭넓게 소개한다.

그간 제주4‧3평화문학상 소설 부문과 논픽션 부문 당선작은 각각 단행본으로 발간되었으나, 시 부문의 경우 당선작 외에는 일반 독자들이 접하기 어려웠다. 이번 수상시집 발간으로 여러 작가들의 제주4‧3 시를 폭넓게 소개하고, 4‧3 시문학의 흐름과 전망을 짚어보며, 제주4‧3평화문학상의 가치와 의의를 이어가고자 했다.

■ 저자 소개

현택훈: 2007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글씨』. 동시집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가면』.

박은영: 2018년 《문화일보》,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제2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 수상. 시집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우리의 피는 얇아서』.

최은묵: 2007년 《월간문학》,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수주문학상, 천강문학상 수상. 시집 『괜찮아』, 『키워드』, 『내일은 덜컥 일요일』.

김산: 2007년 《시인세계》 신인상. 2016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2017년 김춘수시문학상. 시집 『키키』, 『치명』, 『활력』.

박재우: 2023년 《상상인》 신춘문예로 등단. 제26회 신라문학대상 외.

정찬일: 1998년 《현대문학》에 시 등단.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2002년 제2회 평사리문학대상(소설 부문) 수상. 시집 『죽음은 가볍다』, 『가시의 사회학(社會學)』, 『연애의 뒤편』.

김병심: 1997년 《자유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시집 『더이상 처녀는 없다』, 『울내에게』, 『바람곶, 고향』, 『신,탐라순력도』, 『근친주의, 나비학파』, 『울기 좋은 방』, 『몬스터 싸롱』, 『사랑은 피고 지는 일이라 생각했다』. 산문집 『돌아와요, 당신이니까』,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동화집 『바다별, 이어도』, 『배또롱 공주』, 『돌하르방』 ,『4・3 동화 터진목』. 소설집 『제주 비바리』.

변희수: 2011년 《영남일보》,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제5회 천강문학상 수상. 시집 『아무것도 아닌, 모든』, 『거기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민의 기분』. 동시집 『가끔 하느님도 울어』.

김형로: 경남 창원 생.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한국작가회의, 한국민예총 대변인. 시집 『미륵을 묻다』,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

유수진: 《시문학》 시 부문 신인우수작품상으로 등단.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경북일보문학대전 소설 입상. 저서 『4·3표류기』.

한승엽: 2006년 《문학예술》로 등단. 천강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대문학상 수상. 시집 『몰입의 서쪽』, 『별빛 극장』.

■ 차례

2013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현택훈

곤을동 / 풀베개 / 옛날 옛적 머쿠슬낭 / 지상의 우편함 / 남수각 / 돔베고기 / 영주식당

2014 제2회 제주4·3평화문학상 박은영

북촌리의 봄 / 견치(犬齒) / 파종 / 불카분낭 / 어우늘 / 백년초 / 단추

2015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최은묵

무명천 할머니 / 그림자 마을 / 쓰다듬다 / 돌하르방의 꿈 / 서귀포우체국에서 / 헛묘 / 미리 붉다

2016 제4회 제주4·3평화문학상 김 산

로프 / 붉은 억새 / 옛이야기 / 잠녀 / 제주소년 / 지슬 / 황금 뼈들

2017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 박재우

검정고무신 / 동정귤 / 양복천 할머니 / 풍사(風邪) / 다랑쉬굴 / 구술사(口述史) / 정방폭포에서

2018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정찬일

취우(翠雨) / 벌써 입동 / 도엣궤 / 폭낭 / 무등이왓 / 섯알오름의 새비 / 지박령(地縛靈)

2019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김병심

눈 살 때의 일 / 난산, 겨울 감자밭 / 대살(代殺) / 파천 / 개탕시낭 / 우리에게 봄날이 오겠지 / 제주 바람

2020 제8회 제주4·3평화문학상 변희수

맑고 흰죽 / 다시 녹을 연모하다 / 흰색이 된다는 말은 산 자를 위한 혼령들의 후일담 같은 것일까 / 지슬 / 모르는 사람 / 한라의 폭설을 다녀온 것처럼 흰 개를 쓰다듬었다 / 남쪽의 결

2021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김형로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 말하는 뼈 / 그 섬에 가시거든 / 그렇게 지나갔다 / 평화의 대통령 / 몸짐 / 사난 살암신가

2022 제10회 제주4·3평화문학상 유수진

폭포 / 경사 / 귤 / 검은 단어 / 자리왓 / 섯알오름 / 발끝의 사례

2023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한승엽

영남동 / 빗개 이후 / 빌레못굴에서의 성찰 / 새별오름에게 듣다 / 그 바람에 볼레낭 / 창꼼바위 너머 / 매듭

■ 책 속에서

2023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수장작

영남동 (한승엽)

한라산 남쪽 아래 첫 마을
안개가 귀띔해준 얘기 때문에 옷깃을 여미고 있다
이윽고 무리 지어 올라오는 광기의 눈빛에도
머릿속은 말라버린 층계 밭에 갇혀 멈칫멈칫 헤매는데
악몽처럼 올레는 아찔한 소란에 어둑해지고
고막을 때리듯 문짝이 부서지더니 지붕이 활활 타올랐다
와들와들 울부짖는 불기둥, 신들린 것 같았다
기댈 벽도 없이
저절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대물림할 수 없는 것들만 넋 나간 채 나뒹굴고
한 죽음이 또 다른 죽음의 눈을 감겨주는 찰나에도
우물에 갔다는 누이도 연기처럼 돌아오지 않아
숯검정을 쓴 채 정체 모를 벽에 휩싸여
검은 하늘이 지붕이고
잃어버린 번지수가 달빛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서성거리는 우주의 끝에선
잠들지 않는 물소리가 흰 그늘로 길게 흘러가고
늑골로 빠져나간 바람까마귀가 대숲을 빙빙 돌다
기어이 지층을 깨우듯 울음을 터뜨리던
지상의 마지막 화전(火田)
거칠게 멍든 살갗이 바짝 곤두서고 있다
눈물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에
허상의 벽과 벽을 지우며
상처가 아무는 자리에 피 울음의 뿌리라도 처연히 솟아 날까,
영영 폐족을 꿈꾸지 않았던 이름들
주름 깊은 웃음으로 기꺼이 밤길을 헤치고 돌아와
세상 한구석 어둠의 체위를 바꾸려고
서로 이마를 맞대 푸른 잎을 피워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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