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오영훈 "제주, 대한민국 평화 수호의 심장 ...평화와 번영 위한 새 길 열어갈 것"
[전문]오영훈 "제주, 대한민국 평화 수호의 심장 ...평화와 번영 위한 새 길 열어갈 것"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6.06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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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서 열려…보훈가족 등 700여 명 참석
오영훈 지사 “대한민국의 역사에 제주의 애국과 호국의 역사를 바로 새기겠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이번 추념식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추념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황국 제주도의회 부의장,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김한규 국회의원을 비롯해 도내 보훈단체장, 보훈가족, 기관단체장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추념식은 묵념, 국민의례, 헌화 및 분향, 다큐멘터리 시청, 편지낭독, 추념사, 추념공연, 현충의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오전 10시 도 전역에 울려 퍼진 사이렌과 제주해병대9여단 예총 발사에 맞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해 묵념했다.

이후 6․25전쟁 당시 제주출신 참전용사들의 업적과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1950 제주’ 상영에 이어 고(故) 허창식 하사의 조카인 허만영 씨의 편지낭독, 도립제주합창단과 어린이합창단의 추념공연이 진행됐다.

◆다음은 오영훈 제주틀별자치도지사 제68회 현충일 추념사 전문.

“제주는 대한민국 평화 수호의 심장입니다”

존경하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사랑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오늘, 예순여덟 돌 현충일을 맞아 모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과 숭고한 뜻을 기립니다.

가족을 나라에 바친 슬픔을 견뎌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는 진심을 담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주는 대한민국 평화 수호의 심장입니다.

우리 제주인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왔습니다.

나라를 위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보훈은 우리 제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제주도민은 4·3의 아픔을 겪으면서 6·25 전쟁이 일어나자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조국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 작전, 도솔산 전투와 같은 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다음 달, 전사한 지 7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고 허창식 하사님도 그중 한 분입니다. 

고 허창식 하사님은 1950년 9월 열일곱 살에 입대해 두려움 없이 적과 싸우다 이듬해 5월 강원도 인제군 저항령 정상에서 장렬히 산화하셨습니다.

허 하사님의 유해는 미처 꽃피지 못한 젊은 꿈들과 함께 긴 시간 잠들다 2011년,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원 파악을 위해 10여 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동생 허창화 님과의 DNA 대조 끝에 다음 달, 드디어 따뜻한 가족의 품, 그립던 고향 땅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 하사님의 형인 고 허창호 하사님 역시 1950년 9월 열아홉 살에 참전해 5개월 만에 전북 순창지구에서 전사하셨습니다.

두 형제 모두 청춘이라 부르기도 미안한, 앳된 제주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내 나라, 내 조국을 지키겠다는 푸르른 꿈을 이루신 고 허창식 하사님과 고 허창호 하사님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영면을 기원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허창식·허창호 형제의 유족분들이 참석해 계십니다. 

고 허창식 하사님의 유해를 기다리며 마음 애태우셨을 유족 분들께 여러분 위로와 존경의 박수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제주에는 허창호·허창식 형제처럼, 남다른 용기와 기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젊음과 목숨을 바쳤던 수많은 형제, 남매, 가족들이 있습니다.

해병대 4기 고병남 님의 가족은 형제와 배우자까지 일가족 네 분이 모두 참전용사이십니다.

제주북초등학교 교사이셨던 김경림 여사님도 남동생 김경훈 님과 함께 해병대 4기로 참전했습니다. 

제주도민은 학생과 교사, 농민과 여성 등 나이, 성별의 구분 없이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제주에서는 모두 1만 3천여 분의 용사들이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이 중 이천 이백 아흔 두 분이 전사하셨습니다. 

이곳 국립제주호국원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안장된 용사가 네 분, 형제는 여덟 분, 친족 관계인 열여덟 분이 잠들어계십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조국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온몸을 바친 독립유공자와 참전용사 분들이 안장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국가를 위한 헌신에 보답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을 위로할 최선의 방법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역사 속에 제주의 자랑스러운 애국과 호국의 역사를 바로 새기는 것입니다.

제주도정은 선열들의 자긍심 넘치는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도민들이 기억하고 제대로 예우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먼저, 보훈 가족 여러분의 숙원인 제주보훈회관을 다음 달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항일기념관의 전시 수준을 높여 미래세대에게 호국보훈 정신과 항일역사를 알리는 교육의 현장으로 재탄생시키겠습니다.

내년부터 참전 유공자 수당을 80세 이상은 월 22만원에서 25만원으로 80세 미만은 월 12만원에서 15만원으로 인상하고 보훈 예우 수당은 월 9만원에서 10만원 이상으로 높이겠습니다.

이를 위해 제주도 참전유공자 지원조례와 보훈예우수당 지원조례를 개정하고 있습니다.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참전 유공자분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선열들께서 피와 땀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뤄냈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전쟁과 기후변화, 식량안보 등 글로벌 복합 위기가 우리 일상 속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불안한 정세 속에서 우리는 제주가 할 수 있는 역할과 해법을 찾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후손들은 애국과 보훈의 정신과 가치를 이어받아 지속가능한 제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오늘날 번영과 평화를 이루기 위해 선열들이 흘린 피와 땀방울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빛나는 미래로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경의의 마음을 표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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