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고(故)허창식 하사 유족 "오늘만큼 대한민국 위해 전장에서 쓰러져 간 두 청년 기억해주길"
[전문]고(故)허창식 하사 유족 "오늘만큼 대한민국 위해 전장에서 쓰러져 간 두 청년 기억해주길"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6.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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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서 열려…보훈가족 등 700여 명 참석
오영훈 지사 “대한민국의 역사에 제주의 애국과 호국의 역사를 바로 새기겠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이번 추념식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추념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황국 제주도의회 부의장,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김한규 국회의원을 비롯해 도내 보훈단체장, 보훈가족, 기관단체장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추념식은 묵념, 국민의례, 헌화 및 분향, 다큐멘터리 시청, 편지낭독, 추념사, 추념공연, 현충의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오전 10시 도 전역에 울려 퍼진 사이렌과 제주해병대9여단 예총 발사에 맞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해 묵념했다.

이후 6․25전쟁 당시 제주출신 참전용사들의 업적과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1950 제주’ 상영에 이어 고(故) 허창식 하사의 조카인 허만영 씨의 편지낭독이 진행됐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다음은 고(故)허창식 하사의 조카인 허만영 씨의 편지낭독 전문.

유월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찾는 곳이 있습니다.
나의 고향이자 아버지의 형제가 잠들어 있는 곳 그땐 대정골 인성으로 불렀지요.

네 남매였던 아버지에겐 두 형님과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여동생은 어린 나이 세상을 등지고
집안이 여의치 않은 탓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다지요.

가족을 완전히 갈라놓은 것은 6.25전쟁이었습니다.
큰 형의 나이 열아홉, 작은 형의 나이 열일곱
모슬포 훈련소에서 목총을 들고 있던 모습이 형제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가족을 모두 잃고 혈혈단신 살아온 아버지는 술 한 잔 기울일 때면 늘 당신의 설움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내 형제만 있었더라도 유해조차 찾을 수 없었던 두 형님을 고향에 모셔두고 아버지는 몇 날을 그리워 눈물 지으셨을까요 나 또한 그러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명절만 되면 북적이는 집들이 내심 부러웠지요.
장남이니 두 분을 모셔야 한다는 짐이 때론 무겁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6.25 무공훈장의 주인을 찾는다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설움을 풀고자 혹은 내 마음에 짐을 덜고자 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결코 나의 노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드높인 명예를 찾아 당신네 발로 고향에 돌아왔음을.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광장에서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고(故)허창식 하사 가족 모습) 

아흔 평생 무뚝뚝했던 나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도 칠십여 년 만에 샛아버지의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에 눈물을 훔치셨지요.
기억이 온전치 못한 날이 더 많아도 형제의 이야기는 또렷하게 기억하며 읊어 내려갔습니다.

피를 나눈다는 것이 이런 것이겠지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름 한번 불러본 적 없는 가깝고도 먼 내 가족 나의 큰 아버지 허창호 나의 샛아버지 허창식

우리는 진한 피를 나눈 가족이노라 당신들은 조국을 지킨 자랑스러운 영웅이노라. 많은 사람 앞에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왔습니다.
유월은 늘 그랬습니다. 살아있는 한 앞으로의 유월도 늘 그렇듯 두 분을 찾아뵙겠지요.

아직 돌아오지 못한 큰아버지까지 고향에 돌아오실 수 있도록 저는 제 몫을 하려 합니다.
이 편지를 듣고 계신다면 오늘만큼은 대한민국을 위해 전장에서 쓰러져 간 두 청년을 함께 기억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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