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키이우 비크 하우(KIEU BICH HAU) 작가의 “고난의 언덕을 넘어서다”
[단편소설]키이우 비크 하우(KIEU BICH HAU) 작가의 “고난의 언덕을 넘어서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1.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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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비크 하우(KIEU BICH HAU) 작가
키이우 비크 하우(KIEU BICH HAU) 작가

키이우 비크 하우(KIEU BICH HAU) 작가는 베트남 문인협회 회원(Member of Vietnam Writers’ Association)이며 1972년생으로 베트남 흥옌 성(Hung Yen Province) 출신이다.

하노이 대학의 외국어(영어)사범대학을 1993년 졸업하며 시, 소설, 편집자로 본격적인 작가로 활동하며 베트남문인협회 대외업무이사(2019년부터 현재까지)를 맡고 있다.

베트남 패션잡지 New Fashion Magazine의 편집 담당, Intellectual Magazine의 부편집장 Garment의 부편집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노이에 거주하고 있다.

문학상 수상은 1992년에 티엔퐁(Tien Phong)신문사와 응우옌 두(Nguyen Du School)학교가 공동주최한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07년에 문학신문이 주최한 문학상에서 2등 수상을 하였다. 2009년에 ‘무술과 문학 잡지(Military Arts & Literature Magazine)’가 주최한 문학상에서 우수단편소설상을 수상하였다.

2015년에는 ‘해군사령부(Naval Command)’에서 주최한 문학상의 단편소설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2022년에 베트남과 헝가리 문화와 문학 관계를 풍부하게 심화시킨 공적으로 다누비우스 예술상(The ART Danubius Prize)을 수상하였다.

아래의 목록과 같이 22권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 Road of Love (Volume of short stories, 2007)
- Orphaned waves (Volume of short stories, 2010)
- Golden cloud (Volume of short stories, 2011)
- Follow the Lily aroma (Volume of short stories, 2011)
- Green Camomile (Novel, 2012)
- The weird dream (Volume of short stories, 2012)
- Change the life (Volume of essays, 2014)
- Pub of mice (Volume of short stories, 2015)
- Roses can not stand in a shrimp paste jar (Volume of short stories, 2017)
- Smart Wife (Volume of short stories, 2019)
- The last song (Selection of poems and short stories, 2019 – English version)
- The Lieutenant General who had worked 9 years in the Dragon House (Life story, 2020)
- The Flying red arrow (Volume of short stories, 2020)
- The Unknown (Volume of bilingual poems: English and Italian by IQdB Edizioni- 2020)
- The God is within us in the infinite humanity (Volume of short stories, 2021)
- The Swear in Budapest (Novel, 2021)
- Where you belong to… (Novel, Youth publishing house, 2022)
- Being Human, being Demon (Novel, Ukiyoto Canada 2022)
- The Fear (translated work, Vietnam Writers’ Association’ publishing house, 2022)
- 5 Sights of Light (Co-published volume of poems, Ukiyoto Canada, 2022)

◆소설 읽기

고난의 언덕을 넘어서다

 - 키이우 비크 하우

번(Van)은 돼지 혀 요리를 조금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는 삶은 고기를 미처 씹기도 전에 무릎에 앉아 있던 아들이 그녀의 입으로 손을 넣어 고기를 꺼냈다.

번은 아이의 손길을 피하면서 음식을 삼키려고 왼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아들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때렸다. 번은 눈을 깜박였다. 세게 맞아서 눈이 번쩍하며 번갯불이 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에 휩싸였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고의로 세 살 된 아들을 쌀자루처럼 땅에 떨어뜨리며 울게 했다.

 “야! 왜 밥을 먹을 때마다 엄마를 괴롭히니?”

 번은 아들을 비난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아들을 껴안았다. 아이는 크게 울면서, 두 주먹을 휘두르며 그녀의 얼굴을 몇 번이고 때렸다.

 “번! 내가 아이를 돌볼 테니 다시 앉아서 밥을 먹어.”

 번의 남편인 딴(Tan)이 말하면서 아내의 손에서 아들을 받아 안으려고 하였다.

 “내가 어떻게 밥을 먹어!”

번이 울면서 말했다.

“ 내 아들이 왜 이래?”

“보(Vo)를 왜 낳았어요?”

반의 첫째 딸인 링(Linh)이 밥그릇을 내려놓으면서 화난 표정을 지었다.

“얘는 악마처럼 사악해. 저런 동생을 원하지 않아요! 엄마는 얘를 다른 집으로 데려가요. 얘는 싫어!”

“그렇게 말하지 마! 동생이 불쌍하잖아!”

딴이 작은 소리로 꾸짖는다.

“아직 아기야, 아무것도 몰라, 너만큼 커지면 더 착해질 거야.”

번은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닫았다. 그녀는 매번 식사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끔찍한 대화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점점 무섭게 변한 것 같다. 둘째 아들은 태어났을 때 황금 선물을 받은 것처럼 가족과 모든 친척이 기뻐하였다. 

그녀는 남편의 가족들에게 더욱 존경을 받는 것 같았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이상해졌다. 아들은 세 살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큰소리로 외친다. 또한, 고기 이외의 음식을 먹지 않았다. 쟁반에 고기 한 접시가 있으면 누구 것이든 상관없이 빼앗아 먹으려고 하였다. 

누군가 빨리 고기 한 입을 집어 입에 넣었다고 해도 아들이 다시 그것을 꺼내 먹으려고 하였다. 이제 겨우 세 살이지만 몸무게는 이미 25킬로 되었다. 사람들은 이 아이를 ‘스퀘어 보이’라고 부른다. 24시간 아이를 돌보는 엄마로서 번은 나쁜 예감이 들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선생은 아들이 친구들의 고기를 다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이유 없이 친구들을 잔인하게 때려서 다른 부모들이 항의를 제기했다고 불평했기 때문이다. … 어쩔 수 없이 번이 우체국에서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는 집에서 아들을 돌보면서 가장 치열한 전투를 겪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들에게 주먹으로 뺨을 얻어맞아서 항상 멍이 들었다. 팔에는 아이가 깨물었던 자국이 가득 했다. 그녀가 전생에 아들에게 악업을 쌓아서 그랬던 것일까!

딴이 침실 문을 세게 두드렸다.

“번아! 문 좀 열어줘! 당신이 계속 이렇게 하면 안 돼. 무슨 일이든 다 해결방법이 있어.”

번은 눈을 뜨려고 했다. 하지만 눈꺼풀이 너무 부어서 눈을 뜨지 못했다. 밤낮 이틀 동안, 그녀는 의사로부터 나쁜 소식을 듣고 문을 잠그고 펑펑 울었다. 의사는 그녀의 아들인 보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병은 심각한 질병이고, 현재로서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 의사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왜 그런 이상한 질병이 그녀가 자랑스러워하고 인생의 희망을 거는 소중한 아들에게 생긴 것일까? 전생에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얼마나 흉악한 일을 저질렀을까?

“번아, 아이들과 나를 생각해주면 안 되니?”

딴이 아내를 부르며 계속 문을 두드렸다.

번은 팔을 짚고 일어났는데, 어지러워서 바닥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번은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면, 아들은 그녀에게 덤빌 것이다. 그녀를 때리고, 물고,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을 지르면서 평생, 죽을 때까지 고문할 것이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나?

번은 비틀거리며 문을 열었다. 그녀는 남편이 이틀 밤을 보낸 후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채로 그곳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매우 아파서 조용히 그를 꽉 끌어안고 다시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렸다. 이생의 눈물을 이번에 다 흘릴 것처럼 눈물이 계속 흘렀다.

 

 딴은 그녀를 안으면서 위로했다.

 “그렇게 많이 슬퍼하지 마. 내가 있잖아. 우리 아들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고 굳게 믿어. 당신이 자신감을 가지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만 하면, 내가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우리 아들을 치료할 좋은 의사를 꼭 찾을게.”

 번은 숨이 막혀 남편에게 정말 중요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 수 없었고, 입을 열면 흐느끼는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부부는 아들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남편은 꽝닝(Quang Ninh)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월급을 두 배로 받을 수 있는 하노이에서 새 직장을 찾아서 네 명의 가족을 돌볼 것이다. 번은 집에서 두 자녀를 돌보는 데 집중하고 아들의 질병과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처음에 그녀는 지인들에게 자폐증에 관하여 물어봤지만, 자폐증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자폐증에 관하여 더 많이 읽을수록 더 절망에 빠졌다. 왜냐하면, 의학계에서 이 질병에 관하여 뚜렷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았고, 자폐아 부모들은 끝이 없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자폐아 보호센터들은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었고 과도하게 치료 방법을 홍보하는 것은 읽어보면 신뢰감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최고 의료 전문가라면 이 자폐증을 고칠 수 없어도 증상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아들을 꽝닝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에서 직접 아이를 진료한 의사 송(Song)은 자폐증 전문의가 운영하는 외부 사설 시설에서 더 많은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추천하였다. 

번도 이 시설을 이용하기로 동의했다. 그녀는 병원 치료와 외부 시설 이용 비용이 한 달에 천만 동이 넘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들이 나아지기만 한다면 전혀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 년 동안 아들을 위한 치료에 수억 동이 넘는 돈과 비상시를 대처하기 위한 부부의 저축 통장까지도 쓸 생각이었다. 그저 아이의 병이 나아지기만 하면 되었다.

 3개월 동안 두 군데에서 연속 치료를 받은 후 보는 변화가 있었고, 밤에 더 잘 자고, 소변과 배변은 올바른 장소에서 제대로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말을 한마디도 못 하고 고기만 먹고, 자꾸만 어머니와 친누나를 때렸다. 한번은 보가 갑자기 의자를 들어 올려 누나를 때렸다. 누나의 이마가 찢어지고 피가 많이 났으며 다섯 바늘을 꿰매야 했다. 그 후 번은 반항적인 남동생과 완전히 떨어지도록 딸을 할머니 집에 맡겨야만 하였다. 딸은 매우 화를 내고 평생 동생을 미워하며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는 엄청나게 힘이 세졌다. 매우 무거운 물건도 들어 올릴 수 있었고, 심지어 탁자를 집어 던져 TV를 부수기도 했다. 번은 자녀와 자신의 부상을 피하려고 집에 있는 가구 대부분을 정리해야 했다.

“제 아이가 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데도 왜 점점 더 공격적이 되는 겁니까?”

그녀는 전문의에게 물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아이가 5배나 더 공격적일 겁니다.”

전문의가 말했다.

10개월이 넘는 치료 끝에 적금이 거의 바닥나고 있었으나 보의 상태는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보는 30킬로 넘는 체중을 가지고 있으며, 정말 네모난 사람처럼 보였다. 하루에 1킬로의 고기를 먹고도 여전히 더 달라고 소리쳤다. 

고기를 달라는데 어머니가 단호히 거절하면 화를 내면서 또 공격하겠다. 한번은 실수로 아들에게 머리를 얻어맞아 두개골이 부러질뻔했다. 그녀는 기절했고, 깨어났을 때 두통이 심해서 5일 동안 입원해야 했다. 그녀는 병원과 센터에서 아들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번의 남편은 그녀에게 하노이에서 매우 유명한 자폐 치료 센터를 찾아냈지만, 시간당 백만 동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반은 그곳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면 한동안 아이와 함께 하노이에 가야 하고 하숙집을 구해야 하며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적금은 삼천만 동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치료를 일 년 반 정도 받아야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들었으니 아이를 보내려고 돈을 빌려야 했다. 돈을 빌릴 수 없다면 아들을 하노이로 데려가기 전에 충분한 돈을 벌 방법을 찾아야 했다.

 번은 집골목 입구에 있는 한 쎄옴(xeom/오토바이 택시)기사를 오십만 동을 주고 고용하여 하루 동안 아이를 맡겼다. 그녀는 건강기능식품 회사에 가서 취직자리를 알아봤다. 조건을 알아보고 괜찮다면 그 일을 하려고 하였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하노이에서 아들을 위한 치료 비용을 더 벌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 회사의 마케팅 이사와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의 성공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번은 흥미를 느꼈다. 회사의 판매원 되려는 조건에 대해 알아보는 중 번의 전화가 울렸다. 쎄옴 기사의 전화였다.

“아이를 돌보러 빨리 집에 와 주세요.”

“제 아이를 온종일 돌보라고 기사님을 고용했잖아요!”

번은 놀랐다.

 “이 아이를 돌볼 수 없어요. 못해요! 내가 엄청나게 세게 얻어맞았거든요. 제가 받은 비용은 돌려줄 테니 지금 바로 와 주세요. 안 그러면 아이 혼자 집에 두고 가버릴 거예요.”

그 마케팅 이사가 판매원의 업무에 대해 전화를 알려주겠다고 약속한 후 번은 집에 돌아왔다.

반은 집에 와서 쎄옴 기사의 부은 뺨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저 얼굴을 무쇠 주먹으로 때렸나 보다. 약속대로 종일 아이를 돌보지 못했어도 지갑을 꺼내 기사에게 오십만 동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이미 기사는 멀리 도망가버렸다. 그는 이 악몽과 같은 아이가 너무 두려워서 수고비를 받기보다는 1초라도 더 빨리 떠나고 싶었던 모양이다. 번은 한숨을 쉬며 지갑에 돈을 다시 넣었다. 골목 입구에서 그를 다시 만날 때 돈을 주면 될 거로 생각했다. 

그녀는 왜 자폐아 치료 센터가 계속 비용을 올렸는지 정말로 이해가 되었다.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까 쎄옴 기사처럼 웬만한 사람은 한나절도 안 되어 아이를 돌보는 것을 포기했다. 아들과 같은 자폐아는 돌본다기보다는 고문당한다고 하는 게 더 맞다. 자폐아의 진짜 부모가 아니라면 고문을 견뎌야 할 이유가 없다.

 배고픈 그녀는 아들을 달래서 가구가 없는 방으로 데려간 다음 온종일 먹을 라면과 보를 위해 삶은 고기를 재빨리 요리하였다. 고기를 씻은 후 냄비에 넣고 불을 켜고 보온병을 가져와 고기를 빨리 익히기 위해 냄비에 뜨거운 물을 부으려고 하다가 전화 소리가 울렸다. 남편의 전화번호를 보고 급한 일이라 생각해서 급히 보온병을 내려놓고 스피커폰을 켜 귀를 기울였다.

 “여보세요?”

전화에서 낯선 목소리가 다급하게 말하였다.

“이 휴대전화 주인의 가족입니까?”

“제 남편 휴대전화는 왜 가지고 있으시죠?”

번은 당황하여 물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남편분이 노이(Noi)거리의 5번 고속도로에서 컨테이너 트럭에 치였습니다. 바로 오세요. 저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입니다. 전화로 알려주고 싶어서요.”

번은 비틀거리며 부엌 선반을 잡고 간신히 섰다. 방금 들은 말을 믿기 싫었고 협심증이 난 것처럼 심장이 너무 아파 그녀는 쭈그리고 앉았다.

“여보세요? 잘 들리나요? 노이 거리로 오세요. 경찰들도 방금 도착했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구급차 사이렌 소리 때문에 번은 어지러웠다. 그녀는 거대한 트럭 밑에 남편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럴 수가…!”

 번은 남편을 위해 흘릴 눈물이 더 남아 있지 않았다. 어머니가 그녀의 머리에 두른 하얀 두건이 쇠 테두리처럼 단단히 머리를 조였다. 번의 어머니는 그녀를 껴안고 울라고 했지만, 그녀는 눈물 한 방울조차 흘리지 못했다. 그녀의 몸이 쇠약해졌다. 어쩌다 이리되었을까? 그는 평생 나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해 놓고 왜 이렇게 가 버렸지? 나와 아이들한테 아무 말 없이? 왜 이 상황에 나 혼자 두고 갔어?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신이 나에게 시련을 주고 시험하기를 원하였다면, 당신이 승리하였습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정말 잘하는군요! 번은 마음속으로 신을 원망하며 울부짖었다.

번은 심하게 발열했다. 일주일 내내 병원 응급실에서 지내야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옆에 있고 그녀의 손을 잡고 가볍게 쓰다듬었다.

“우리 딸아, 남편을 따라가면 이 늙은 엄마와 너희 자식들은 어떻게 해? 날 사랑하면, 죄가 없는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제발 버텨줘.”

늙은 어머니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며 딸의 굳게 닫힌 눈꺼풀을 보았다. 번이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말했다.

“모든 일이 결국 다 지나갈 거야. 너는 우리 집의 희망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링이 열여덟 살 될 때까지 봐 줄게. 이 늙은 엄마가 약속할게. 내가 그렇게 할 테니까 너도 보를 잘 치료 받게 해야 해. 나는 얘가 좋아질 거라고 믿어. 눈을 보면 알아. 얘 아빠의 장례를 거행할 때, 눈이 매우 이상해 보였어. 얘 아빠가 의사를 만나게 도와줄 거야. 너만 이겨내면 돼….”

 “이겨낸다고? 어떻게 이겨내?”

 당시 보의 눈빛이 그녀의 심장을 뚫는 것 같았다. 번의 눈가에서 반짝이는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이 약하게 어머니의 손을 쥐었다. 이겨낸다. 그래. 아이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서 마음속에 있는 큰 고통으로 이겨내겠다….

 딴의 장례가 끝난 후,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번은 기력을 되찾았다. 번과 딴의 양쪽 모든 친척이 번을 도와주었다. 돈과 정보를 모아주고, 그녀가 필요할 때 아이들을 돌봐주었으며 보가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같이 돌봐주었다. 특히 딴의 사촌은 꽝닝에서 여행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번을 여행회사의 매니저로 채용했다. 그녀는 부모와 자녀의 생활비와 의료비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월급을 받았다.

 번은 남편의 영혼이 조용히 친척과 지인의 손을 통해 곁에서 그녀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친절한 사촌은 번에게 자폐 아동을 위한 교육을 하는 치료 센터를 소개했다. 그녀는 사촌을 믿었지만, 아들을 보내기 전에 그 치료 센터에 대하여 다른 정보 출처를 통해서도 알아봤다. 

센터로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부모의 집에도 찾아가서 이것저것 알아보았다. 아들과 같은 병을 앓고 있지만, 증상이 전혀 다른 자폐아들을 보고 너무나 놀랐다. 심지어, 어떤 자폐아는 집안일을 도와줄 줄도 알고, 통제할 수 없는 공격적 행동도 없었다.

번은 안심하며 그 센터에 아이를 보냈다. 처음에는 아들이 보고 싶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집에 있었을 때는 아들의 주먹에 자주 얻어맞았는데 이상하게도 없을 때는 아이가 미치도록 그리웠다. 그녀는 외롭지 않게 딸 링을 집에 데려오려고 어머니의 허락을 구했고, 아들이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감정을 이겨내리라고 자신에게 다짐하였다.

여유가 생기면 그녀는 아들 걱정이었다. 그 진료소 선생들이 아이를 잘 빌려줄까, 아이가 선생들을 때리면 그들이 아이를 때릴까? 그녀는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참고 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기 위해 센터에 가는 차표를 사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머니가 스스로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아이의 병을 고칠 수 있겠는가?

어느 날, 일하는 중인데 번은 보를 담당하는 선생의 전화를 받았다. 이 센터에서 각 아동에게 담당 교사가 한 명이 있으며, 아동의 발달을 책임지는 부모의 역할을 담당한다. 

선생은 그녀에게 아이를 보러 센터를 방문해도 된다고 통보했다. 번은 아들을 보기 위해 하루를 쉬었다. 가는 길에 번은 계속 초조했다.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를 인식할 수 있을까? 살면서 이렇게 두 달 이상 아이와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두 달 전에는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번은 선생의 안내로 아들의 연습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두리번거리며 아들을 찾았다. 세 개의 롤러 위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우는 많은 아이 중에서 그녀의 아이만큼 뚱뚱한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롤러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아이를 보았다. 한 선생이 그 아이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그는 보가 아니었다.

 “제 아이가 어디에 있죠?”

결국, 그녀는 볼르 찾지 못해서 선생에게 물어봤다.

“오, 아이를 알아보지 못하십니까? 보가 세 번째 열에서 연습하고 있어요!”

선생이 손으로 보를 가리켰다.

번은 선생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물병을 머리에 얹고, 팔을 쭉 뻗은 채 롤러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시선을 위로 보고 있는 한 소년을 보았다. 보인가? 왜 그의 몸은 이전처럼 사각형이 아니고 날씬하지?

 “하루 7시간 동안 연습했기 때문에 보가 8킬로 빠지고 많이 좋아졌어요.”

 번이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챈 선생이 설명했다.

 번은 빨리 아들에게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보야, 나야, 번 엄마야.”

 아이는 머리 위의 물병을 ​​잡고, 바로 뛰어내려 세 개의 롤러를 넘어뜨렸다.

 “버…번 엄마!”

 아이는 어머니를 소리쳐 부르며 껴안았다.

 번은 아들이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러서 충격을 받고 몸을 떨었다.

 “방금 나를 엄마라고 부른 게 맞아? 또 불러줘. 세상에! 보! 다시 엄마라고 불러봐….”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 ‘엄마’라고 부르는 보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아이를 안고 앞에 서 있는 선생에게 무릎을 꿇고 절하고 싶었다. 그 선생의 모습은 세상의 그 어떤 존재보다 고귀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자신감을 준 남편의 영혼과 어머니에게 감사하였다. 감정이 복받친 번은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끝없는 감사로 그녀의 마음은 가득 찼다.

◇번역: 하 흐엉 타오(Ms. Ha Huong Thao) · 강병철(Kang Byeong-Ch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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