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개념 정립도 못한 ‘제주형 15분 도시’...도민 우롱
[전문]개념 정립도 못한 ‘제주형 15분 도시’...도민 우롱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11.2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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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 성명 발표
오영훈 지사, 준비 안된 무능함 여실히 드러나
허용진 도당위원장
허용진 도당위원장

지난 10일 오영훈 도정이 15분 도시 제주 기본구상 및 시범지구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5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용역은 제주형 15분 도시 개념 및 비전제시, 제주형 15분 도시 기본구상, 제주특별자치도 생활권계획 가이드라인 수립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같은 날 제주의 장기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제주의 생활권을 5대 권역생활권(제주시 동부. 제주시 서부. 서귀포시 도심. 동부. 서부)으로 설정하고, 도보 또는 자전거를 이용하여 공공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15분 도시 추진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15분 도시는 파리 소르본 대학의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 교수가 이론화 한 것을 안 이달고 당시 파리시장이 착안하여 정책화 한 것으로 집에서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이내 식료품 상점, 의료시설, 문화시설 등 편의시설 인프라를 접할 수 있도록 도시를 15분 생활권으로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15분 도시의 핵심은 충분한 인구의 밀집이 필요하고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이 혼합된 복잡한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분 도시는 현재 파리, 바르셀로나 보고타, 멜버른, 부산 등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들의 공통점은 인구 수백만에서 1,000만 이상인 인구과밀 대도시들이다. 제주는 읍·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읍·면지역의 상주인구를 늘려야하는 문제점과 읍·면의 넓은 면적으로 인해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모든 편의시설 인프라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다.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제주 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누려야 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구축사업에 자칫 읍·면지역의 일부 주민들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도 초래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무리한 15분도시의 도입으로 산남과 산북, 제주 시내와 농촌간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읍면지역 주민들의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만 쌓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자리와 소득이 많이 창출되면서 민간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읍·면지역에 거주하려는 주민들이 늘어나는데 마땅한 투자방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읍면지역에 무리하게 졸속으로 추진 돼 동네 편의점에서 쇼핑하고 마을회관에서 여가를 즐기고 리사무소에서 복지 시설을 이용하면서 15분 도시를 구현했다는 억지 주장을 전개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오영훈 지사는 15분 도시 제주 조성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추진하면서 용역 전반에 걸쳐 자문하고, 공약을 차질 없이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위해 구성된 18명의 15분 도시 워킹그룹의 대부분이 건축과 도시공학 분야의 인사들이 포함됐지만 장애인, 빈곤층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전문가를 단 1명도 참여시키지 않았다.

말 그대로 허울뿐인 듣기에만 좋은 ‘사람 중심’이라는 그럴듯한 추상적인 단어로 도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15분 도시가 과연 제주처럼 도농복합지역에도 충분히 가능한지 검증을 미리 마쳤어야 함에도 15분 도시 기본 구상 용역 과업에 제주형 15분 도시 개념 및 비전제시 항목이 제일 먼저 포함된 것을 보면서, 오영훈 지사는 15분 도시 적용 개념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유럽과 부산에서 추진되는 정책을 무책임하게 도용하여 공약하고 당선 후 용역을 통해 개념을 세우겠다는 무지와 무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럴듯한 수사와 워딩으로 도민들을 현혹시키며 정작 확실한 개념 정립과 현실적인 대안 없이 용역에만 의지해 추진하려는 준비 안된 무능한 오 지사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도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또한 조례와 법을 통해 15분도시의 제도가 확실하게 뒷받침 돼야하고 주민수용성의 문제도 아주 중요하다.    

지난 10월 발표된 도시기본계획(안)의 담긴 제주시동부 제주시 서부, 서귀포시 도심 동부, 서부 등 5개의 권역생활권으로는 제주 43개 읍면동의 모든 주민들을 위한 15분도시를 구현하는데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도민사회에서 오영훈 도정의 15분 도시 구상이 내각제 방식의 자치단체를 전제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많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영훈 도정은 도민들에게 의원내각제인 기관통합형 개편안과 행정구역을 5~6개로 개편하려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추진과 상관없이 15분 도시 구상을 실현하는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중대한 정책을 실행하기에 앞서 제주의 발전과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그 정책의 방향성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 그 이후 정책의 세부내용을 구상해야 혼란스럽지 않게 도민들의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15분 도시를 포함해 핵심과 알맹이 없는 제주의 장기플랜들이 오영훈 지사 본인의 치적에만 혈안이 돼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도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 갈 수 있음을 명심하고 끊임없는 소통과 신중한 접근으로 실질적인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 주기 바란다.

2022.  11.  22.

국민의힘 제주도당 허용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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