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어른아이들의 집(集)
[신간]어른아이들의 집(集)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12.18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도경 글 / 130*205 / 120쪽 / 10,000원 / 979-11-90482-96-7 (03810) / 한그루 / 2021. 12. 10.

| 출판사 서평 |

어른아이들의 집(集) 표지
어른아이들의 집(集) 표지

김도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자, 한그루 시선 13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 『어른아이들의 집(集)』에서는 ‘어른아이’라는 시적 언어 표현이 유달리 두드러진다.

‘어른아이’는 어른과 아이의 복합명사로, 송상 시인은 해설을 통해 “지구촌이 아프다 어른아이들의 선 긋기”(「땅따먹기」), “어른들은 모범적인 병정놀이를 해요”(「21세기 놀이」)에서 어른아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서슴없이 드러낸다고 밝혔다.

수록시 「어른아이들」에서는 어른아이를 향한 시선이 더욱 강렬하다. “애(愛)가 인(人)의 편에 설 때까지 어른아이들은 돌을 풍덩풍덩 던져야 한다는 사명”을 느꼈다고 하며, 사회정의를 말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실상을 안타까워하며 어른아이들이 여전히 “애(愛)가 견(犬)을 지지하는 시냇물에 발을 담갔어요 풍덩풍덩 물장구”를 치고 있음을 보인다.

이처럼 사회적 관계, 역사적 관계,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시집은 공동체와 같이 움직인다. 김도경 시인은 현시대를 향해 성찰하고 개탄하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뜨거운 온기를 가지고 있다. “현실은 삶이 투영되는 곳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관계를 맺고 굴러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인은 ‘위로받고 싶지 않다. 따뜻한 대화도 싫다. 나는 그럴 시간도 없다.’라고 외치지만 역설적으로 심연 깊은 곳의 위로와 따뜻함과 함께하는 세상의 꿈을 꾸고 있다. 오히려 이후부터 더 심히 이런 꿈의 몸살을 앓고 있기를 바란다.”(해설 중에서)

| 저자 소개 |

김도경

2010년 『문예운동』 신인상을 수상하고 시단에 나왔으며 시집 『서랍에서 치는 파도』가 있다. 2021년 제27회 제주신인문학상 동화 부문 신인상, 제60회 탐라문화제 전국문학작품공모전 동화 부문에서 입상했다.

| 목차 |

제1부

땅따먹기/ 비빌 언덕/ 21세기 놀이/ 쓰레기와의 전쟁/ 어른아이들/ 나도공단풀/ 5도/ 김 여사의 일요일/ 찬란한 묵념1/ 찬란한 묵념2/ 관문/ 터진목/ 열두 살 아이의 귀가/ 갯벌 노랑이들의 수학여행/ 대화/ 마당, 동백나무

제2부

작두콩차/ 내가 좋아하는 언니가요, 글쎄/ 반어/ 한계 봉(蜂)/ 가을에 단풍이 드는 이유/ 수선화 올레/ 천등/ 호박 화석/ 역할/ 신(新) 효녀지은/ 인공지능로봇 남편/ 가족/ 자구리문화예술공원/ 비자림/ 대평리 박수기정/ 도리화가(桃李花歌)/ 답가/ 추도(秋圖)/ 동백나무 점괘/ 망우(忘憂)/ 칠십리 아리랑/ 쥐밤나무 아래에서/ 그런사이

제3부

환생/ 마녀사냥/ 생각나무/ 우아한 연륜/ 자주달개비꽃/ 인터뷰/ 견해/ 지혜로운 당신/ 실거리나무 앞을 지나며/ 원점/ 고슴도치딜레마/ 아바타 꽃잎들/ 노천카페/ 철학적 사고/ 시작(詩作)/ 별이 빛나는 밤에 별을 헤다/ 홍수 속의 가뭄

해설 막다른 관계의 출발선_송상

| 책속에서 |

J가 고지를 세우고 빙빙 돕니다 어지러우니까 그만하자고 했더니 제자리에서 종종걸음을 칩니다 고지가 확고하게 다져집니다

나는 고지 탈환을 위한 작전이 필요합니다 필요에 의한 마음은 소통과 거리가 멀어서 명분을 세우기에 급급합니다 적당한 거리 유지의 필요성을 아는 고슴도치가 본다면 재미있는 상황의 연출입니다

암묵적 휴전! 팽팽한 신경전!

__ 「우아한 연륜」 중에서

극적인 우연에 시나리오는 없다

주인공 노파는 생생한 삶의 현장에 있고

사람들 속에서 행인으로 등장하는 나는

걸음 멈추고 노파를 주시한다

세밑 동물병원 앞 보도블록!

빙판 진 바닥에 돌풍이 몰아친다

자리를 깔고 열쇠고리를 진열하는 노파

잦은 기침이 자동차 경적에 묻히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무조건 행복하다

노파가 지낼 설에 대해 관심 두지 않고

설맞이 장사에는 떡국 재료가 어울린다는 표정으로

파트라슈와 네로에게 그랬던 것처럼

__ 「견해」 중에서

퐁당퐁당 돌을 던지면 예쁜 누나가 빨래하고 잔물결이 손등을 간지럽힌다는 동요를 흥얼거렸지만 돌은 풍덩풍덩 떨어져서 피를 봐야 하고 예쁜 누나는 목숨을 걸어야 하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에서 정의는 개밥이 되었어요.

불가촉천민은 감히 올려볼 수 없는 애견 사료 애견 미용실 애견 테라피 애견 호텔 애견 병원 애(愛)은 견(犬)의 지위를확고하게 지지했어요 애(愛)가 인(人)의 편에 설 때까지 어른아이들은 돌을 풍덩풍덩 던져야 한다는 사명을 느꼈어요.

정의는 노란 리본에서 상기될 뿐 던지는 돌에 맞아 죽은 정의가 비일비재했어요 어른아이들은 애(愛)가 견(犬)을 지지하는 시냇물에 발을 담갔어요 풍덩풍덩 물장구를 쳤어요

__ 「어른아이들」 중에서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