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사)제주학회 제주학 총서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
[신간](사)제주학회 제주학 총서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12.07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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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주학회 엮음 / 182*235 / 496쪽 / 25,000원 / 979-11-90482-85-1 [93300] / 한그루 / 2021. 11. 30.
석주명 표지
석주명 표지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 연구자들의 학술 교류 및 협력, 제주도에 관련된 학문 분야의 연구 진작을 위해 설립된 (사)제주학회의 <제주학 총서> 제2호이다. 제주학회에서 반년간으로 발행하고 있는 학회지 《제주도연구》가 전문 연구 결과 중심의 발표의 장이라면, <제주학 총서>는 제주학 관련 학문 분야 중 하나의 학문 영역을 중심으로 하여 좀 더 대중적인 학술 교양서를 지향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나비 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석주명(1908-1950)의 제주학 연구를 다루었다. 그는 제주도를 입체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연, 인문, 사회 분야를 두루 넘나드는 통합학자가 되었다. 제주의 가치를 알고 사랑했던 그는 스스로를 ‘반半 제주인’이라고 자부하였고, 후학들은 그를 ‘제주학의 선구자’로 이름하였다.

1부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도에서의 행적을 중심으로 석주명의 생애를 정리하였다. 2부에서는 제주학 연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제주도총서 해제를 통해 6권의 세부 내용을 소개하고 평가와 과제를 제시하였다. 3부에서는 그동안 발표되었던 석주명의 제주학 관련 연구들을 정리하여 수록했다. 그리고 부록에는 일본어로 된 「제주도나비채집기」를 우리말 번역으로 실었고, 석주명의 제주도에서의 행적과 제주도 관련 논저 목록, 학술세미나의 성과물들을 연도별로 정리하였다.

석주명은 지역문화가 살아야 민족문화가 융성하고, 인류문화가 풍성해지려면 다양한 민족문화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제주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그에 따른 통합적인 제주학 연구의 중요성이 높아진 이때, 석주명의 제주학을 제대로 평가하고 그의 업적을 계승하며, 오류를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제주학회는 <제주학 총서> 발간을 통해 앞으로도 제주학 연구의 기본 주제나 핵심 내용을 학문 분야별 또는 주요 주제별로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집필진 소개>

윤용택: 동국대학교 대학원 철학박사. 전 (사)제주학회 회장.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강영봉: 경기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전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사)제주어연구소 소장
양정필: 연세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소장. 제주대학교 사학과 교수
정세호: 경기대학교 대학원 이학박사. 전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
안행순: 제주대학교 대학원 통번역학석사. 일본어 동시통역사

<목차>
1부 석주명과 제주도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 윤용택
2부 석주명의 제주도총서 해제
『제주도방언집』/ 강영봉
『제주도의 생명조사서』/ 양정필
『제주도문헌집』/ 윤용택
『제주도수필』/ 강영봉
『제주도곤충상』/ 정세호
『제주도자료집』/ 양정필

석주명의 제주도총서의 의의/ 윤용택
3부 석주명의 제주도 연구에 대한 평가
석주명과 제주도 나비/ 정세호
석주명이 본 제주문화 속 몽골적 요소/ 윤용택
제주의 근대인물유산으로서 석주명/ 윤용택

부록
제주도나비채집기 – 석주명/ 번역 안행순
석주명의 제주도 행적
석주명의 제주학 관련 논저 및 학술 행사

<머리글>

석주명(1908. 10. 17.~ 1950. 10. 6.)은 구한말 평양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개성에서 그리고 해방 이후엔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 중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42년이라는 짧은 삶을 살았지만, 하루를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았기에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루기 힘든 학문적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그가 학문적 절정기인 4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것은 우리 민족으로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나비박사로 널리 알려진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나비학자이다. 그러나 나비박사 석주명은 그의 다양한 모습 중에 일면일 따름이다. 그는 나비가 그저 아름다운 곤충이어서라기보다는 그를 통해 자연법칙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나비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나비를 보다 깊게 알기 위해 생물학과 자연사뿐만 아니라 우리의 고전에 대해서도 섭렵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 분야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전국의 산야를 누비며 나비채집을 하면서 지역에 따라 나비 종류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지역이 달라지면 식생과 동물상이 달라지고, 인간의 삶도 달라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당시에 아무도 그것들을 연결시킬 생각을 하지 못했다. 탐구심이 누구보다 강했던 그는 ‘방언과 곤충’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 곤충학에서 방언학으로 연구범위를 과감하게 확장해나갔다.

그는 1936년 여름 한 달간 제주도에서 나비채집을 하면서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그는 1943년 4월 서귀포에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이 개장되면서 책임자로 부임하여 1945년 5월까지 2년 남짓 근무하였다.

그는 그 기회를 이용하여 제주도의 자연, 언어, 역사, 민속, 인구, 문헌 등에 대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그는 제주도를 입체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연, 인문, 사회 분야를 두루 넘나드는 통합학자가 되었다.

그는 제주자연이 민족의 삶의 터전을 확장해주고, 제주도의 방언과 문화가 옛 우리말과 문화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민족문화를 풍성하게 해준다고 확신했다. 그러기에 곤충학자이자 이방인이었던 그는 곧바로 제주도 연구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6권의 제주도총서, 즉 제주도방언집(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서-제주도 인구론(1949), 제주도문헌집(1949), 제주도수필-제주도의 자연과 인문(1968), 제주도곤충상(1970), 제주도자료집(1971)을 결집해내었다. 제주도의 가치를 알고 사랑했던 그는 스스로를 ‘반半제주인’이라 자부하였고, 후학들은 그를 ‘제주학의 선구자’로 이름하였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을 살면서 약소민족의 아픔을 절감했고, 민족이 소중하다는 것을 체득하였다. 그는 우리가, 우리를 위한, 우리의 생물학(조선적 생물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주창하면서 자연과학 분야에서 국학운동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의 입장에서 세계과학사와 인류문화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보고 한국본위 세계박물학연표(1992)를 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의 민족주의는 수구적이고 배타적인 닫힌 민족주의가 아니라 지역을 존중하고 세계와 조화를 이루려는 열린 민족주의였다.

그는 지역문화가 살아야 민족문화가 융성하고, 인류문화가 풍성해지려면 다양한 민족문화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그러한 깨달음은 그가 학창시절에 접한 에스페란토 정신으로부터 얻어진 것이다. 그는 모든 인류가 잘 살아가려면 각 민족과 국가 간에 과학기술과 문화가 교류되어야 하는데, 자국민끼리는 모국어로, 외국인과는 배우기 쉬운 국제어인 에스페란토로 소통하자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지역주의, 민족주의, 세계주의가 서로 배척적인 것이 아니라 잘 녹여내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을 직접 실천한 열린 정신의 소유자였다.

그는 세상이 제주의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할 때 그것들을 발굴하여 세상에 알렸다. 그가 남긴 자료들을 유고집으로 세상에 내놓은 그의 누이동생 석주선

(1911~1996) 교수는 오빠가 제주도를 아끼고 사랑했던 데 비해 정작 제주도에서는 오빠를 몰라주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섭섭해했다. 제주도에서 석주명을 조명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타계한 지 50년, 석주선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지난 2000년에 제주전통문화연구소가 주최한 학술세미나(제주학 연구의 선구자 고 석주명 선생 재조명)부터였다. 그 이후 제주도는 석주명의 업적과 뜻을 기리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1부에서는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의 생애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도에서의 행적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2부 석주명의 제주도총서 해제에서는 6권의 제주도총서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고 평가와 과제를 제시하였다. 이 부분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의 과제로 수행했던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에 대한 기초연구(2018)에서 강영봉, 양정필, 윤용택, 정세호의 글들을 다듬은 것이다. 3부에서는 그동안 발표되었던 석주명의 제주학 관련 연구들을 손질하여 넣었다. 그리고 부록에는 일본어로 된 석주명의 「제주도나비채집기(濟州島産蝶類採集記)(1937)를 안행순의 우리말 번역으로 실었고, 석주명의 제주도에서의 행적과 그의 제주도 관련 논저들과 학술세미나의 성과물들을 연도별로 정리하였다.

석주명은 여러 분야에 두루 능통한 학자여서 한국의 르네상스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곤충전문가이면서 육지 출신이다 보니 제주도의 인문사회 분야의 성과물들 가운데는 오류도 더러 있다. 이 책이 석주명의 제주학을 제대로 평가하고, 그의 업적을 계승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 대중적이지 못한 학술서인데도 선뜻 출판에 응해준 한그루출판사 김영훈 대표께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을 제주학의 선구자 고 석주명 선생과 그를 세상에 드러낸 그의 누이동생 고 석주선 교수께 바친다. 이 책을 발간할 수 있도록 기회와 용기를 준 제주학회 이영돈 회장과 발간 경비를 지원해준 오리온재단 이경재 이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 집필진 대표 윤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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