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농협회장 셀프 연임법' 5대 불가론
[전문]'농협회장 셀프 연임법' 5대 불가론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5.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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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길 의원,농협회장 셀프 연임법(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토론 발표
안병길 의원
안병길 의원

국민의힘 안병길의원(부산 서동구)은 5월 11일 개의된 국회 농해수위에서 농협회장 셀프 연임법(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했다.

더음은 토론 전문.
 

그동안 여야가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반으로 나뉘어 다투었던 적은 있었지만, 피감기관장에 대한 법을 두고 여·야 각각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부침을 겪는 일은 없었습니다.

지난 12월 8일 농림법안 소위에서는 농협회장 연임법을 두고 같은 당 의원님들 간에 고성과 거친 표현들이 오갔고 급기야 강행 처리를 위한 표결이 이뤄지며 소위 위원님들이 중도 퇴장하시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저는 우리 국회가 농협회장만을 위해 이토록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입법권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농협회장 연임법이 이대로 통과되서는 안되는 다섯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말씀드리고 회의록에 남기고자 합니다.

첫째, 현직 회장부터 연임제를 소급 적용시키는 것은 명백한 특혜입니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허용됐던 시기 모든 현직 회장들은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현직 중앙회장에게 명백한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2009년 우리 국회가 농협회장 연임제를 단임제로 변경했을 때에도 소급 불가 원칙을 적용해 차기 회장부터 새로운 제도를 적용시켰습니다.

국회가 이대로 농협회장 연임법을 통과시킨다면, 같은 법에 대한 소급 불가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현역 회장만을 위한 유례없는 특혜를 부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특혜 입법은 결국 우리 입법부의 형평성과 공정성에도 큰 오점을 남길 것입니다.

둘째, 농협회장 연임법은 농협 민주화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일입니다.

본래 농협회장직은 연임제였습니다. 그러나 회장의 비리 문제가 지속되면서 그 제왕적 권력을 줄이기 위해 2009년 단임제로 변경되었습니다.

2009년 농협회장 단임제를 도입했던 이유는 당시에도 농협회장의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패하고 비리의 온상이 될 위험이 상존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의 농협이 도마뱀이었다면, 2023년의 농협은 거대한 공룡과 같을 정도로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해졌습니다. 수십개의 계열사와 관계사, 그리고 수천명의 직원을 거느린 농협은 대한민국 재계순위 10위에 올랐습니다.

과거에 비해 농협회장의 권력은 훨씬 커졌는데도, 오히려 그 권력을 견제하는 단임제를 없애고, 당장 현직 회장부터 연임제를 다시 적용시키는 것은 애써 쌓아온 농협 민주화의 역사를 거꾸로 퇴행시키는 일입니다.

셋째, 비리가 판을 치고 있는 농협에 필요한 것은 연임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막대한 권한을 가지게 된 농협은 농민들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일부 기득권만을 위한 비리의 온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30대 청년에게 각종 갑질과 괴롭힘을 일삼아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고도 이를 조직적으로 무마시키기려 한 최근 농협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매달같이 농협의 곳곳에서 성추행과 성비위 논란이 불거지고 수십 수백억대의 횡령사고와 갑질 논란이 발생하고 있지만 중앙회는 반성과 개선이 아닌 무마와 회피로 일관해왔습니다.

농협회장이 연임을 하지 못해서 성비위와 횡령 사고를 막지 못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농협회장이 연임을 하지 못해서 갑질과 직장내 괴롭힘을 막지 못하는 것입니까?

정작 마땅히 해야 할 의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오직 회장의 연임만을 위해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모습은 농협이 더 이상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닌 기득권을 위한 조직이 됐음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농협은 필요에 따라 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과거 농협회장의 겸직문제와 관련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자, 농협은 회장이 농협법 127조에 따라 대외 활동 업무만을 처리하고, 실제 농협의 각종 사업은 사업전담 대표이사들이 맡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장기 경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농협이 필요에 따라 회장의 권한만을 취하고, 책임은 방기하는 행태입니다.

 도대체 회장의 권한과 책임은 어디까지입니까? 회장 연임 없이 농협의 장기 경영이 불가능하다면 이는 실제 회장의 권한이 현행 농협법의 규정을 넘어선 제왕적 권력이라는 것이고, 대외 직무만을 처리한다는 현행 농협법은 면피용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입니다.

회장의 연임을 논하기 전에 농협법에 회장의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마땅합니다.

다섯째, 농협이 회장 연임법을 위해 내세우고 있는 여론조사에는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 농협 현장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연임 반대가 있으면 조합장 개별로 다시 제출하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조합장들에 대한 막대한 지원 여부가 중앙회장에게 달려있는 현실 속에서, 회장의 연임에 반대할 수 있는 조합장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애초에 이 조사는 농민을 위한 여론조사가 아닌 중앙회장만을 위한 여론조사인 것입니다. 이처럼 공정성과 형평성 모두 현저히 기준 미달인 여론조사를 가지고 마치 농민들이 농협회장의 연임을 바라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심각한 여론조작이자 왜곡입니다.

우리 국회가 농협회장 연임법을 이대로 통과시키기 이전에 입법부로서의 소명을 다시 새기고, 농협이 기득권이 아닌 농민과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서 진정 거듭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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