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주년 제주4·3추념식 봉행…"견뎌냈으니 75년, 딛고 섰노라"
제75주년 제주4·3추념식 봉행…"견뎌냈으니 75년, 딛고 섰노라"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4.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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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 "대한민국 당당한 역사"
한덕수 총리,한창섭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 원희룡 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오영훈 지사, 김경학 의장, 김광수 교육감, 강병삼 제주시장, 이종우 서귀포시장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제주4.3은 세계인의 기록이자 역사입니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제주 4·3, 견뎌냈으니 75년, 딛고 섰노라'를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날 추념식은 4월 날씨답지 않게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1만여 명의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올해 추념식은 4·3특별법 전부 및 일부개정으로 4·3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실질적 피해보상이 시작되는 가운데 열려 그 어느때 보다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국가 차원의 식후 행사인 문화제가 처음으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이날 추념식에는 정부 대표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등 중앙 인사들을 포함해 유족 등 도민과 오영훈 지사, 김경학 의장, 김광수 교육감, 강병삼 제주시장, 이종우 서귀포시장을 비롯해 도내 인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4.3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사이렌 소리에 맞춰 ▲4·3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시작으로 ▲4.3영상▲헌화·분향▲국민의례▲인사말▲경과보고▲추념사▲유족 이야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인사말을 전했고 정부 대표로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대신해 추념사를 전했다.

김창범 유족회장은 인사말에서 "제주4·3은 모진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과 보상이라는 대명제를 순차적으로 실현해 왔다"며 "4.3의 역사적 진실에 대한 왜곡·폄훼로 인해 유족들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살갗이 찢어지는 깊은 아픔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이어 "제주4.3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역사가 아니라 인권유린에 관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다"라며 "이념적 공세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국민 대화합의 시대로 향해 가는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진실왜곡의 망언과 현수막 게첨은 역사 퇴행의 단면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 제주도민과 13만 유족들의 마음을 후벼 파고 있다“며 ”4.3해결이라는 훈풍이 제주에서부터 비롯되어 한반도 전역으로 퍼져나갈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자 인권국가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오영훈 지사는 "낡은 이념의 틀을 뛰어넘고,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4·3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에 흔들리지 않고 4·3의 정신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과거사 해결의 모범 사례, 4·3의 세계화가 그 시작이다.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이 전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제주가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 제주가 보편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큰 번영을 이루는 것이라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길은 자유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그 책임이 저와 정부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있다"고 말했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이어 제주4·3 경과보고에서는 '순이삼촌'의 저자인 현기영 작가가 그동안 제주4·3이 걸어온 길을 영상으로 설명했다.

또, 박주영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박혜준 학생(표선고등학교 1학년)이 미래세대의 의지를 담아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뮤지컬 배우 카이와 이정현 첼리스트(충북예술고 1학년)와 전예주(백록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추모 공연을 펼쳤다.

또한 이날 유족의 사연으로 부모, 할머니, 두 형, 누나를 모두 잃고 '이삼문(1941년생)'이 아닌 '박삼문(1953년생)'이라는 이름으로 팔십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소개됐다.

유족의 사연이 소개될때 박삼문씨의 기구한 삶에 유족들은 안타까움과 그동안의 고통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어 큰아들인 박상일씨가 아버지 살아생전 가족관계가 바로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피력했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박상일씨는 "아버지가 2016년 66년만에 제주를 방문해 평화공원 위패봉안실을 찾았을 때 할아버지 위패와 함께 아버지 위패도 있었다"며 "희생자 취소 신청은 됐지만, 할아버지 이배근 희생자 유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씨는 "오는 7월부터 희생자와의 친생자 확인이 가능해지면 이배근 할아버지의 후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하며 조상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됐다.

이어 문화제 '동백, 바람을 타고 세계로'에서는 가수 송가인이 ‘월하가약’과 ‘엄마 아리랑’, 가수 이정이 ‘광야에서’와 ‘걷고 싶다’를 노래했다. 또,도립무용단의 공연이 펼쳐졌는데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원의 염원을 담은 무용을 선보였다.

이날 행사가 모두 끝난 뒤에는 참배객들이 위령 제단에 헌화·분향하며 4·3 영령을 추모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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